사무실에서 누군가 나에게 일을 시키려고 할 때 마다
"지금 바빠?" 라는식으로 물어온다.
내 대답은 매번 비슷하다.
"음 바쁜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일이 있기는 있는데, 내용을 말해주셔요"
어쨋든 상대의 요구내용을 알아야 뭘 해주던 말던 할 것 아닌가?
내가 바쁘면 시키고 아니면 안시키려고???
바쁘다고 거절해봤자 내 평가만 안좋아진다.
그리고 사실 일을 하다보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은 다 있다.
내 경우 루리웹만 끊어도 업무에 투자하는 시간이 두배 이상 늘어날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일을 시키는 놈들 치고 상대의 상황을 고려하는 놈이 별로 없다.
실무자인 네가 판단하는 중요한일 보다, 상사인 "나님"이 시킨 일을 감히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괴씸한 네놈만 있을 뿐이다.
이 경우 크게 2가지 대응법이 있다.
첫째로. 원래 그런놈이 되어라.
그냥 찍히라는 거다.
"저새끼는 뭘 시켜도 답이 안나와, 저놈 시키지 마라"
둘째로, 적극적으로 따르는 척을 하면서 은근슬쩍 반항하는 방법이 있다.
"아 그거 걱정마십시오! 저만 믿으세요! 내일 아침 책상에 떡 올라가 있을겁니다. 그정도야 껌이죠!"
대답을 철썩같이 하곤, 그냥 네가 생각하는 중요한 일을 처리해 버려라
내일 아침? 당연히 거짓말이지 씨발 ㅋㅋㅋ
그리고 내일 아침부터 그 일을 해서 주면 된다.
상사가 자기가 시킨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핀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봐라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일을 떠맡기도 전에 이것저것 핑계를 대는놈이 되느니
그냥 불가피한 거짓말을 하고 나중에 푸는 것이 훨씬 낫다.
그리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과장님, 지금 상황이 이렇고 저래서 하던 이 업무를 마치고 과장님 지시를 시작하면 시간이 어떻고....구구절절"
솔직히 설명할 시간도 아까운 상황이고, 상사가 이해할지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답을 시원하게 해두지 않으면, 상사는 자꾸 너에게 업무진행에 대해서 물어오며 재촉할지도 모른다.
100% 통하는 법은 아니지만 내 경우 시원스럽게 걱정말라고 해둔 뒤 내 판단대로 일을 처리해 버린다.
미안스럽지만, 우리 이사님 하나가 시킨 엑셀파일 정리업무를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손도 대고 있지 않다.
문제파악은 하고 있지만, 아직 개선책, 즉 솔류션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
(이사님이 솔류션 방향까지 제시했다면, 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로 프로그램을 짜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그게 불가능한 사람이다....내가 전체 업무흐름을 완벽히 파악할 때가 지시를 완수하는 날이 될거다)
위와 같은 경우도 있다. 당장 눈앞에 보여주기 위한 결과라면야, 다음 작업자나 미래의 내가 겪을 고생을 고려하지 않고 해버리면 그만인데, 해도 의미가 없는 일은 내 스스로 판단해서 안해버리기도 한다.
우리 꽁한 이사님이 사실은 기억하고 있으면서 서운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회사에서 상급자들, 특히 이사급, 부장급, 과장급에서 나타나는 핵심 문제는
"사장님에게 반항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사장님이 실무자의 업무현황이나 변수를 모조리 파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장님의 지시사항이 비현실적일 수 있고, 조직이익에 반하는 것일때도 있다.(아주 많다 씨발)
하지만 난 그것이 사장님에게 충분한 변수정보가 대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논리적 오류가능성이 첫째라고 생각한다.(다른 글에서 사장개새끼라고 욕도 하지만, 이런 평가도 공존한다)
한번은 회사일에 아주 적극적이지만 태도적인 문제가 심각한 한 과장님에게 제안한 적이 있다
"사장님에게 걱정말라고 안심시킨 뒤, 과장님 생각대로 일을 풀어버리세요. 사장님에게 현실적인 결과 즉 [돈]을 보여주면 되는겁니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면 사장님이 더이상 과장님에게 세세한 지시를 하지 않게 될 거에요"
하지만, 회사에서 대화가 통하는 부장님이 있기는 하지만
"사장님에게 반항해라"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나는 아직 반항할 위치가 아니기도 하고 사직서도 제출한 상태니까(그 사직서가 아직 사장님에게 올라가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내 부장님을 보면, 타고난 반항적 성향이 있어서
회사에서 유일하게 사장님에게 반항을 하는데, 비꼬는듯한 태도가 특징이다.
"그말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하면 다 끊어집니다. 그대로 전달하겠습니다. 아시겠지요? 저에게 뭐라고 하면 안됩니다?"
"사장님이 하라는대로 해서 일 끊어진거 아닙니까! 이제와서 일달라고 하라니 어쩌라는겁니까?"
이런식으로 잘 개긴다. 그리고 어지간한 일들은 자기 방식대로 풀어버린다.
부장님의 경우 특정 성향이 극도로 발달하여(타고난 듯 하다) 그 능력을 이용한 가치창출능력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반대로 내부적 관리나 지시효율이 매우 나쁜 편이다.
인간관계를 풀어가는 것 만큼은 최상이지만, 실수없이 혹은 실수를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보완구조적 역할은 거의 하지 못한다.
나는 완전히 반대의 성향인데, 지금 회사에 와서는 이러한 성향을 완전히 숨기고 있다.
쉽게말해 이부분에 대해서는 나서지 않고있다. 부장님이 워낙 "편하게 일하는 것"에 집중하시기 때문인데
나는 내가 갖지 못했으면서, 부장님은 최고수준으로 갖추고 있는 바로 그 능력을 [감각]으로 익힐 때 까지 이런 자세를 취하고자 마음먹고 있어왔던 것이다.
내 부장님의 경우도 그렇고, 그밖의 책에서 본 사례들을 보면, 통상적인 '상식'선의 당연한 판단과 과정을 통해서 확고하게 뛰어난 가치를 생산해내는 경우를 거의 본적이 없다.
항상 반항하고, 방법적 제한이 없는 사람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보편적인 수준을 넘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해 낸다고 나는 믿는다.
반항해라.
사장님이, 과장님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신이 아니다.
바로 나만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과장님이 시킨거라고? 그런 상식을 깨라
중요한건 '가치창출'이고 그를 통한 '자신의 입지 확보'이다.
이것은 종래에 [돈]으로 보상되어야만 한다.
*단지 지금 있는 회사에서 [돈]으로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
세부적인 사장님의 지시사항이 비현실적일 수 있고, 조직이익에 반하는 것일때도 있다
이말 공감가네요.
솔직히 사장이라고 해서 회사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