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끈질기게 듣는 소리가 있다
"메모해라, 업무정리를 해라, 시간을 쪼개써라"
하지만 하나같이 모두 개소리이다.
내가 겪고있는 문제의 "내용"을 이해하고 해답을 주어야지
"뭔가 사고가 점점 자주 터지니까 충고좀 해야겠다"
라는 꼰대마인드가 기본이 된 방해만 되는 충고일 뿐이다.
특히 이러한 잔소리 뒤에 "나는 예전에..."가 붙게 되면 아주 귀찮아진다.
지난달 일주일 정도는 좋아하는 루리웹 유게에서 귀여운 2D짤도 열람하지 못했을 정도로
순수하게 업무에만 집중해야만 했던 때 조차 있었는데
경영적 해답이 전혀 없어, 실무를 보는 입장에서는 "희망이 없다"라는 상태가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메모의 기술이라는 책을 보거나
아뭏튼 뭔가 메모 관련해서 대단한 것처럼 포장해서 책좀 팔아보겠다는 식의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뭔가 괴리에 빠지게 된다.
"메모할 시간조차 아깝다"
"메모해둔 것을 보지 않아서 업무를 놓친다"
와 같이, 실행하다 보니 현실적인 인간으로써의 능력의 한계에 부딛히더라
물론 내가 더 신경쓰고, 항상 그것만 찾아본다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하루 8시간 법정근로시간을 철저히 지켜주고 내 여가와 내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회사의 태도가 깔려있지 않는 이상, 나는 내가 눈떠있는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회사에서 내 여가와 취미와 자기계발을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메모를 절실히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업무를 새로 시작 할 때, 조직에 새로 적응해야 할 때
이 때는 일기를 쓰듯, 기록보고를 하듯 정말 하루하루 사소한 것 까지 기록을 많이 한다.
FPCB 연구실에서 하루하루를 일기를 쓰며 보내기도 했는데
이것은 조직문화와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의 개론을 빨리 익히는데 어마어마한 도움이 된다.
심지어 "어느 누가 이 부분은 이론이 이런데 실제로는 이렇게 활용한다고 가르쳐 주더라.... X월 X일 14:20분 커피 마시면서" 와 같이 기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메모는, 단지 "습관"으로 만들기 전 까지만이다.
지금 회사에서도 일기쓰듯이 메모를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하지 않는다.
대신 중소기업의 씹알사장새끼 특성상 최소인력으로 밤새서 굴리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한사람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존나게 많아서
도저히 내 능력으로는 모든 부분을 상기하고 정확하게 업무처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언기 가록은 하고 있지만
메모를 하는 시간조차 아까운 나는
엑셀 서식으로 내가 하는 모든 업무정보일람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두고
메모 창구를 그곳 1개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덕분에 나는, 습관이 되어있는 1개 파일을 24시간 열어두고 있는 것 만으로
누군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내게 요구하였을 때
1분 이내로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올바른 지시를 할 수 있게 된다.
결론
무엇을 메모해야 할지도 모를 때는
그냥 닥치고 "중요할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는거 다 적어라
하지만 그러한 요소들은 업무가 익숙해짐에 따라 "습관"으로 만들어야 하고
습관조차 다양화 되면 사람의 능력으로 부족 할 수 밖에 없으니
습관의 창구를 단순화 시키고, 그곳에서 최소한의 입출력 지연시간을 갖도록 자신만의 방법(인덱싱)을 만들어라
메모 그거 결국 해봤자더라
더 중요한건, 이러한 일종의 "정보화" 결과물이 업무협조자들과 공유가 되는 것인데
내 주변에 나름대로 깨어있다는 사람들 조차도 잘 이해하고싶어하지 않는다.
나는 내 후배세대들과의 업무연대를 생각하면서,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그들로 하여금 내 가치가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금 혼자서라도 연습을 하고 있다.
메모의 기술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결국 같은 것이었던거 같다.
"메모해라, 이렇게 저렇게"
"그런데 더 중요한건 무엇을 메모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메모를 찾아보고 업무누락이 없도록 하는 것, 그것이 메모하는 목적이다"
"이런 요령들을 잘 이해하고 연습하다 보면 메모가 줄어들 것이다"
나는 거기에 덧붙이자면 "습관으로 만들어라, 가능하면 단순하게"
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