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아부하세요.
혹시 공부 잘해서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어 있나요?
저는 개털입니다.
몸뚱아리 밖에 없어요.
그런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사람"입니다.
제가 여러 글에서 "어른세끼"와 같은 표현을 합니다만, 결국 나에게 일을 시킬지 어떨지 결정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회사 내에서 내 평가를 해주는 것도 사람입니다.
대기업이 되고 구조화가 되면 될 수록 여러가지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게 되겠지만
기본은 사람이 하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편적인 평가를 뛰어넘는 탁월한 평가를 받는 사람들은
반드시 회사 관리구조가 아닌, 결정권 있는 사람의 평가로 인하여 규정을 초월한 보상을 받고 권한을 얻어서 실적을 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잘 하는지(열심히가 아닙니다)를 알리고, 기회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사람을 얻어야 합니다.
특히나 저는 우리회사 최고의 꼰대이고, 제 평가로는 일말의 능력도 없는 월급도둑인 우리 관리이사님.
회사내에 친구 한명도 없는 외톨이, 심지어 영업부 직원들이 빈 방을 가리키면서 "저기 들어가세요" 라고 할 정도
제가 이 사람 입에서 "고마워"라는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데 까지 약 6개월이 걸렸고, 돈은 20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20만원이 이사님 아부비용으로 쓰여진 것은 아닙니다.
저는 입사 이후, 매달 3만원어치 정도 과자류를 구입해서 책상에 넣어 두었는데
휴식시간이나 여유가 있을 때 과자와 커피를 돌리며 친해지기를 시전하였거든요.
관리이사 이세끼...나이만 쳐먹은 죰만한 어린세끼
반년이나 걸리다니... 정말 심각한 꼰대였다구요.(지금도!!)
경리누나가 평가하길 "저사람이 고맙다는 소리 하는건 처음" 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걸 노리고 시작한 건데요.
(최근에는 가끔 밥도 삽니다.)
그리고 말하기도 짜증스러운 사람인데, 회사 모든 사람들이 대화 자체를 피해버립니다.
저 역시 기본은 피하지만, 가끔 일부러 너무 당연한 답이 나오는 문제를 가지고(수출서류 건 같은 것) 이사님에게 물어봅니다. 쓸데없는 이쪽살 저쪽살 다 붙여가면서 자기가 왕년에 뭘 했는데 이랬다는둥 저랬다는둥 재미도 없는 스토리가 쏟아집니다. (그래서 내 일 업무의 여유가 있을 때만 물어봅니다.)
잘 대응하고 대답해 주는데, "예,예"만 하면 상대도 재미없을거 아닙니까?
그래서 중간중간 말을 끊고 내 생각을 이야기 해주는데, 제가 처음부터 계산한 결론은
[이사님 덕분에 잘 알게 되었다, 내가 하는 업무영역에서는 그런 상세한 것은 알기 어렵다] 와 같아요.
지금은 회사내에서 이사님과 가장 많이 대화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계속 시도해 왔기 때문에, 최근 회사 위기와 더불어 미치도록 바쁜 와중에
이사님에게 신나게 개길 수가 있었고, 이제와서는 제 생각이나 사상을 회사경영에 적용하게끔 바뀌어 가고 있어요. 아직 작은 부분이지만요. (사람의 기본적인 감정문제를 생각해야만 한다....와 같은 이야기를 이사님에게 주입하고 있어요)
사장님은 독학으로 학위받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완성했다는 내 이야기를 신기하게 받아들이면서
자기도 내 방식으로 일본어를 익히고 싶다고 하시길래
"오타쿠화 계획"을 세워서 착착 진행중에 있습니다.
1. 더 파이팅
2. 하레와구우
3. 미나미가
4. 플라네테스
기억안남..... 등으로 훈련시키면서 일본어를 공부를 핑계로 오타쿠로 만들고 있는데
도중에 한번은 "드라마 같은걸 줘라"고 하시더니, 이내 "도로 만화 갖고 와라"고 하실 정도가 되었습니다. ㅋㅋㅋㅋ
(언젠가 반드시 DMC를 보여주겠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장님 바꾸기" 계획을 진행하면서
대화의 모든 영역에는 아부가 들어있지요.
사장님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내가 먼저 잡아내서 내 입으로 사장님 입장을 대변하고, 이해하는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사장세끼 욕을 면전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나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를 더 갖게끔 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장님에게는 "당신이 우리회사 최고의 병신새끼다"와 같이 대놓고 욕을 하기도 합니다.
싸우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농담으로 하는것도 아니거든요. 부장님이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하루아침에 그리 된 것은 아닙니다. 부장님의 장점을 지난 1년6개월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방법으로 아부했어요. 부장님에게 욕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인데
첫째. 사장세끼를 바꿀만한 가장 현실적인 큰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 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 영업업무의 불완전함으로 인한 현장노동자들의 개고생...그것을 이해한다면 능력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중졸새끼들은 밤새도 돼" 라는 식으로 자신이 해야 할 노력의 책임을 피하려고 할 때
(욕하는 상황 이해 하시겠지요?)
총괄업무를 보시는 이사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나이먹은 할아버지랑 한잔 하러 간다는게 내킬수가 없어요.
불편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불편하다고 피하면 영원히 불편한 관계입니다.
그래서 어울렸지요. 아줌마가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콩비지를 내가 먼저 골라 시키면서 어울렸습니다.
(물론 콩비지는 소주안주로 끝내주기는 하지만, 젊은놈이 그 매력을 안다는 것은 신선했을 겁니다.)
저는 이런 작업들을 통해서 (물론 일 잘하는, 돈버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 였지만)
일 하는만큼 사내 평가는 확고하게 쌓여져 갔고, 지난 급여평가에서 회사 역사상 최고 인상율로 봉급이 올랐습니다.
(그래도 다른회사 다시 들어가는 것 보다 작네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저는 "누가 내 월급 올려주었나" 를 확인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했는데
사장님에게 내 업무역량을 어필할만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쑤셔보는 것이었어요.
이사님이 최고의 먹이가 되어서, 콩비지와 소주 몇잔을 아들같은 놈한테 얻어먹는 것으로 기분이 풀어져서
모든것을 다 실토해 놓았지요.
제가 계산하여 "사장님에게 직원들 업무역량을 어필 할 만한 사람"을 추려서 계속 내가 평가한 "잘 되어야 하는 직원"에 대한 것을 세뇌시키듯 계속 이야기 하고 다녔는데
기본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기 좋게끔 충분한 아부(친해지기)를 통해서 관계를 이루어 놓았고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일하면서 겪은 "회사에 돈 벌어주는 사람/벌어줄 사람"이라는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해서 발언권 있는 사람들에게 주입시켰더니
세뇌된 사람들이 사장님 앞에서 그대로 서술했다는 것을 이사님을 통해서 확인하였어요.
제가 찍은 사람들은 저 다음순서로 급여가 오르고, 승진을 하였습니다.
회사 내에서 부장님 말고는 이 작전을 아는 사람이 없어요.
1년밖에 안된 사원 나부랭이새끼가 과장진급을 시키고, 차장진급을 시켰다는 소리를 누가 믿겠어요
제가 이번 이야기를 쓴 이유는
"아부"라는 사회생활 기술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나는 깨끗해" 라면서 결코 그러지 아니하려고 노력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입니다.
[당신들, 그 노력은 완전 헛된 노력이에요. 고개생만 하겠네요]
진정한 의미로는, 아부하라는게 아닙니다. 친해져야 합니다.
내 이야기를 받아들일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을 적응시켜야 합니다.
내가 적응하는 만큼 내 주변도 적응시키세요.
내 영향력, 권한은 내 스스로 얻어내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스스로 그렇게 인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리더십으로 성장 할 거에요
아부라는 내용으로는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쓰고나서도 난해하네요
아부의 영역을 뛰어넘는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