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 회사에 출근 후 한달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일단, 새 팀장님과 사장님과는 나름 제쪽에서 2차면접을 제안하여, 1+2차 합쳐서 8시간 이상 면접을 진행하고 결정한 만큼 제가 지금까지 생각해오던 당연한 것들,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납득이 됩니다.
새 회사에 적응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은데
순서적 측면에서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를 따지자면 아래와 같아요
1. 사수가 너무 바빠서 많은 시간 집중적으로 교육 받기 어려운 점
2. 조직을 활용하는 범위수준을 완전히 재설정하여, 습관 전반적인 부분을 새로 설정해 나가는 점
1번(사수와의 교육시간) 문제는
사수 업무가 어느정도 정리되거나 혹은 회사로 복귀 할 때 까지 기다려서 해결했습니다.
왜 일도없는데 안가느냐고 하더라구요.
"팀장님 교육 받으려는데, 한 일주일 지내보니까 심야밖에 시간이 안나다보니 매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지금 회사는 15시 퇴근을 허락한 곳 입니다.)
저는 제가 일본팀을 맡아 진행하면서 야근을 하지 않기 위해, 지금 야근을 해서 나쁜습관을 빠르게 고치고
업무스킬을 쌓을겁니다.
2번(습관의 재설정) 문제는
지금까지 업무경력상 판단을 위임할 조직도 제대로 없었거나, 있더라도 저만이 특별한 입장에서 업무를 추진하다보니
저 말고는 해당업무에 대해서 판단할만한 기반이 없었습니다.
결국, 혼자 판단결정하고 혼자 실행하는 상황이었어요.
뿐만아니라, 전 회사에서는 작아도 조직다운 규모를 갖추었는데, 사장이라는 사람이 사장으로써 기본을 갖추지 못했습니다.(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사장이면, 사장의 위치에서 경영판단과 책임을 져야 합니다만
팀장을 통한 보고도 완전히 먹통임을 확인하고
이사를 통한 보고또한 먹통임을 확인하고
팀장과 이사의 무능함/무책임함을 지적하고 직접 사장님에게 들이대 보았지만
그들이 무능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확실하게 알게된 시점부터
저는 사장님 지시사항이 아닌, 제 스스로 생각하는 "회사이익을 위한, 사장님 이익을 위한" 판단을 "연습" 한다는 생각으로 행동했거든요.
아직도, 스스로 계산해서 판단하려는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사수는 이것이 매우 강력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평가되는데, 장점만을 남기기 위해서 지금 조직을 활용하는 "기본"을 익히도록 매일 저를 갈구어주시고 있습니다.
사수에 대한 평가는
면접에서 올가미를 쳐서 읽어낸 점들이 거의 그대로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첫째로. 저는 면접에서 사수가 보여주었던 업무사상에 격하게 공감하였는데
1. 모든 책임은 내가(팀장) 진다. 너는 영업만 잘하면 된다.
2. 조직이익을 위한 행동결정을 해라. 그 책임을 혼자 떠안지 않기 위해서 조직을 이용하는 기본을 익혀라.
3. 상식을 초월해라. 이익을 내기 위한 합리적 방법이 계산되었다면 그에 필요한 비용/시간 모든것은 내가 책임진다.
저는 업무계획을 세워서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문구 하나하나 불필요한 책임의 씨앗을 심는 표현들을 걸러내고
책임이 회사/조직이 되도록 하며, 오해없이 의사가 전달되도록 하는 훈련을 실제로 하고 있습니다.
행동결정에서는 제 솔직한 표현력을 앞세워, 아주 빠르게 개선해 나가고 있는 부분인데
안그래도 "조직의 이익이 내 개인의 이익이 되는 긍정적 이해관계"를 처음부터 요구했고, 회사에서는 그를 증명하기 위해 다소 부족하지만 현재 실행중인 인사보상계획에 대한 것을 설명해 주었었거든요.
이제는, 제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조직이익을 위한 행동결정"에 대한 훈련도 같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회사이익을 위해 다소 나를 희생한다"라는 개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회사이익을 추구하면서 나를 투자하고, 일방적 내 희생이 없도록 한다" 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회사가 작고, 관리업무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회사지만
나름대로 회사와 직원이 상호 납득할만한 기준을 세우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그래도 회사 오래다니신 분들은 더 좋은 회사와 비교하면서 불만을 늘어놓지만요...)
예로, 이전 회사에서는 자차이용 유류비를 km당 200원을 주면서 기름값보다 더 많이 준다면서 죽는소리를 했는데
지금회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계산표를 두고 비용을 내어줍니다.
현재 유류비기준 + 자동차 감가상각비(차량가치 2600만원, 수명20만 킬로 설정하여 1km당 감가상각비 130원 추가)
그래서 현재 km당 330원의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 관리기준으로 청구해가는 직원은 영업담당인 저 밖에 없는 상황이니, 현재 유류비보다 30% 이상 높은 과거의 km당 200원의 유류기준은 당분간 그냥 두겠답니다.
일종의 추가보상이에요
이전 회사는 규모적으로 영업용 차량을 구비해야함에도 불구하고, km당 200원으로 내 차를 활용케 하였으니
저로써는 매번 손해보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회사에서는 오히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모든 부분이 이러하지는 않지만, 일단 제 입지를 확보하고 나면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요구가 "경영관리도 잘 모르면서 니 입장만 내세우는 개소리" 와 같이 취급되지는 않을 것 같네요.
3번 항목(상식을 초월해라)
이게 가장 마음에 들어요.
이전 회사에서 제가 사장님 가족들에게 항상 말했던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의 속성을 무시하지 마라"였는데요
일본영업담당이면서, 일본영업활동할때 경비 100만원이 아깝다면서 "사수가 있어서 안가도 되는데 왜 가냐" 라고 하는 회사였거든요. (제 성격상, 내 연차쓰고 내돈내고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사장님에 대한 도전이 된다면서 부장님이 말리고 말려서 참았습니다...근데 한두번이 아님)
저 뿐 아니라, 제 사수가 영업신입일 때, 아무래도 통화해서 감이 좋으니 일본으로 날아가서 얼굴보고 대화해야 할 것 같은데, [전화로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왜 일본을 가냐] 라고 했던게 바로 전 회사 사장이란 사람입니다.
*전 사수.부장님도 자기돈으로 비행기표 사서 일본가서 거래 성사시키고, 지금은 회사매출 80%를 맡으면서 당시와 비교해서 회사 매출규모는 3배가 커졌네요*
영업활동에 대해서는, 일반상식 수준의 접대(밥/술 등 유흥) 뿐 아니라
제가 생각하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모든 영향있는 활동에 대한 경비지원을 해준답니다.
행여 경영판단에서 제 의도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더라도, 그 책임은 사수가 지겠다고, 망설이지 말고 행동하라고 해주니 아주 든든합니다.
그리고 어지간해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활동내역이라면 사수와 검토해보고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내돈으로 메꾸고 점차적으로 사장님 이해를 받도록 하면 되지 않겠어요??
이런 경험이 있어요
금형을 만들다 보면, 금형으로 찍어낸 제품이 높은 치수정밀도를 가져야 하는 경우
조립이 될 상대물의 조립부분을 구현하여 가조립 해보는 "측정구"라는걸 만들거든요.
저는 이런 측정구 전문업체를 찾아 외주를 주었고
까다로운 일본 요구사항을 처리하다 보니, 진행곤란에 몇번 빠지고, 익숙치 않은 측정구 용어들이 잘 전달되지 않고, 제작업체의 고충이 저로써는 이해가 잘 안되는 그런 상황이 계속 일어났어요
이때문에 거래처 사장님은 매일 측정구를 들고 회사를 들락거렸고
납기도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기름값 등 부대비용으로 이미 손해를 보는 상황까지 일어났습니다.
제 판단은
[못하겠다고 퍼져서 내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
[하청 사장님에게 나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있고, 희생을 분담한다는 것을 보여주어 업무를 끝까지 책임져야 겠다]
이런 계산을 가지고, 이후 몇 차례의 이동/협의 업무를 제가 트럭을 몰고 샘플을 싣고, 일본담당자가 상주하는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하청사장님까지 3자가 얼굴을 보고 그자리에서 협의를 이끌었고
금형업체와 측정구업체간 용어차이는 실물조립과 당초발주처의 설명으로 모두가 무리없이이해했고
긴박한 막판 납기에 맞추어 훌륭한 품질의 측정구를 납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뒷날 일이 터졌지요
[왜 외주업체 맡겨놓고, 우리회사 기름 들여가서면서 니가 왔다갔다 했냐]
라면서 욕 존나게 쳐들었습니다. ㅆㅂ
이번 회사가 무엇보다 좋은 것은
위 사례와 같은 경우는
단편적인 면만 보자면 담당자의 불필요한 업무개입으로 회사 손실을 초래한 것이 맞습니다만
전체를 보면, 고객신용을 지켜낸 것이고, 이후 측정구 제작의뢰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실수 여지를 미리 경험이라는 방법으로 공부한 것이니 손실의 가능성을 줄인 것이며, 외주처 사장님 입장에서는 타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적극적인 담당자 대응으로 그 신뢰가 한겹 두텨워 졌으니, 필요에 따라 무리한 요구도 더 잘 해주고 싶은 인간 심리적 관계가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전 회사는 [그건 니 생각이고, 나는 듣고싶지 않고 어쨋든 넌 회사차량을 불필요하게 썼어] 라는 식이었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니 생각의 과정을 모두 풀어놓아봐, 난 이렇게 생각할 뿐이다] 라는 방식을 취하거든요
이 방식이 정말 좋은게, 내 생각을 한 개인(이전 회사에서는 부장님이었지요)이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이 받아들여주는 것이고, 이것이 점차 누적되고나면 단편적으로 보이는 담당자의 비상식적인 판단조차 신뢰를 가지고 지켜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에요
이런 상호 신뢰가 쌓여야만, 상식을 초월하는, 경쟁자가 쓸 수 없는 입체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글을 쓰는 이유는
3개월간 가족/친구들에게 모조리 연락하지 말 것을 당부해 둔 것과 같은 이유에서여요.
앞으로도 충분히 회사에 적응하고 밥값을 해내는 시점까지 빈번한 글작성은 없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