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안철수가 아닌 강철수 혹은 독철수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보니 보기 괴롭더군요. 12년에 출마 의사를 밝히며 차분히 자기 의견을 말하던 안철수가 훨씬 강해보이거든요. 물론 여전히 그때의 출마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억지로 긁는 목소리. 어딘지 불안한 시선과 머뭇거리는 팔놀림. 왜 안철수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성 정치인'이 되어야 하나요. 안철수는 안철수여야지. 새정치가 실종된 것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근래 경선 과정에서 본 문재인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기는 햇습니다만, 결이 좀 다른 느낌입니다. 같은 연기라도 문에게서는 절박함이 느껴지죠. 제가 문빠라서? 그것도 맞는데, 한쪽은 정권교체가 목적이고 한쪽은 특정인을 이기기 위해서니까 결이 다르죠. 민주당이 집권당도 아닌데 '문재인을 이길 사람 누구입니까!' 하면서 절박감이 깃들겟어요?
안철수가 스스로 만든 강철수라는 가면이 덫이 될 수도 잇겟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안철수는 정말 물러나야 할 때조차 '아냐, 나는 강철수야.' 하게 될 지 몰라요. '강철수가 되겟다' 선언한 시점에서 끝난 겁니다. 그건 그냥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어 잇어야 하는 거에요.
저는 오랫동안 제가 가진 것보다 못 가진 것에 대해 먼저 생각햇엇죠. 생각을 바꿔먹는데 정말 오래 걸렷고, 지금은 그냥 좀나아졋을 뿐이구요. 그래서 안철수가 꾸는 강철수에 대한 꿈이 좀 안타깝습니다. 아직도 기대가 전혀 없진 않거든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