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는 도주거리(Flight Distance)라는 것이 있음. 동물에게 일정거리 이내로 낯선 존재가 오면 도망가는 거리를 말하는 것.
근데 그 거리는 동물 개체마다 차이가 있고, 이러한 성향은 유전됌.
예를 들면 늑대 중에서도 도주거리가 긴 놈과 짧은 놈이 섞여 있었는데,
도주거리가 짧은 놈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오래 인간 마을에 붙어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 때문에
음식 찌꺼기 등이라도 얻어먹어서 생존에 더 유리했고 가축화되기 시작해서 개가 되었다는 것.
이게 학계의 통설인듯.
실제로 러시아에서 도주거리가 짧은 것을 기준으로 골라낸 은여우를 계속 교배시켰더니
개 같이.. 외모와 성격이 순하게 변한 연구가 있어서 설득력이 높음.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학술적인 설명과 과정이고
실재로는 그렇게 복잡하게 바뀌었을까?
그냥 늑대를 사냥하고 발견한 새끼들을 가져와서 키우다보니 가축화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린애가 늑대 새끼들을 귀여워 해서 그냥 데려다가 키웠던 것 아닐까?
현실이란 때로는 어이없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
논문에는 쓸 수 없는 말이지만, 아마도 이런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음.
참고로 개코원숭이 중에 강아지를 납치해서 무리의 일원으로 키우고, 지들의 보디가드처럼 써먹는 예도
발견되긴 했음.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물론, 그렇게 처음 시작되었다고 해도 결국 가축화되는 과정에서 키우는 개 중에서도
좀 더 사람을 안 두려워하는 개체가 인간 사회에서 더 잘 살아남았고,
결국 도주거리가 중요했을거라고 봄. 학설 자체를 무시하는게 아님.
글이 생각보다 장황해졌는데,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학술로써는 믿을 만한 설명 밖에 못하지만,
현실은 훨씬 간단하고 의미없는 일 때문에 뭔가가 굴러가기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