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이 일어난 것은 유감이지만.. 일부 사람들은 공개처형을 하라느니 대통령이 미국가서 석고대죄 하라느니.. 이런 반응은 진짜 촌스러운 일임. 질 나쁜 농담이면 모를까 진심으로 한 말이라면 한국이 근대화 도중에 있는 일본 수준처럼 느껴지는 반응이고, 촌스러움이 도가 지나치다고 해야 할 듯.
1891년, 메이지 유신 후의 일본이 서구 열강의 눈치만을 보며 전전긍긍 시기에 오츠 사건이란게 벌어짐. 일본을 방문한 러시아 제국의 황태자 니콜라이 2세가 오츠 시에서 경호를 맡고 있던 순사 츠다 산조에게 갑작스럽게 칼을 맞은 사건임. 다행히 살인미수로 끝나고 니콜라이는 살았지만 이 때문에 러시아랑 전쟁하고 식민지화 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일본인들은 전국민적 단위로 사죄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급기야는 전혀 상관도 없는 한 일본 여자가 유언으로 사죄를 남기며 자살했을 정도. 그리고 당연히 범인에게는 사형을 요구함. 메이지 정부도 무서워서 러시아에 사죄해야 한다는 이유로 3권 분립조차 무시하고 뒤로 몰래 사법부에 사형을 선고하게 압력을 넣었지만, 법관 고지마 고레카타가 그걸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외압을 물리치고 무기징역을 내렸다는 것이 결론임. 러시아는 딱히 뭔가 조치를 취하진 않았음.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게 어떤 불이익을 줄지는 모르겠음. 하지만 한국이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꾸민 흉계도 아니고, 한 사람의 우발적 테러였을 뿐인데 그걸 빌미로 한국에 미국이 불이익을 주려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미국이 음흉한 것임. 그렇다면 애초에 이미 미국은 한국에 꼬투리를 잡아 뭔가를 하기로 결정되어 있던거니 석고대죄니 공개처형 같은 미개하고 촌스런 방법 가지고 막을 수도 없는 거고. 이런 반응 자체가 메이지 일본의 서구에 대한 공포처럼 한국 국민들이 미국 눈치를 심하게 보고 은연중에 공포의 대상으로까지 보고 있다는 심리가 묻어나오는 것인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