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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등등] 전여옥 간담회의 기억 (0) 2011/11/23 AM 11:44
우연치않게 오유에 왔다가 꼭지돌게 하는 리플을 보고 글 올립니다.
타인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모르면 닥치고 지켜보는게 사람의 도리입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로 다른 사람들을 "손가락 두들길줄 알지 막상 밖에서 말도 못하는 병신들"들로 폄훼하는
개념없는 분의 면상을 구경하고 싶네요..

2004년 당시 정사갤에 서식할 때부터 얘기해드리죠.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당하기 전까지는 사랑방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돌아가는 얘기나 하던 갤러리였습니다.
회원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유저 대부분이 나이가 있고 고정 닉네임을 사용해서 정체성들이 있었죠.

탄핵이 터지자 정사갤 사람들이 논의 끝에 탄핵반대집회에 참가하자고 결론이 났고 바로 준비에 들어갑니다.
오프에서 만나보니 직업군이 의료인, 한의사, 법무사, 만화가 등 다양하게 있어서 각자 역할분담을 하고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본격적으로 가담했습니다. '물은 셀프' 구호.. 대형 개죽이 깃발.. 모두 그때 그 사람들이
준비하고 유행을 시켰던 겁니다.

http://dica.dcinside.com/study_listN.php?id=536&code1=50&code2=60&s_mode=&s_que=&page=4&

이런 활동으로 인터넷에만 몰두하는 소위 '폐인'들에 대한 시선도 많이 개선시켰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탄핵정국이 지나가고 바로 다가온 총선(탄돌이 정봉주 당선)에서는 정사갤에서 투표부대를 만들고 관련 이미지들을
제작하고 햏자인형까지 제작해서 투표독려 활동을 합니다.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각 지역별 거주자들이 팀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http://dica.dcinside.com/study_listN.php?id=430&code1=50&code2=60&s_mode=&s_que=&page=4&

다들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정말 열정적으로 했고 총선 개표 방송을 끝으로 투표부대활동도 막을 내렸습니다.


그 이후에 정치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키고 정치인이 우리와 유리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간담회를
준비하고 실행합니다. 1회부터 3회까지 전부 간담회였고 준비팀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1회 간담회는 김근태 전 장관이었고 시청 앞 호프집에서 맥주 마시면서 정치 얘기 사는 얘기 나눴습니다.
정치사회갤러리 이름으로 감사패 증정하고 기념사진 찍고 화기애애한 친목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2회 간담회는 임종석 의원을 강남 호프집에서 만났고 운동권 시절의 이야기, 국가보안법 이야기 등을 했습니다.
이 두 번의 간담회 때는 언론이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jaehak1972&logNo=120006102748&parentCategoryNo=10&viewDate=¤tPage=1&listtype=0

드디어 문제의 3회 간담회인데.. 사실 저는 전여옥 의원을 만나는 것에 대해 무척 반대를 했습니다.
정치인으로써 김근태, 임종석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것이 우려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갤러리 내에서조차 여당 인사만 만나면 의미가 없다.. 이러니 노빠갤러리라 오해받지 않느냐 하는 여론에
전격적으로 전여옥 의원과의 간담회가 성사됩니다. 그러나 인물이 인물인지라..

아니나다를까 전여옥의원과 간담회를 한다고 알려지자마자 이전에는 갤러리에서 볼 수 없었던 유동닉네임의 유저들이
난입하기 시작합니다. 오크 죽여라, 사냥해라.. 찢어발겨라 등의 글을 올리고 리플을 달면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준비위원들이 이전 1회, 2회 간담회 형식을 설명하고 이번에도 호프집에서의 친목형식이라 언론매체에 설명했음에도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디시햏자 vs 전여옥의 대결로 몰아갔습니다. 갤러리 또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토론 배틀이라 떠들었습니다. 그래서 준비위에서는 그럼 참가자를 모집하겠다. 패널로 나올 사람은 나와라 했죠.
.. ㅎㅎ 아무도 안 나서더군요.
최종 패널로 앉은 사람들이 한의사, 사법고시생(지금은연수원졸), 회사원이었습니다. 대화 내용을 녹취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정사갤러리 게시판에서 리플로 실시간으로 중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많은 언론사에서 취재를 나왔고 그들은 기대했던 장면이 연출되기를 기다렸을겁니다.
뭐..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물어뜯을려는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형평성의 문제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소위 '말싸움'은 없었습니다.

사실 질문자의 물음에 전여옥 의원이 너무 두리뭉실하게 선문답식으로 대답을 하니 김이 많이 빠졌습니다.
그 중에 한 예가
'전여옥 의원께서는 탄핵정국에서 박근혜씨의 부드러운 지도력이 대단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독재자인 아버지 박정희의 향수를 배경으로 보수 세력의 위기감를 고조시켜 총선에서 선방했다고 본다.
이것 외에 말씀하신 박근혜 특유의 부드러운 지도력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나 정책에 대해 알려달라.'
그에 대한 답변으로 전여옥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리더쉽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을 기반으로 여러 계층 아우를 수 있는 지도력이 장점이다.'
라고 답했죠.
어떤 분위기였는지 짐작이 가나요?
패널들이 나름 열심히 준비해왔었는데.. 나꼼수 23회에서 홍준표대표가 곤란할 때마다 뻘소리하던 그 상황이라
비슷하게 진행됐습니다.

http://blog.naver.com/hhiucvld/140100562826

사실 전여옥 입장에서는 현명한 것이었죠. 네티즌과 대화하는 그림도 만들고요.
언론플레이가 원래 목적이였을겁니다.

준비위에서는 질문자들을 현장에서 선별해서 공격적으로 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이미 간담회 전에 공지를 했고
전여옥 의원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공격을 하고 싶으면 현장에 나와달라고 했지요. 하지만 그런 사람 없더군요.
갤러리 수없이 들어왔던 유동닉의 '아가리파이터'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죠.
당시 각자 2-3만원이었던 간담회 회비가 없어서였을까요?

http://board5.dcinside.com/zb40/view.php?id=news_pain&page=1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64

그런 와중에 안티전여옥이라는 다음까페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한 명이 질문을 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인신공격성에
논리조차 엉망이라 제가 듣기에도 민망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어영부영 대충 접자는 분위기가 되고 맥주 한 잔씩
했습니다. 나중에 그 장면이 사진에 찍혀 전여옥 의원에게 '맥주 얻어 마시고 골뱅이 비벼 먹었다'라고 되더군요.
그렇게 간담회 마치고 여차저차해서 방향이 같은 조선일보 기자 둘을 태우고 귀가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들도 별종은 아니더군요. 먹고 살기 위해 조직 생활하는.. 뭐 알고 지내고 싶지는 않았구요.

아무튼 간담회 후폭풍이 장난아니더군요. 온갖 사람들이 다 와서 정사갤 사람들을 욕합디다.
조롱도 심했습니다. 발렸다.. 입만 살았다.. 하여튼 대단하더군요. 정작 아무 것도 안하던 인간들이.
결국 갤러리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했고 저도 그 무렵 접었습니다.
몇달 후에 제가 쓴 글이나 리플을 지우려고 들어갔더니 전라도, 노무현 욕하는 갤러리로 변해 있더군요.
게시글 조회 수 보니 많아야 몇 십 번.. 댓글 몇 백개는 우습게 달리던 곳 맞나 싶더라구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 때 그 사람들 남 피해 안주고 어떻게든 사회에 좋은 일 해 볼까 했던 사람들이고
촛불집회참가, 투표부대 활동, 간담회 준비 모두 갤러리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회비를 걷어 비용을 충당했습니다.
인형제작, 피켓&깃발 제작, 음향기기 대여, 현수막 제작, 호프집렌탈까지 정사갤 사람들이 다 한 겁니다.
얻어 먹은 적 없고 다른 갤러리 사람들과 연대해서 촛불집회 때 김밥 말아서 뿌린 사람들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짧았던 시간이지만 열정적이었던 그 사람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현실정치에 부정적이었던 제게 참 좋은 추억을 선물해 준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의 열정이 그저 '찌질이들의 못난 짓'으로 폄훼받는 것이 참 슬프고 화나네요.
더구나 행동하지 않으면서 입으로 떠들던 사람들이 더 심하게 돌팔매질 하더군요. 쪽팔려서 그런가..

뭐.. 길게 썼지만 결론은 간단합니다.

'모르면서 함부로 남 까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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