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에서 오전에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도
바로 움직이지 못하는 직업 특성상 하루종일 얼굴에 가면을 쓰고 일하다
느즈막히 도착한 장례식장.
친할머니.
그시절을 보낸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부모님이 바쁘면 으례 할머니가 모든걸 다 처리해 주었다.
그게 배고픔이던..사랑의 손길이던...
직접 맷돌로 갈아만든 콩국은 많이 비렸고 밭에서 키웠던 옥수수는 통조림보다 많이
딱딱하고 가지각색이였다.
다 카서 차려주신 밥상 반찬속엔 흰머리카락이 자주 나왔고 간이 맞았던 국들은
애매모호한 맛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은 먹을 수 없는 그 할머니 집밥.
이젠 더이상 구부정한 허리와 시원찮은 다리로 산나물 뜯으러 안다니셔도 괜찮을듯....
한 여름 그 더위에 버스 종점에 찐 옥수수 고무 다라이 머리에 이고 나가
길바닥에서 손주 과자값 벌지 않아도 괜찮아요.
손주도 벌써 40이 넘었거든요.
터져나가는 손가락에 흰 반찬고 붙이지 말고
푹 쉬세요. 올라가서는 로션 좀 듬뿍 바르고...
가는 길 내내 길 잃지않게 향 계속 피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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