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브라
요즘 왜 그렇게 남녀 성대결 기사가 많이 보일까? 오늘도 하나 논란거리가 올라왔더군. 숙명여대에서 대자보를 올렸데. 숙명인들의 탈 브라 꿀팁을 적어주세요. 얼마나 획기적인 꿀팁이 올라왔을까? 마침 숙명여대 견학 온 경인중 남학생들의 댓글도 달렸으니 살펴보자고.
‘정답, 한국 남자를 죽인다.‘ 흠, 꽤 과격한 발언이군. 이건 너무 관심을 끌려고 한 나머지 오버한 거지. 그 외에는 다 부족해. 이건 뭐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는 거지. 브라 차기 싫다고 살인은 너무하잖아. 게다가 왜 한국 남자야. 외국 남자는 다른 거야?
여기에 달린 댓글은 뭐게? 지랄. 단 두 글자로 이 의견은 쓰레기란 걸 표현했어. 정말 효과적으로 상대를 발라버렸단 말이야. 무논리엔 무논리로 대응한다. 멋진 방식이야.
다음도 보자. ‘사람들도 제 가슴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 관심 갖는 사람은 가랑이를 쭈차삐세요.‘ 우선 쭈차삐세요라는 정감 있는 단어가 보기 좋아. 표준말은 어떻게 적는지도 모르겠지만 어감이 확 살아난단 말이지.
아무튼 분석해 보자고. 헷갈리는 부분이 너무 많아. ‘관심‘이라는 단어 선택이 애매하단 말이지. 관심은 좋은 거 아냐? 글쎄, 음탕한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보는 걸 말하는 걸까?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 그럼 힐끗 훔쳐보는 건 괜찮나? 기준이 대체 뭐야? 게다가 왜 이렇게 폭력적으로 해결해. 죽이는 거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여기에 달린 댓글은 정말 감탄이 나온다니까. ‘응 A’. 이번에도 단 두 마디야. 그런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상대방을 뚜껑 열리게 한다니까. 중학생의 창의력은 대단해.
그렇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어. A컵이 어쨌다고? A컵의 멋짐을 모르는 애송이들이란 거지. 역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인생의 경험이 아직 부족하단 말이야. 가슴이란 그게 크건 작건 다 아름다워. 처지건 짝짝이건 다 매력이 있다고. 주제에 벗어날지도 모르지만 이 자리의 여성분들에게 부탁드려. 가슴 성형은 하지 말아줘. 그 매력적인 가슴을 왜 공산품으로 만들어버려.
자 마지막 문장이군. ‘한국남자 못생겼다’. 이게 브라자 안 차는 거랑 무슨 상관이지? 설마 그런 거야? 잘 생긴 남자 앞에선 노브라로 다니겠는데 못생겨서 차고 다닌다? 그리고 왜 또 한국남자야. 원빈, 공유는 한국남자 아니야?
여기에 대한 댓글은 ‘니도 못생김’. 앞에 것 보단 임팩트가 없어. 그래도 다행인건 한국여자 못생김이라고는 안 했다는 거지. 싸잡아 묶는 우는 범하지 않았어. 이 정도면 신사적인 대응 아니겠어? 너 자신을 알라 라는 철학적 반성을 주는 문장이지.
티격태격 재밌잖아. 난 괜찮다고 봐. 이게 무슨 남혐 여혐이야. 누나들이랑 풋풋한 중딩 남자애들이 밀땅 한 거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탈브라에 대한 내 생각을 알려줄까? 우선, 여성분들에게 고마워. 브라자를 차 줘서. 노브라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 그건 정말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라고. 중학교 때 기억은 이제 가물가물하지만, 단 하나 내 머릿속에 박혀서 지울 수가 없는 추억이 뭔지 알아? 검은 비단에 출렁이던 노브라의 국어선생님이셨어. 절묘하게 솟아오른 봉우리, 하늘하늘 검은 결에 비치는 절묘함.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 보지 말아야 된다고 머리는 생각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있다고. 야동? 그런 거는 비비지도 못해. 어떻게 봤냐고? 아침 7시 20분에 학교 가서 여자화장실 청소하다가 봤지. 그 이후론 내가 지각하는 법이 없었다고. 한번이라도 그런 기회를 다시 만날까 봐.
이렇게 노브라는 핵폭탄급 매력이야. 헤어날 수가 없다고. 브라자로 감추기라도 해야 사회가 굴러간다니까. 그러니 불편하더라도 세계평화를 위해 여성분들이 참아줘. 이 자리에서 절할게.
그리고 댓글 단 경인중 남학생들. 정말 대단한 걸. 견학 중에도 대자보에 댓글도 남기고. 그러나 너희들도 크면 알거야. 여대 견학할 수 있는 건 너희 인생에 있어 축복이야. 학교에 전화도 많이 온다며? 지금이 기회야. 내가 썼다고 당당히 밝히고 숙명여대에 한 번 더 불려가. 그리고 최대한 많은 누나들을 만나 봐. 너의 매력을 뿜어내라고. 진짜, 넌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행복한 자식.
남녀가 언제 싸웠다고. 서로 가슴으로 대화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