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미국판 운수 좋은 날이라는 기사를 봤어. 백반달러, 우리나라로 치면 13억에 당첨된 세브스타노씨. 드디어 가족과 즐길 수 있는 인생이 펼쳐지나 했는데 웬걸. 건강검진 결과 뇌와 폐에 암이 있는 거지. 당첨되고 3주 후에 세상을 떴어.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말도 있지만, 이런 경우엔 특히나 마음이 아프다고.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나로선 상상도 하기 어려워. 신밖에 원망할 수 없을 거 같아. 그런데 의지할 곳도 신밖에 없을까. 감상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왜 그가 이런 안타까운 일을 겪어야 하지? 그래, 건강검진도 받을 돈이 없었던 거야.
갑자기 이런 생각도 들어. 병으로 죽는다면 병원비가 부족한 게 아닌지 생각해 봐라. 세계최강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겨우 이 수준이야? 무기 계발비로 의료보험이나 제대로 하라고 해.
아무튼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꽤 근사한 의료보험을 가진 걸로 들었어. 무료건강검진도 있지. 여기 받아 본 사람? 오, 직장 다니는구나? 어떻게 아냐고? 나 같은 2, 30대 백수는 건강검진 대상에도 들지 못하거든. 그런데 이게 2019년 1월 1일부터 바뀐다고! 우리도 국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바뀌거든. 백수들 소리 질러!
그런데 막상 검사 항목을 보니 기대만큼은 아니더라고. 비만, 혈압, 시력, 청력 뭐 그 정도더라고. 피검사하고. 아, 특별히 정신과진료가 추가 됐대. 나라님들도 아는 거지. 취업 전쟁 속에 불모지가 되어 버린 우리 머리가 걱정됐나 봐.
내심 암 검사를 해 줄 거라 기대했거든. 우리가 제일 걱정하는 건 암이잖아? 근데 그건 40세 이상부터더라고. 대장암은 50세 이상부터고. 아, 자궁경부암은 20세 이상부터 가능한데 나야 자궁이 없으니. 전립선암은 안 해주나?
좀 걱정이 된다고. 드디어 40이 되어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암검진을 받는 거지. 그런데 암 선고라도 받아 봐. 암검진을 받을 수 있는데 왜 살지를 못 하니! 상상만 해도 토 나와.
그러니 좀 더 분발하자고. 백수도 일반검진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어. 여기에 만족할 순 없지. 왜 40이상부터 암검진이야. 20대부터 받을 수 있도록 화끈하게 가자고. 돈이 없어서 이러쿵저러쿵 못한다면, 39부터 차근차근이라도 대상을 늘려가자고. 여기 젊은 친구들 동의해?
이렇게 된 이상 건강보험공단으로 간다. 오케이. 사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