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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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수능 사진에 담긴 여학생 (0) 2018/12/04 PM 06:19

수능 사진에 담긴 여학생

 

 

올해 수능도 끝났어. 수능에 대한 여러 기사가 났지. 그 중에서 이런 것도 있더라고. 올해도 수험생 사진은 모두 여학생이었다. 남성 중심적 보도 관행 여전. 이게 대체 뭔 말인지 처음엔 이해가 안 갔어. 기사를 보니 메이저 신문들에 걸린 수능광경 사진을 보여주더라고. 그 있잖아. 교실에서 시험지 받고, 밖에선 응원하고. 아무튼 기사 말이 사실인지는 직접 확인하진 않았어. 내가 신문 다 받는 것도 아니니까 뭐.

 

난 살면서 이 사실을 처음 알았어. 그 전엔 신경 쓰지도 않았다고. 누가 생각했겠어. 수능기사에 사진들을 다 모아보며 여자만 나오네. 이건 이상해. 이런 엿같은 여성 차별 주의 보도.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야. 아니 농담이 아니라, 이 기사를 쓴 기자에게. 통찰력이 있다고, 이름을 보아하니 남잔데 말이지. 어떻게 이걸 발견하고 유추했지.

 

근데 여학생만 나오는 게 남성 중심적 보도 인지는 좀 의문이 들어. 오히려 남자들만 신문을 장식하는 게 남성 중심적 아닌가. 안 그래? 아니면 여학생이라서 문제를 삼은 걸까?

 

난 신문기자들이나 사진촬영가가 남성 중심적 사고를 갖고 의도적으로 여학생들만 찍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것 까지 따지는 주도면밀한 남자는 흔치 않다고. 그냥 본능이 아닐까. 그래 본능이야.

 

기자 중엔 여성을 많이 봤어도 무식하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건 남자만 봤거든. 정치인, 기업인 사고 쳤을 때마다 카메라 들이대는 장면을 떠올려봐. 다 남자지? 그래, 아무래도 무거운 장비 들고 다니기엔 남자가 유리해서 그런 것 같아. 이거 성차별아니지? 그냥 남자가 하기 좋다고.

 

아무튼, 나도 남자지만 여기 계신 여성분들, 본인이 남자 사진촬영가라 생각해봐. 자기 카메라에 남학생 찍고 싶겠어, 여학생을 찍고 싶겠어? 당연이 여학생이라고.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기 과거를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한 녀석이었는지 회상이 된다고. 그런 그가 남자애들을 자기 사진에 남기고 싶겠어? 전혀!

그런데 옆을 봐. 아직 꿈이 가득한 여학생들을 보라고. 아무렇게나 찍어도 의미가 되고 작품이 된다고.

 

이러니 수능사진에 여학생 사진 밖에 없지. 이걸 남성 중심적이다, 남학생 사진들도 올려라 라고 의도적으로 지시할 순 있겠지. 근데 이것도 이상하잖아. 그래, 내가 촬영기자라면 화가 나겠어. 나의 소울이 담기지 않은 남자사진을 찍어야 한다니.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자고. 여성분들 중에도 사진 촬영 좋아하시는 분들 많잖아. 그 분들이 진출하면 상황은 달라질 거야. 아무래도 여성 작가 분들은 파릇파릇한 남학생들 찍기 좋아하지 않겠어? 이거 성차별이야? 아니 진짜로. 난 진지하다고. 잘못했으면 말해줘. 그래야 내가 알아먹어.

 

남자가 여자 사진 찍는데 이유가 있어? 반대로 여자가 남자 사진 찍는데 뭐라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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