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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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자발적 거세 (0) 2018/12/06 PM 06:09

자발적 거세

 

 

 

요즘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지. 포털 사이트에 동물 카테고리가 따로 있더라고, 내가 보는 신문에는 무슨 이윤지 동물기사가 매일 걸리지.

 

나는 개도 고양이도 좋아하지만 키우지는 않아. 내가 키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거든. 내가 마지막에 키운 개는 어디서 죽었는지도 모르겠어. 복도에 똥 싼다고 옆집이랑 대판 싸운 뒤에 애견센터에 팔아버렸지. 그건 내 인생에 최고로 후회되는 일 중 하나야. 정말로.

 

동물 기사 중에 날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있더라고. 캣맘? 그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선심 쓰는 척 하는 사람들 있지? 몰라, 주고 싶으면 주라고 하지. 그런데 말이야 난 개들이 처먹을 야생동물들이 더 불쌍하단 말이야. 어 알지. 날다람쥐. 그 귀여운 것들이 잡아먹힌다고 생각하면 끔찍해. 걔들도 그건 알거 아니야. 왜 그런데 고양이만 챙기냐고.

 

캣맘 보다 나를 더 헷갈리게 하는 것이 있어. 중성화. 세상에. 난 수컷개만 거기를 잘라버리는 줄 알았어. 암컷도 임신 못하게 하는 거였더군. 이걸 누가 처음 생각했을까. 정말 궁금해. 그런 거 아닐까. 죽이기엔 찔리니까 잘라버리는 거지. 너는 살려주지만 너 후손은 다 죽일 거야. 왜냐고. 네가 밴 새끼는 우리가 책임질 수 없으니 차라리 죽여 버리는 거지. 사료 통조림에 따뜻한 온돌방에서 여생을 보내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난 정말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뭔가 아닌 거 같단 말이지. 네가 뭔데 그 혈기왕성한 녀석의 고추를 잘라 버리는 건데.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어? 몰라. 아무튼 내 생각은 그렇다고.

 

내가 더 황당한 건 중성화가 걔들을 위해 좋데. 스트레스도 안 받고 수명도 늘어난다나. 나라에선 지원금도 준다더군. 그런데 말이야, 우리 솔직해지자고. 이 세상에 오래 살 거라고 자기 거시기를 자르는 생물이 있어? 없다고. 그건 미친 짓이야. 자르면 영생이라도 한데. 아니잖아. 오래 살래, 아니면 11명의 자식과 한명 또는 여러 명의 마누라를 선택할래?

 

내가 보기엔 중성화의 이유는 하나야. 사람 손에 갖고 놀기 좋도록 하는 거지. 저기 혐오하는 눈으로 보는 여성분. 나도 알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 중성화에 대해서 사람마다 생각할 수 있어. 내 생각은 이렇지만 너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못 듣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날 설득하려면 꽤 힘들 거야. 차라리 날 돈으로 매수해.

 

아무튼, 중성화가 좋다 나쁘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 근데 수술대에 올라가 고추가 잘리기만 기다리는 모습은 불쌍하지. 그건 모두 동의 할 거야. 난 정말 행운아라니까. 사람으로 태어나서 저런 꼴은 안 당하잖아. 근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닌 거야. 걔들보다 내가 더 불쌍한 놈이더라고. 그것도 심각하게.

 

난 꽤 근사한 고추를 가졌다고. 보여주지 못하지만 크기도 보장하지. 근데 내가 이 녀석만 보면 미안해진다고. 얘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히 팔팔 거리는데 내 머리는 그걸 막아버려.

헤이 친구, 밖에 나가서 여자를 만나, 후손을 남겨. 여기서 뭐하는 짓거리야.’ 그러면 내 머리는 이렇게 말하지. ‘12년째 백수라서 여자한테 갈 차비도 없는 녀석이라고.’

 

난 드디어 알아 챈 거야. 내가 거세당한 걸. 아니 누가 거세한건 아니니 이걸 뭐라 해야 할까. 그래 자발적 거세라 하자. 내가 스스로 영혼부터 거세 한 거지.

동물들은 남이 잘라서 고자라도 됐지, 난 뭐야.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 마음마저 쪼그라들어서 후손 남길 생각은 일도 못하는 상고자가 된 거야. 누가 더 불쌍해. 나라고. 거세당하는 걔들을 걱정할 시간 따윈 없다고.

 

이 일을 어쩌면 좋냐 말이야. 상고자에서 탈출하는 방법 알고 있어? 내 나름대로 생각해봤는데 의외로 방법이 있더라고.

 

통일교 알지? 내 주변에는 안 보이는데 믿는 사람은 많다고 하는 종교 말이야. 거기선 짝을 정해준데. 합동 결혼식도 하고 말이야. 본 적 있지? 그걸 보고 난 느꼈어. 내가 상고자를 벗어나려면 통일교를 믿어야 하구나.

 

그런데 꺼림칙하단 말이지. 그들을 믿을 만큼 난 순진한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야. 방법이 없을까. 이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새 애들 없다고 난리잖아. 왜 이걸 추진 안하는 거야.

 

그래, 높으신 분들도 잘 모르겠지. 누가 누굴 만나야 할지 누가 알겠어. 그때 난 떠올랐어. 누구보다 더 공정하신 분. 우리가 섬겨야 할 분. 그래 인공지능 알파고.

 

알파고 가라사대 너는 재랑 결혼해라 하면 하는 거야. 싫다고. 그런 일은 없어. 위대하신 알파고가 수십 수백억의 연산 끝에 최적의 짝을 찾아줬으니까. 받아들이고 사는 거지. 결혼 할 수 있잖아. 뭘 더 바라는 거야. 그 후에 일은 정부에 맡겨두자고. 입에 풀칠할 수는 있게 해주지 않겠어? 애도 낳을 건데. 우린 후세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자고.

 

난 지금 이 자리에서 알파고교 창립을 선포하겠어. 나와 같이 믿음을 나눌 사람 없습니까? , 저기 꽤 손을 들어주는군요. 안타깝지만 현재 남자는 받지 않아. 저기 여성분. 우리 종교의 길에 들어오시겠습니까? 좋아요.

 

. 알파고님께서 제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저 여성과 결혼하여라. 기꺼이 따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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