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설
아현 2구역 재건축에 대한 기사 봤지? 철거민 한명이 자살을 했더군. 영정사진도 남기지 못했다고 하던데. 나이도 37살. 홀어머니를 남기고 말야. 안타까워. 돈 때문에 사람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게 좀 거시기 하잖아. 이리저리 기사를 보며 생각했지. 반응도 살펴보고. 그런데 반발하는 댓글도 많더라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강제철거 하는데 이게 어때서? 게다가 세입자는 원주민도 아니고 애초에 권리가 없는데 억울한 죽음이 아니라는 글도 있고. 흠 인터레스팅.
철거민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어. 그런데 이게 골 때려. 우선 재개발과 재건축이 다르더라고. 재개발은 공익적인 성격이 있대. 여긴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하는 데를 사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거지. 공익하면 뭐야, 나라님들이 좀 지원을 해준다는 뜻이잖아? 이주비도 주고, 주거이전비도 있고, 이사비도 받고, 그것도 안 되면 임대아파트도 지어주고 그러더라고.
재건축은 지금도 살만한데 집이 구식인거지. 여기를 밀어버리고 새로 빌라 짓고 아파트 지으면 꽤 쏠쏠하잖아? 이건 그냥 땅 팔고 거기에 시공사가 새 건물 짓는 거지. 재개발과 같은 공익적 성격이 없대. 니들이 알아서 시공사랑 쿵짜쿵짜 잘 하라는 거지. 나라님은 간섭하지 않고 멀리서 바라본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재개발처럼 챙겨주는 게 별로 없어.
글자 2개 달라진다고 이렇게 대우가 바뀌는 게 믿겨져? 재개발이고 재건축이고 기준을 도통 모르겠단 말이야. 몽준 아저씨가 보면 다 재개발이겠네? 이게 사람 사는 곳이야 하고 다 재개발로 봐주었을 거라고. 정몽준 당신이 그립습니다.
아무튼, 재건축에 일단 합의를 봐서 강제철거가 이루어졌을 건데 이 쪽 사람들도 이해가 가더라고. 철거해서 빨리 건물 짓고 해야 뭐라도 되지 않겠어? 그런데 거기 땅주인도 아닌 세입자가 안 나가고 버티면 어떻겠어? 미쳐버리겠지?
아니 근데 기사에는 이런 말도 적혀 있더라고. 철거민들이 5년 전 기준으로 매긴 토지 감정평가액이 너무 낮다며 시위를 벌였다고 해. 이건 세입자랑 관계가 있는 거야? 도통 모르겠다니까.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니까. 조금이라도 더 돈 받으려고 하는 땅주인이 애꿎은 세입자 시켜서 이 사태를 만든 게 아닌가 하고. 이 기사를 쓴 곳이 KBS던데 하필 인터뷰 한 인간이 이상한 놈이더라고. 이전에 아현3구역 재개발 조합장으로 100억 해먹은 놈.
근본적인 원인이 뭐지? 아 복잡하네. 한마디로 욕망의 충돌이잖아. 이게 국가폭력이라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받아들일 수 없어. 팔려는 사람, 좀 더 비싸게 팔려는 사람, 건물 지어서 남겨 먹으려는 사람, 무슨 추억이 있어선지 거기 아니면 못 사는 사람, 직장이 코앞인 사람. 그런데 각자 입장에서 보면 다 사연과 이유가 있단 말이지. 누구 편들지도 못해. 왜 내가 이걸 오늘 주제로 잡았을까. 아 그냥 겨드랑이의 매력 같은 거나 말할걸.
나도 세입자야. 세입자로서 한마디 할게. 난 살면서 집에 대해선 고통을 받지 않았어. 이사 갈 때마다 집 알아보느라 고생은 했지만 내 가난을 이해할 만한 집이 있더라고. 부산 안창마을 알아? 산복도로, 아미동. 다 그런 동네지. 도시가스가 들어오냐 부터 봐야 하는 동네. 그렇지만 싸다고. 내가 살 수 있는 곳. 편안 해. 그곳도 재개발 되고 있지만 아직은 남아 있어. 그래, 아직은 내가 갈 곳이 있는 거지.
이번 자살한 사람이 살던 집이 보증금 200에 월세 25라고 해. 만약 그런 집을 바로 구할 수 있었다면 자살했을까? 안 했을 거 같아. 아차, 어머니랑 같이 산다고 했으니 방은 적어도 2개야겠다. 작은 거실이 있고 화장실도 있고. 도시가스도 들어오면 좋겠다. 좁지만 17평이면 되지 않을까? 부동산 전문가 없나. 아무튼.
재건축이고 재개발이고 세입자가 갈 공간을 마련해주면 좋겠어. 살 곳이 없어서 자살한다는 건 안 될 말이잖아. 기준은 알아냈네. 월 200에 25. 이거면 될까? 나라님 욕만 했는데 막상 내가 뭐 하려고 보니 정말 볼품없네. 에잇 뭔 월세야. 전세 1500. 아니 전세 1000. 오케이 1000. 1000! 이제 우리는 세입자가 살 수 있는, 초기엔 선별해야 할 거야, 아무튼 세입자가 살 수 있는 곳을 만들자. 여기를 뭐라 부르지. 그래, 재건설! 헷갈려서 속이기 딱 좋네.
내가 거창한 해결책을 내놓는 건 아니고, 그냥 알아주면 좋겠어. 재개발, 재건축에 얽히고설킨 복잡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