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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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시험장에 안 나간 사람을 위한 변명 (3) 2018/12/09 AM 11:31

시험장에 안 나간 사람을 위한 변명.

 

 

난 정말 수많은 시험을 봤어. 30년은 된 것 같아. 공무원, 공공기관, 사기업 등. 아직도 계속 보고 있는 걸 보면 나도 참 대단해.

 

시험장에 가면 한 3분의 1은 빈자리지. 그걸 보면 어때. 뭔가 자부심이 든단 말이지. 쟤들보단 내가 낫지. 적어도 난 포기하지 않았잖아?

정말 그래? 그럴까. 난 다시 생각해 봤어. 정말 내가 쟤들보다 낫는지.

 

100문제 중 90문제를 맞춰야 합격이라고 쳐. 그 중에서 60개는 내가 안다고 쳐. 너무 높다고는 하지마. 나도 짬밥이 얼만데. 그럼 남은 30개가 문젠데. 30개를 찍었을 때 모조리 다 맞추는 확률이 얼말까? 430승 맞아? 맞지? 그래서 인터넷에 두들겨 봤지. 그랬더니 이상한 숫자가 나오더라고. 1.2땡땡땡땡 e 18. 이게 대체 뭐야. e18 뜻 아는 사람? 여기 이과 없어? 이게 대체 무슨 숫자야? 아무튼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이 큰 숫자란 건 나도 알겠어.

 

그래, 그런 거지. 로또 확률은 저리가라한 확률. 그야 말로 우주적 확률. 우주가 도와준다 한들 가능성이 없는 확률. 그러니 생각해보자고. 평소에 하지도 않을 샤워를 하고, 평소에 쓰지도 않을 왕복 2400원을 차비를 쓰며, 하루 반나절을 보내야 하는데 합격 확률은 0에 가까워. 여기에 투자할 사람이 있어? 우린 헛된 희망이 얼마나 엿같은지 잘 알고 있잖아.

 

깨달은 거야. 내가 멍청했다는 걸. 공부도 제대로 안 했으면서 의무감으로 참석한 내가. 참석은 했다는 핑계로 마음의 위안을 얻었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말이야.

 

그래도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보다는 왠지 좋은 것 같단 말이지.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 보다 밖에도 나가보고 나랑 비슷한 사람 구경도 하고, 게다가 걔 중에는 평소 모니터로만 보던 여성분들도 볼 수 있다고. 올 때는 시장이라도 들려서 엄마 카드로 사소한 사치도 부려볼 수 있지.

 

그럼 말야, 이건 어떨까. 준비가 안 된 시험을 치느니 그 날은 동네 탐방의 날로 하는 거야.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는 거지. 지나가는 여성에게 말을 건다거나, 봉사활동을 간다거나, 패스드푸드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시켜놓고 사람 구경하거나. 뒷산에 가서 풀내음을 맡거나. 그래, 대중목욕탕에 가서 때 밀고 남자 알몸이라도 훔쳐보는 거야. 또 뭐가 있을까? 대학교 앞 동전 노래방에 가서 혼자 고래고래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 보이고. 도서관? 그 날도 준비하는 거야? 그래 그럴 수 있지. 평소엔 안 했구나?

 

포기한다고 두려워 하지말자고. 기획비용이라는 거 배웠잖아. 더 좋은 일을 해 보자고. 그 날을 인생에 기억되는 날로 만드는 거야.

 

집구석에서 나가기만 하면 되지 뭐. 파이팅하자고.

(이번 교통공사 경쟁률이 얼마나 떨어질지 기대되는 걸. 아무도 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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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mble Bee    친구신청

아는문제를 90개로 만들수있는(확률을 무시할수있는) 공부를 하세요

Pax    친구신청

이런식의 자기합리화에 넘어가는 타입이면 죽을때 지구의 산소를 낭비하지 않게 돼서 다행이라고 안도하며 눈감을 수 있을거 같은데.

뭐 하고싶은 말은 막줄인거 같지만 어차피 허수경쟁율 제외한 실경쟁율은 공부안한애들 오건 안오건 비슷할테니 결국 이건 안될놈이 되도않는 잔머리굴리거나 하드한 수험생활을 보내는 동지들에게 작은 웃음한번 주고 싶었거나...

Cold War    친구신청

시험을 아것저것 많이 봤다는 건 결국 제대로 하는 시험은 하나도 없다는 말 아닌가요? 공기업 사기업은 비슷하다쳐도 공무원 시험은 공부방법과 과목부터가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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