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발전소
사기 이야기가 나오니 과거의 아픔이 떠올라. 나도 한번 사기를 당한 적 있지. 중고장터에서 카메라를 16만원 주고 샀는데 오질 않는 거야. 이틀 정도야 그러려니 했지. 바빠서 못 보냈다는데 어쩌겠어. 그러다 일주일이 지나고 드디어 불알을 탁 치는 거야. 당했구나.
얼마나 억울했으면 경찰서에 가서 신고까지 했어. 부산 중부서 사이버수사대에 가서 형사와 이야기를 나눴지. 나 말고 피해를 본 사람이 많대. 지금 잡으려고 하는데 돈 받기는 글렀다는 거야. 그거야 익히 들어서 받아들였어. 단지 그년에게, 여자였거든, 조금이라도 복수하고 싶었지. 나의 빡침에 백분의 일이라도 느끼게 하고 싶었어.
그러다 3년 정도 지났을까? 나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던 그 인간의 이름을 우연히 중고장터 이야기방에서 봤어. 잡혔다는 거야. 그새 이사를 갔는지 서울 동작구경찰서에 있는 형사가 잡았다더군. 난 혹시나 싶어 전화를 해 봤지. 화진이 잡혔나요? 예. 혹시 돈 받을 수 있습니까? 아니요, 걔 그냥 깜빵 갑니다.
중고장터에서 사기치고 놀고먹다가 감방 가서 2년 정도 살고. 다시 나와서 또 사기치고 감방 가고, 이 생활의 반복이라는 거야. 열 받기도 한데 불쌍하기도 하더라고. 빨간 줄 그이고 나서 뭘 하겠어. 할 수 있는 게 사기니 계속 남 등쳐먹는 거 아닐까? 게다가 감옥 생활이 꽤 편한가 봐. 방구석 들락날락 하듯이 가도 아무 걱정이 없나?
우리 사법 시스템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지. 콩밥을 한번 먹으면 다시 그러지 않아야 되잖아. 그런데 지금은 완전 반복재생이라고. 문제가 있어.
일단 빨간 줄을 없애자고. 주홍글씨처럼 낙인을 찍어놓고 갱생을 바란다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 대신 충분히 속죄해야겠지. 아주 뼈 빠지도록. 진실한 육체의 노동으로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거야. 교도소에 인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거지.
인력발전소는 참 간단해.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체온을 이용한 방식은 너무 비효율적이야. 인류는 이미 더 세련된 방식을 발명해 놨어. 25도 경사의 러닝머신을 발전기에 연결하는 거지. 영국은 200년 전부터 이걸 교도소에 사용했다고. 우린 참고만 하면 되지.
돌리는 거야. 할당량을 향해. 똥꼬가 비명을 지를 때까지. 속죄의 눈물이 저절로 날 걸? 안 난다고? 더 굴려. 몸이 부실한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경사를 좀 낮춰주자고. 카메라 없을 때 채찍질이 필요할지도 몰라.
이걸로 해결된 거야. 범법자에겐 건강한 육체와 진정한 반성을. 피해자들에겐 공짜 전기를. 원자력의 완벽한 대체에너지가 될 거라고. 정말 이건 일석이조잖아. 한전에선 뭐하고 있는 거야. 당장 시행하지 않고.
인력발전소에 갈 바에 백수가 되는 게 낫지 않겠어?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느낄 수 있잖아. 물론, 인력발전소에 알바 뛰러 가는 내 모습이 상상돼서 겁나기도 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알바하러 왔는데요. 그럼 일반인 코너를 이용해 주세요. 그럼 뿌듯하게 10도 경사를 달리는 거지. 옆에 헥헥 되는 25도의 살인, 강간, 사기, 절도, 폭력범들을 올려보며.
어머 난 돈 받고 일하는데! 열심히 달리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