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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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1명을 위한 시위 (0) 2018/12/11 PM 05:55

1명을 위한 시위

 

 

떨어지던 출산율이 드디어 1.0 이하로 떨어졌어. 올해 3분기에 0.95명이래.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처럼 결혼도 못 하고 자식도 못 가진 친구들이 많다는 거에 안도감이 들거든. 유후, 여기도 자식 못 가진 가련한 인생들이 많을 거야. 손들라고는 안 할게.

 

인구에 대해선 유시민씨가 말한 내용이 기억에 남아. 출산율이 이렇게 떨어져서 고령화의 아픔을 겪게 되겠지만 그것도 지나가면 대 취업의 시대를 맞을 거라고. 그래, 죽을 사람들 다 죽고 일하던 사람들 다 물러나면 텅텅 빈자리에 우리 후손들은 마음껏 들어갈 수 있을 거야. 일본도 요즘 그런 추세지? 이민까지 받을 기세라며. 우리도 10년 후면 그렇게 되려나. 나처럼 낀 세대는 기초생할수급자만 되길 기도하자고.

 

그런데 말야, 요즘 들어 이 생각이 비틀어진 거 같아.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거. 드디어 똘똘한 기계들이 사람 일을 거들어 주는 거지. 무인편의점? 서울에 있다는데 지방 촌놈이라 가보진 못 했어. 대신 부산항 일은 알지. 그 컨테이너 옮기고 하는 것들 있잖아. 요즘은 다 기계가 하더라고. 앞으로 더 늘겠지? 택배, 청소부터 시작해서 의사고 판사고 할 것 없이.

 

그 많은 사람들이 채우던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맡지 않을까? 그럼 똑같잖아. 우리 때랑. 아니 오히려 고통이겠지. 어르신들도 모셔야 돼, 나 같은 어중간한 식충이도 먹여 살려야 돼, 그런데 취업은 될 조짐은 보이지 않네? 경쟁자가 3세대 알파고인데 어떻게 이기겠어.

 

이 두려운 예측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지금보다 더 안 낳는 거지!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탁월한 길을 걷고 있다고. 전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앞서서 인구절감에 힘쓰고 있는 거지. 그것도 정부는 이걸 막으려고 하지만 똑똑한 국민들은 속지 않는다고.

 

그래, 억울해도 어쩌겠어. 우린 농경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잖아. 노동력이 필요한 산업시대도 지나버렸어. 애가 많은 게 자랑스럽고 사회에 이득이 되는 시대는 지난 거 같아. 그저 죽는 날까지 빌빌대다 사라질 뿐. 적어도 후손에게 도움은 됐잖아. 그거면 된 거지. 이 지구도 그걸 좋아할 거라고. 분해도 안 되는 거 배출하던 녀석 하나 사라졌네. 말은 안 하지만.

 

내 머리는 온순히 받아들이는데 뭔가가 걸려. 365일 쉬지 않고 뛰고 있는 심장이, 제 기능도 못하고 있는 똘똘이가. 갈 땐 가더라도 한명 정도는 괜찮잖아. 거 딱 붕가하기 좋은 날씨네.

 

안 낳는 거라고 믿고 싶지만 못 낳는 거잖아. 내 이성과 의지가 선택한 길이 아니야. 여기서 정말 신을 위해서, 지구를 위해서, 후손을 위해서, 아니면 자유로운 자기 생활을 위해서 자식을 갖지 않겠다는 사람 있어? , 있구나. 그런 감탄할만한 분들 빼고 이 세상이 명령해서 자식을 못 갖는 분들. 이렇게 갈 순 없잖아.

 

시위하자. 1명이라도 낳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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