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콜
전에 한번 말했었나? 백수인 내가 결혼할 수 있는 방법은 통일교 밖에 없다고. 그런데 신천지에 가도 될 거 같아. 통일교에 비해 부족하지만 여기도 복지가 괜찮다고 하더라고. 연애만 하면 6개월 안에 결혼시킨대. 결혼비용은 대주겠지? 설마 아닌 거야? 크, 갓 통일교.
정말이지 그 분들이 그리워. 학교 앞에서 날 붙들었던 여학생. 예뻤는데. 왜 그땐 그냥 지나쳤을까. 지금이라면 같이 꺄라멜 마끼아또나 두 잔 하면서 인생 상담을 할 건데 말이지. 그리고 넌지시 묻는 거야. 만년 백수 식충인데 결혼도 못 하고 있습니다. 흑흑, 당신이 날 구원해 주실 건가요? 앗, 그런데 2명이잖아? 복음을 전달하는 분들은 항상 2명이더라고. 허허, 할 수 없네. 내 똘똘이는 하나지만 손은 두 개니까 2명 정도야 감당 할 수 있을 거야. 아니면 구강과 음경의 태그매치. 어 아무튼.
그렇게 믿고 있었던 종교단체들이였는데 말이지. 최근에 실망스러운 글을 봤어. 다행히 통일교 글은 아니야. 신천지. 올해 전도하지 못한 자는 1인당 100만원씩 내래. 못 내면 나가라고 하더군. 세상에. 돈 없으면 종교도 믿을 수 없는 각박한 세상이 되어버린 거야?
전도를 못 했으면 전도비라도 내야지 공짜 천국이 어디에 있느냐? 호오. 이래서 전도가 활발했구나. 아니 그럼 학교 앞 그 여성분은 절박한 상태였단 말이잖아! 이런 멍청한 놈이 있나. 그녀는 도움이 필요했는데 난 그냥 지나쳐버렸구나. 아. 오늘부로 마음먹었어. 오는 전도를 막지 않겠다고.
내가 신천지를 가서 뭘 하겠어. 돈도 없지, 방구석에만 있어서 전도도 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지만 말야 1년은 버틸 수 있거든. 12월 28일까지 돈을 내라고 했으니까 우린 그날 가입하자고. 그리곤 1년간은 복음의 혜택을 누리는 거지.
아름다운 이성과 사귀고, 물론 정신적 세뇌작업이 필요할거야. 내가 바로 하나님이라고 말 해. 너를 이단의 횡포아래 구원하기 위해 보낸 하나님의 자식이라고 하는 거지.
목회일 나가서 배도 채우고. 남은 음식은 몰래 집에 가져가자고. 그리고 갓 들어온 신입인데 예쁘게 봐줄 거 아니야. 치킨, 피자, 족발, 보쌈, 탕슉 마음껏 얻어먹자고.
그리고 다음해 12월 28일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거지. 아 슬프다. 더는 신천지의 은혜를 받을 수 없다니. 그래도 결혼할 상대는 만났잖아? 그거면 된 거지.
나가는 김에 할 말은 하고 가자고.
너는 하나님이라고 자칭하면서 나 한명도 먹여 살리지 못하는 구나. 예수님은 5천명도 4천명도 먹이셨는데 말이다.
가진 것을 나누어라 하셨는데 넌 왜 그리 가지려 하느냐? 부자가 하나님 나라로 가는 게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 보다 어렵다는 걸 모르느냐?
가난한 과부보다 백수가 더 가난하다는 걸 알고는 있느냐? 궁핍한 가운데 내가 낸 500원은 다른 모든 사람이 낸 헌금보다 크다.
너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으니 정화되어야 마땅하다. 나사렛 몽키 스패너의 맛을 보아라! 그리고 다 뒤집는 거지. 내가 예수다! 그러다 잡혀서 얻어터지면 하나님, 하나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라고 한마디 해주고. 캬, 멋지다.
다행인건 우리에겐 통일교가 남아 있잖아. 오늘따라 맥콜이 땅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