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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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웃음 (0) 2018/12/13 PM 04:21

웃음

 

 

내가 스피치 학원에서 가서 배운 것 중 가장 어려웠던 건 웃는 모습을 유지하는 거였어. 난 발음만 제대로 하고 싶은데 그게 아니더라고. 스피치학원이라기 보다 면접 대비 학원인 거 같아. 아무튼 웃는 건 어려워. 특히 나 같은 사람은.

 

웃을 일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내 양심에 찔린다고. 면접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들거든. 솔직하라고 하는데 내가 웃는 것 자체가 가식 덩어리란 말이야.

 

가식이라도 좋은 게 좋은 건가? 외삼촌이 현대자동차에 다니는데 한동안 웃는 모습을 보이는 게 회사차원에서 지시가 내려왔나 봐. 몇 년 전 만났을 때 내게 웃는 연습을 시키셨지. 내가 봐도 웃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더라고, 그게 가식이라도.

 

근데 말야, 남들 보기 좋으라고 우리가 웃고 다녀야 할까? 아니, 나를 위해서 억지로 웃어야 할까? 뭔가 아닌 것 같단 말이야.

 

내가 이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엔젤만 증후군 다큐를 보고 나서부터야. 엔젤만 증후군은 유전병인데 언제나 웃는 모습이지. 그러나 그걸 바라보는 부모님들은 심정은 어떤지 말 안 해도 알겠지?

 

난 감사했다고. 눈물도 흘리고, 찡그릴 수도 있어서.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게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지. 아니, 오히려 자연스러운 거야. 속은 타 들어가는데 웃고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불행이라고.

 

웃음마저 익히고 강요되어선 안 돼. 그건 너무하다고. 진짜 행복할 때 웃어야지. 그래서 말인데 미소를 지어보라는 말은 잠시 접어두자고. 우리끼리 만이라도.

만약 교육을 한다면 이런 걸 해야 되지 않을까? 표정에 속지 않고 상대방 속마음 파악하기. 욕쟁이 할머니 무표정한 표정 받아들이기. 남의 불행에 웃지 않기.

 

나부터 반성하겠어. 그 있잖아, 상대가 웃지 않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야. 햄버거랑 콜라만 제대로 주면 되지. 또 있잖아, 아무리 웃고 있는 모습이라도 한번쯤은 힘들지 않아요? 라고 물어보는 거.

 

그러니 여러분도 날 이해해 달라고. 내 처지를 알잖아? 항상 웃을 수는 없다고. 오히려 신경질이 나있으면 모를까. 그런데 지금은 왜 웃냐고? 진짜 기쁘거든. 글을 쓰고 생각하고 여러분과 만나는 이 순간은 내가 진심으로 깨어있고 기쁜 순간이야.

 

오글거리는구먼. 당신은 웃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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