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까지마
007 스카이폴 봤어? 그 다니엘 크레이그 나오고, 있잖아 푸틴처럼 생긴 배우. 그다지 재밌게 본 영화는 아닌데 딱 한 장면은 잊을 수가 없었어.
악당 보스가 007에게 쥐 퇴치법을 말해줘. 섬 전체가 쥐로 들끓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코코넛을 미끼삼아 기름통에 매달고 그대로 두는 거지. 그대로 두는 게 중요해. 기름통에 빠진 쥐들은 찍찍거리다 주변을 둘러 봐. 하나 둘 배가 고파지고 서로 잡아먹기 시작하지. 결국 딱 2마리만 남게 돼. 이제 남은 2마리는 풀어주는 거야. 걔들은 이제 쥐만 잡아먹는 쥐가 된다는 거지.
소름끼치고 각색된 내용 같지만 진짜 실험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라니까. 그래서 유튜브에서 한동안 쥐덫 영상만 찾아봤어. 진짜 덫에 갇힌 쥐들은 서로를 공격하더라고. 이걸 방지하기 위해 밑에 물을 넣던데 어느 게 인도주의적인지는 잘 모르겠어. 익사하느냐, 서로를 잡아먹느냐. 이런 걸 보면 목을 두 동강 내는 쥐덫은 정말 신사적이라니까. 단두대도 그렇지? 보기엔 무서워 보여도 정말 사람답게 죽이는 물건이지.
무한경쟁 속에 살아남은 인간은 그 쥐들과 같을까? 일부 정신 나간 윗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 그래, 아직 사람이 사람인 이유가 있지. 뭐 오늘 이거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 건 아니고.
내가 정말 궁금했던 건 왜 2마리가 남는 거냐였어. 보통 마지막은 1마리라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영화에선 2마리라고 했거든. 왜지? 한참 고민했지. 중국 권력 구조를 보니 그제야 이해가 되더라고.
강력한 독재자에겐 충실한 개가 있지. 2인자. 혼자 하기엔 껄끄러운 것도 밑에 것 시키면 처리가 쉽거든. 시진핑에겐 왕치산이지. 판빙빙에게 성상납을 받았네 마네 하는 인간 있잖아. 연세도 많으신데 참 정력적이지 않아? 진핑이 정적들 처리하느라 바쁘신 와중에도 여자는 놓치지 않으셔. 68세 은퇴 룰도 깨셨다며. 리커창 총리 따위와는 악수도 하지 않지.
그러니 2마리인거였어. 2마리의 악행과 위력은 1마리일 때와 비교가 안 되지.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왜 3마리는 아닐까? 3마리, 삼국지?! 그래, 3마리가 되면 밑에 두 놈이 손잡고 뒤집을 가능성이 있어. 게다가 말야, 우리 현대사를 보면 3마리는 안 된다고. 박통, 차지철, 김재규. 이 삼각관계의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 우린 알잖아.
이로서 증명되었어. 2의 저주. 이것은 어디서 왔을까? 2. 2! 그래 2하면 콩진호지. 영원한 준우승의 아이콘. 2의 창시자. 이제부터 2명이 해 처먹는 걸 콩의 저주라고 부르자고.
콩은 까야 제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