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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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그만두는 자의 마지막 모습 (0) 2018/12/14 PM 12:24

그만두는 자의 마지막 모습

 

 

인터넷 방송 봐? 요즘은 안 보는 사람이 없을 거야. 애들도 장래희망이 다 유튜버라며. 우린 이런 세대에 살고 있다고 새삼 느낀다고. 아무튼, 내가 보는 방송 중에 그림을 그리는 스트리머가 있는데 어제 방송을 그만뒀어. 조용한 음악 틀어놓고 말없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그 있잖아 라디오처럼.

 

3일 정도 쉬고 왔나? 그러고는 갑자기 방송을 켜더니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눈물을 흘리면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어. 그 동안 힘들었다, 방송에서 어그로 끄는 새끼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 그래서 때려치우기로 했대. 3년간 자길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하고 다시 또 질질 우는 거지. 그러더니 잠깐 쉬고 다시 올 수 있다고 하고.

 

이상한 거야. 방송이 너무 좋대. 근데 그만둔대. 시청자를 정말 사랑한대. 근데 계속 하기는 싫대. 울었다 웃었다 울었다. 온다, 안 온 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어.

 

왜 짜증이 나는지 날 관찰하기 시작했지. 아니 그래서 방송 하는 것 보다 그만 두는 게 더 자기에게 좋을 거 같다. 당신네들을 좋아하지만 내가 계속 할 만큼 좋아하는 거는 아냐. 그래서 그만두긴 할 건데 당신네들한테 미안하니까 나중에 돌아올 수도 있어. 그건 내 맘이니까 알아서 알람설정 해 놓고 기다리든지 말든지 하라고.

 

그 순간 걔 우는 모습이 구차해보이더라고. 차라리 대기업에 취직했다, 결혼해서 방송 못한다고 말했으면 이해라도 되지.

아니지. 내 자신이 구차해보였어. 이게 뭐라고 옭아매어 이러쿵저러쿵 하고 있담. 별풍이나 도네라도 했냐고? 참고로 난 결혼할 여자, 혹은 예쁜 남자 외에는 돈을 쓰지 않아.

 

뭔가 잘못됐어. 선택을 했으면 당당해지라고. 솔직하고 깔끔하게. 뭐가 좋을까. 그래 난 당신보다 저 사람이 좋아요. 왜냐하면 저 사람은 당신보다 밤낮 행복하게 해주거든요. 그러니 앞으론 집적거리지 말고 다른 사람이나 알아봐요. 그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팍 들어주는 거지. 얼마나 단순명료해. 미련도 생기지 않고. 상대방을 덜 아프게 하는 거라고. 그렇지? 내 말이 맞잖아.

 

아님 진짜 무슨 일이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할 때는 화풀이를 하라고. 그래야 너도 좋고 후세에도 좋지 않겠어? 걔를 생각해봐. 어그로 새끼한테 욕을 하든 차단을 먹이든 해야지 왜 방송을 그만 둔다하면서 우리한테 질질 짜냐고.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어?

 

횡설수설해서 미안해. 아무튼. 난 깨달았어. 내가 만약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솔직하고 반항적으로 할 거야. 이를 테면 그런 거지. 물에 엄마랑 애인이 빠졌을 때 누구부터 구할래? 애인요. ? 엄마랑 붕가할 수는 없잖아요. 나도 후손을 만들어야죠.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닌 하늘에서 날 증오하시겠지. 그러나 나 때문에 괴롭지는 않을 거야. 내가 만약 어머니를 구하는 척이라도 했어 봐. 아들 때문에 하늘에서 재혼도 못 하시고 끙끙대실 거라고.

난 이걸 바라지 않아. 뻔뻔하고 솔직하지만 확고한 선택.

 

사랑받기를 그만 두는 건 어렵지.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면 통보해야겠어. 솔직하게.

 

함께해서 아름다웠고 다시 만날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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