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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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0) 2018/12/15 PM 03:36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

 

 

유튜브에서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동영상을 봤어. 살아야 하는 이유라. 유튜브는 대단하다니까, 이런 거까지 알려주잖아. 아무튼 내용은 이래. 델러스? 달라스라는 사람이 감전사고로 얼굴이 다 날아가. 정말 큰 사고더라고. 만신창이가 된 몸과 얼굴. 그런데 희망을 잃지 않고 안면이식수술을 받아. 왜냐고? 자기 딸 스칼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수술에 성공하고 남자는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되는 거지.

 

글쎄. 내 감정이 말라버려서일까, 아니면 천하의 못된 놈이어서 일까.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반감이 들었지. 그래서 어쩌라고? 그 어떤 역경에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근데 왜 난 안 울리냐고.

 

저런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니 나의 고통은 새 발의 피 수준입니다. 그러니 당신도 즐겁게 사십시오. 이게 하고 싶은 말이야. 내가 너무 민감한 거야? 그래, 난 그 아버지에 대해 악감정은 없어. 대단한 분이지. 박수를 보내드린다고. 그러나 그 사람에 찬사를 보내는 것과 나에게 적용시키는 건 다른 문제라고.

 

왜 반감이 생길까? 첫째, 난 스칼렛 같은 예쁜 딸이 없다고. 앞으로도 없을 거 같아. 이런 사람은 무슨 희망으로 살아가지? 무기력한 내가 살아가는 이유? 그냥 사는 게 좋아서야. 싸구려지만 먹는 것도 좋고, 모니터지만 예쁜 여성 보는 게 좋고, 느끼고 알아 가는 게 좋아.

 

그러니 난 영상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없다고. 그 사람과 난 다른 사람이야. 생각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고 가진 것도 다르고. 그런 역경에서도 긍정적인 사람을 본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 살아야 하는 법이 있어? 그 사람의 사고는 아픈 일이지. 그렇다고 내 아픔이 그 사람에 비해 작다는 건 아니야. 모두의 아픔은 다 아픔이라고. 그걸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고 비교해가며 안도하는 건 뭔가 아니잖아. 왜 남을 봐야 해.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내가 정하는 거지. 물론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영상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 있잖아. 서점 한편에 수도 없이 쌓인 자기 계발서들. 백만장자의 52가지 성공 비밀들, 시크릿, 마흔이 되기 전에 해야 할 것들. 또 뭐 있어. 하바드 천재들의 공부법. 난 포기했다고. 아니 이제는 알 수 있는 거지. 그런 것들이 나에게 아무런 울림도 안 준다는 걸. 왜냐고? 그 사람들이랑 나는 달라. 그들이 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관심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고.

 

자신의 사랑을, 안식을, 평화를. 이것들마저 남들과 비교해가며 생각하지 말자고. 그게 무슨 소용이야.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나 스스로 찾아야 해. 행복해 지는 법? 그것도 내가 찾아야 하고. 긍정적인 자세가 아니면 어때. 부정적인 자세를 취해도 자기만족하고 살면 되지 않겠어. 남들이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야.

 

도움이야 구할 수 있겠지. 조금 참고는 할 수 있을 거야. 신을 믿든, 사이비를 믿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든. 친구의 말을 듣든. 그러나 마지막 질문엔 내가 대답해야 돼.

 

오늘도 난 백수의 길을 가고 있어. 험난하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지. 나의 불행을 보고 이 땅의 모든 사람이 희망과 행복이 가득하길. 아니라고?

 

넌 참 좋은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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