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식
여자 사람과 이별을 한 적은 없지만 다른 경우는 나도 있다고. 졸업식에서, 멀리 이사 가는 친구와, 비정규직 5개월 인생이 끝날 때마다, 돌아가신 분들과. 이 중에서 제일 후회하는 건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지도가 끝났을 때 이별이야.
내 딴엔 아이들에게 상처주기가 싫어서, 그리고 내가 해 줄게 없어서 아무 말도 없이 헤어졌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머리를 짓이기고 싶을 정도로 아쉬워. 몸은 떨어졌지만 마음은 이별하지 못 했지. 항문에서 나가지 못한 똥처럼 나를 붙들어.
아이들과 솔직히 이야기해야 했어. 나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해야 했어.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었어야 했어.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가장 성대한 축하를 해야 했어. 우리의 만남이 서로의 인생에 구슬이 되길.
이별하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그래도 축하의 자리를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다시 보지 않을 건데 가장 진솔히 대화할 수 있는 기회잖아. 지금까지 눈치 보느라 하지 못 했던 것도 다 털어놓고 사과하는 거지. 상대가 무시하더라도 괜찮아. 적어도 그 찝찝함을 나는 털어내고 가는 거니까.
다만 장례식에서의 이별은 모르겠네. 죽은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상상만 할 수 있잖아. 그렇다고 내가 소리 친데도 망자가 들을지도 미지수고. 이래선 속이 풀리지가 않지.
그러니 살아있을 때 이별식은 다 하고 싶어. 사소한 만남에서라도. 마무리가 중요하단 걸 알아버렸지. 스쳐간 인연은 많은데 정식으로 이별한건 얼마 되지 않는 거 같아. 단순히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 진짜 이별.
나? 돌이켜보니 다 사라져버린 사람들이야. 이제 이별을 하고 싶어도 이별을 할 만한 대상도 적지. 부모님, 친구 2명. 4년 쓴 스마트폰? 그리곤 없네. 혹시 이 자리에서 내가 이별을 통보해야 할 만큼 날 좋아해주는 분 있어? 어이 고맙습니다. 나중에 연락처 남겨줘요.
그래, 이제 남은 사람들만큼이라도 후회 남지 않을 이별식을 해야지. 물론 이별의 때가 오면 말이야. 맛있는 음식에 시간은 넉넉히. 그리고 솔직한 대화. 대화가 거북하면 키보드 배틀이라도 괜찮으려나?
**초등학교 내 수업 듣던 아이들은 들어라! 어른들의 사정으로 헤어졌지만 난 너희들과 계속 있고 싶단다. 날 좋아해줘서 고마워. 못된 짓 하면 4시간을 붙들어서라도 버르장머리를 고쳐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그런 의미에서 모두 피카츄 돈가스를 먹자.
그리고 이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