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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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공동체 (0) 2018/12/17 PM 01:12

공동체

 

 

인터넷에서 정말 안타까운 사연을 봤어. 16년도 SBS 세상의 이런 일이에 나왔던 내용이야.

85세의 할아버지 이야기. 할아버지 한 분이 온 가족을 책임지고 계시더라고. 아들이 2명 있는데 큰 아들은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사회생활이 힘들데. 작은 아들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됐어. 16년도에 22년 전이라 했으니까 그 고생은 상상도 안 돼.

평생을 약속한 아내 분은 치매, 파킨슨병으로 요양원에 계시더라고. 아들도 할아버지도 못 알아본 채 말이야.

 

씁쓸했어. 이걸 보고 신을 욕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충분히 이해해. 그러나 신이 무심하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잖아. 신님에게 아무리 투정 해봐도 달라지는 건 본인 마음 정도 밖에 없다고. 신의 것은 신에게, 사람의 것은 사람에게. 이건 사람 문제야. 사람이 나서서 해결을 봐야 하지 않겠어?

 

우리 마음이 무거운 건 할아버지께 극히 공감해서 아닐까? 난 평생 백수의 길을 자랑스레 살아 왔지. 그러나 아빠가 위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내가 너무 한심해 보였다고. 할머니 장례식에서도 부끄러워 눈을 들 수 없었어병원비 120만원, 장례비 400만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돈 걱정만 했지.

길바닥에 누워 생활하면 어때, 난 잘 살 수 있어. 그러나 아빠 엄마가 치매라도 걸린다면 난 바보 쓰레기가 될 거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걱정 많은 어린이가 되겠지. 당신들도 그래?

 

그래, 그럴 거야. 그러니까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복지는 가정에 맡겨왔던 우리나라가 근래에는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해 신경을 써주고 있어서 고마워. 그러나 언제나 부족해. 모두들 도와줘.

 

너무 무거웠지. 분위기를 바꿔서, 방송 후에 할아버지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더라고. 3년이 지났으니 할아버지 나이도 88세야. 혹시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고. 그래서 기자처럼 직접 뛰진 못하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어.

 

일단 후원금을 잘 모였더라고. 목표액이 3백만 원인데 그걸 초과한 5천만 원 정도가 모였지. 잘 된 일이야. 근데 목표액이 너무 적다고 생각 안 해? 아내분, 아드님들을 계속 돌 볼 환경을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거든. 여기야 말로 정기후원이 필요하지 않겠어?

 

할아버지 이름도 헷갈려. 세상에 이런 일이 자막에는 분명 이종권 할아버지라고 나오거든. 그런데 펀딩 소개 페이지에는 박종권 이라고 나와. 단순 오기일까? 호오.

 

후원금 모집한 곳은 밀알복지재단인데 사기치고 제 배 불리는 곳은 아닌 것 같아. 뉴스기록에도 안 좋은 기사는 없고. 회계분석 해 놓은 기사를 보니 규모나 쓰임새가 괜찮더라고. 물론 한 가지 걸리는 건 있어. 기독교 쪽에서 만든 재단이야.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몰라도 기독교운영재단, 목사가 창립 이런 말이 들어가면 왠지 신뢰도가 떨어진단 말이지. 조언인데 아이들 교육 부분, 해외지원 부분은 다른 곳을 쓰는 게 좋겠어. 우리가 기부한 돈이 예수님의 사랑으로 둔갑할 수 있거든. 내 생각이니까 참고만 하라고.

 

그런데 제일 궁금한 건 찾을 수가 없었어.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그 뒤에 어떻게 조취를 취했는지. 가족들을 평온한지, 할아버지는 수고로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지. 정말 제일 중요한 건 쏙 빼놓는단 말이야. 여기 누구 재단에 전화 해 볼 용자 없어? 내가 하라고? 알았어. 끝나고 전화 해 볼게.

 

4명의 가족들 중에 가장 힘들어 보이는 건 할아버지였어. 그래, 우리 막 살지는 말자고. 세상에 버림받았더라도 가족은 우릴 품고 있잖아.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진 않아.

 

가족도 버렸다고? 그럼 같이 찾자. 사랑을 나눌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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