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이 석상
이스트 섬에 대해선 꽤 관심을 갖고 본다고. 모아이 석상 알지, 돌하르방처럼 생긴 거. 어릴 때 내 친구 녀석 한명이 날 모아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인지 관심을 가지나봐.
이스트는 멸망해서 무인도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칠레 소속에 주민들도 5천명 살고 완전 관광지더군. 오늘 기사를 봤는데 섬주민들이 영국보고 모아이 석상을 돌려 달래. 그래, 여러분이 다 상상한데로 그 무거운 돌덩이를 대영박물관에 하나 훔쳐갔더라고.
당연히 있던 자리에 돌려주는 게 맞는 거겠지? 섬사람들은 석상을 특별히 여기더라고. 영혼이 깃들었다나, 평화의 상징이래. 근데 말야, 내가 알기론 모아이 때문에 섬이 망했다고 들었거든.
그런 말 있잖아, 이스트섬은 나무가 풍성한 풍요로운 섬이었는데 석상 만드느라 나무를 다 베어버렸고 멸망했다. 들어봤지? 서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 꼴 나니 조심하라는 교훈을 준다면서. 교과서에서도 본 것 같은데. 기억나지?
이 생각을 떠올리니 이상한거야. 자기 섬을 망친 원흉인데 그걸 돌려달라니. 묘하다고. 신념이 확고한 거야 아니면 관광 상품 하나 더 만들려는 생각일까? 이 모아이는 영국에 납치되었다고 돌아온 귀한 석상입니다. 입장료 5만원.
근데 이런 느낌을 받은 게 우리나라에도 있었어. 팔만대장경. 정말 대단하다고 하는 문화재인데 만든 시기를 보면 이게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불경의 힘을 빌려 몽고에 대항한다면서 강화도에 박혀있을 때 만들었잖아. 그것도 8만장을. 산벚나무, 돌배나무를 썼다는데 그 많은 나무가 잘려나간 걸 생각하면 열 받는다고.
게다가 전쟁 통에 불경이나 깎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해 봐. 이건 아닌데, 근데 딱히 불만은 없었던 것 같단 말이지. 혹시, 정말, 자발적으로 참여한 거 아닐까?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야 나무 깎고 부처님을 기대하는 편이 편안하겠지. 그래도 후대의 내가 보기엔 안타깝단 말이야. 팔만대장경 팔 힘이 있었다면 아직 희망을 놓기에는 정력이 너무 넘치는 거 아니야?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준다고? 아니 우주가 도와주는 게 아니야. 그 간절함에 우리 스스로가 이뤄가는 거 같단 말이지.
내가 믿는 대상이 사람이면 그 행동들이 통한다고. 뇌물이나 접대 한방이면 정책이 바뀌기도 하잖아? 그러나 적어도 신이라 불리는 존재는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지. 너무 거대하고 무심해서 무섭기까지 한 그 대상은 그저 지켜본다고. 그러니 어쩌겠어.
일단 사람한테 먼저 빌자고. 믿습니까!
꼭 불경으로 외적을 물리친다기 보다는 정치적 불만 세력을 잠재우기 위해 거대 사업을 일으켰을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