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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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암살자의 신조 (1) 2018/12/19 AM 11:55

암살자의 신조

 

 

로마 시대 알아? 내가 아는 거라곤 그리스신화 읽은 거랑, 영화 벤허, 글래디에이터 정도 본거야. 글래디에이터 다 봤겠지? 대충 이야기는 로마의 장군이 어쩌다 검투사가 되어서 어쩌다 싸우다보니 어쩌다 황제까지 찍어 죽이는 영화야. 엔딩이 허탈한 것만 빼곤 볼만한 영화지.

 

난 그 영화를 보고 나서 궁금했어. 로마 황제가 어떻게들 죽었나. 세상에, 암살로 뒤진 황제가 대부분이더라고. 브루투스 너마저? 깨꼬닥. 뭐 허구한 날 암살로 다 죽어. 자살로 죽은 황제도 많던데 걔들이 자살을 하고 싶어서 했겠어? 눈앞에 칼이 들어오니 에라이 내가 먼저 하고 만다하고 죽었겠지.

 

이런 꼴인데 로마가 굴러갔다는 게 신기해. 정말 개판이지 않아? 그런데 말야, 다시 생각해보니 아니더라고. 그렇게 암살이 있었기 때문에 로마가 굴러간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오늘날 우리를 봐. 차이나는 시진핑이 다 해 먹고 있지. 말 한마디 잘못하면 인체의 신비 전시전에 알코올 사이로 들어간단 말이야. 뭔가 이상해. 잘못됐잖아? 근데 왜 암살당하지 않을까? 러시아에선 푸틴이 대통령 해먹다 총리로 잠깐 쉬다 또 대통령으로 해먹잖아. 판타스틱해. 근데 안 뒤지잖아? 왜 푸틴한텐 홍차 배달하는 용자가 없는 거야.

 

우리나라에선 딱 한명이 떠오르더군.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각하. 탕탕.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재규씨는 사람 죽인 악독한 이미지였어. 근데 요즘은 다르잖아? 기념일도 생기고, 사진도 다시 걸렸다며? 뭐 내가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니고, 아무튼 그가 뭔 생각으로 그 일을 했건 용기 있는 건 맞잖아? 그 덕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더 빨리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지.

 

나는 겁이 많아서 대들질 못해. 누굴 죽이는 것도 꺼림직 해. 그래서 더욱 암살자의 신조가 마음속에 있으면 좋겠어. 부루투스처럼 재규어씨처럼. 그건 반역이나 출세하곤 좀 다른 느낌이야. 그래, 자기가 죽는 한이 있어도, 상대방이 정말 죽어야 되는 인간인가 고뇌 속에서도 내린 결단이지. 아무리 떵떵거리는 독재자라도 공포를 느끼게 할 수 있는 그것.

 

무식한 놈이 신념을 가지면 더 무섭다고 하잖아. 우린 무식하지 않아. 오히려 유식해서 겁이 너무 많을 뿐이지. 알고 있잖아. 뭐가 정의로운가. 뭐가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하는가. 누가 시켜서, 혹은 신을 가장한 교리에 의해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멍청이는 절대 아니야.

그래도 걱정되면 한 달은 생각해 보자고. 암살 대상자 가족들과도 만나서 과연 당신 가족을 암살해도 될 만큼 못된 놈인가 토론도 해 보고.

 

아싸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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