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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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잡식주의자의 변명 (1) 2018/12/21 PM 07:13

잡식주의자의 변명

 

 

돼지 도축 공장을 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 완전 공장 식으로 깔끔하게 처리가 이루어지더라고.

 

처음이 가장 인상적이었어. 아직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돼지 목에 전기침이 양쪽으로 꼽히더니 기절시키는 장면이지. 난 전기로 즉사시키는 건 줄 알았어. 그런데 그건 아니더라고. 돼지의 목숨이 끊기는 순간은 바로 다음이었어. 사람이 직접 돼지 목 아래를 칼로 찌르더라고. 부엌칼만한 걸로. 그러자 피가 콸콸 흘러넘쳤지.

 

그 장면을 보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거야. 생명을 끊는다는 건 어떻게 꾸며 봐도 불쾌하니까. 의문이 들었어. 전기 쇼크도 모자라 왜 목을 따서 죽일까? 좋은 공장에선 그래도 한 번에 죽던데 그렇지 않는 영상도 보이더라고. 목에서 피를 뿌리며 발버둥 치는 장면은 안타까웠어.

 

알아보니 이유가 있더군. 죽여 버리면 피를 빼기가 어렵대. 피가 몸에 남아서 고기 품질이 나빠진다나. 이걸 방지하기 위해 기절만 시키는 거지. 머리는 회까닥 만들고 심장은 뛰게 하는 거야. 그러면 심장이 알아서 피를 바깥으로 펌핑하고, 멍 자국 없는 깔끔한 돼지 몸뚱이를 얻을 수 있는 거였어.

 

좀 거시기하지만 어쩌겠어. 맛있는 돼지고기를 위해선 이 정도야 눈감고 넘어가주지. 전기쇼크는 그래도 양반이라고. 예전에는 오함마로 머리를 내리쳐서 기절시켰대. 한 번에 못하면 고통에 몸부림치며 난장판이 됐을 거라고.

 

머리를 맛가게 하고 피를 흘리며 스스로 죽어가게 한다라... 이거 어디서 많이 겪은 시추에이션 같지 않아?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높으신 분들이 쓰는 방법이잖아! 방법이 세련되어서 기절할 때 고통도 모른다니까. 피를 흘리는 지도 몰라.

 

온갖 거짓으로 우릴 바보로 만들지. 가짜뉴스에서부터 교묘하게 선동하고 한 쪽 편만 보여주는 기사들. 눈과 귀를 막기 위해 옆 나라처럼 곰돌이 푸 마저 삭제시키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어릴 때부터 우리를 세뇌시키기 위해 열과 성을 받쳐 교육하지.

 

그렇게 머리가 나간 후에는 그냥 가만히 놔두는 거지. 알아서 죽어가니까 손댈 필요가 뭐 있겠어. 윗분 입맛에 알맞게 변해서 식탁위에 놓일 거야. 오히려 1등급 고기라 자랑스럽기 까지 하지. 그런 울분은 돼지만으로도 충분하잖아. 우리까지 개돼지가 되진 말자고. 깨어있자!

 

연관 동영상으로 가축들이 물건처럼 사육되는 영상도 봤어. 근데 그걸 보고도 난 육식은 못 끊겠더라고. 뭔가 불편하긴 한데, 아이 그냥 내가 닭을 길러야 하나. 이제 돼지 뒷다리살 먹을 때마다 고민에 빠질 거 같네. 채식주의자 당신은 대체!

 

아무튼 일용할 양식을 준 모든 생물들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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