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층 투어
어릴 때는 인도 여행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 그건 아마 영화나 책에서 본 이미지 때문일 거야. 겐지스강에 몸을 맡긴 사람들, 원초적인 느낌이랄까? 자유를 찾는 사람들, 도를 닦는 사람들은 인도로 가야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니까. 지금은 아니지만.
인도 여행 프로그램 중에 재밌는 걸 봤어. 뭄바이 다리비 슬럼 관광. 한번 보는데 1만 원 정도면 되더군. 여행후기도 별점이 빵빵하던데. 눈을 뜨게 해줬다는 평이 많더라고. 야외 빨래터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 쓰레기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찾아가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고 해.
글쎄, 가난도 구경거리가 되는 거야? 아니지,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구경거리가 된 걸까. 잘 모르겠어. 관광객으로서 보는 입장과 인도인으로서 보는 시각은 다르겠지. 만약 우리나라에 슬럼 투어가 생긴다면 난 분노할거야. 이 십쇼키들이 개선할 생각은 안 하고 관광 상품이나 만들었다고 말이야.
투어를 주관하는 여행사는 벌어들인 수익을 빈민가를 위해 쓴다고 해. 근데 사기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나로선 믿기가 어렵단 말이지. 오히려 이용해 먹고 있는 거 아닐까? 조폭처럼 군림하며 빈민가마저 착취하는 족속들이 아닐까 걱정이 돼. 인도 정부가 주관한다면 믿겠어. 나도 결국 나라님을 찾는 국가주의자구나.
난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지 않아. 화만 날 거 같거든. 아무것도 못하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일 거 같다고. 그들의 치열한 모습이야 우리네 백수들도 매일 하고 있잖아. 가난은 우리도 지지 않는다고. 상대적으로 울림이 덜할 거야. 너무 익숙하니까.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투어는 무엇일까? 흠, 그래! 지배층 투어! 이건 우리나라에도 다 있다고. 비행기 타가며 돈 낭비 할 필요도 없지. 일단 내가 제일 가고 싶은 곳은 강원도 어느 별장이야. 캬 광란의 붕가 파티를 벌이는 곳! 그 정의롭다는 검찰부터 온갖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애용한 곳! 동영상 찍어주는 건 덤입니다.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질 거라고. 권력이 있으면 남자, 여자, 양성 가리지 않고 자기 멋대로 강간 할 수 있구나!
또 어디가 있을까? 이재용 부회장 자택! 전설의 한 달 전기세 2400인 곳! 공기부터가 다를 거야. 그제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인간답게 살려면 분식회계를 하든 무슨 짓을 하든 악착같이 벌어야 하는구나. 돈이 곧 길이다. 쌈바!
그 후 한심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겠지. 인간인지 개돼지인지 깊은 반성이 될 거라고. 이거보다 깊은 울림을 주는 투어가 있어? 없을 걸?
지배층 투어. 별이 5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