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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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사치품의 유용성 (1) 2018/12/23 PM 01:03

사치품의 유용성

 

 

난 결혼을 포기했지. 연예도 포기했는데 무슨 결혼이야. 그래도 말이지, 결혼하는 커플들에게 모쏠인 이 몸께서 한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어.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돈 좀 하는 반지나 옷을 배우자에게 선물하라는 거야. 왜냐고?

 

좋은 옷이 사람의 품격까지 결정한다는 말에 동의해? 난 개소리라 생각했어. 아무리 누추한 모습이어도 우리의 퓨어한 영혼은 전혀 딴 세상에 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살다보니 이게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내가 운 좋게 비싼 시계를 아주 싸게 등쳐먹었어. 원래는 50만원이 넘더라고. 말이 돼? 누구에겐 푼 돈일수도 있지만 나한텐 5년 치 용돈이란 말이야. 그래, 내 인생에 있어선 범접할 수가 없는 물건이지. 근데 그게 들어왔어.

 

하도 비싸니까 차기만 해도 몸조심을 하게 된단 말이지. 아니, 내 몸이 아니라 시계님이 다칠까봐 몸조심하는 거지. 담배냄새가 나는 곳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돼. 이러니 유흥가 근처에도 안 가게 되더라고.

 

이걸 당신의 아내 남편에게 적용해 보자고. 시계나 반지는 벗기 너무 쉬우니까 정장이 좋겠다. 출장 가는 배우자에게 선심 쓰듯 챙겨주는 거지. 100% 고급 양복, 그것도 막 주문한 걸 한 벌만 싸 주는 거야. 잘 갔다 와. 최대한 여유 있고 인심 쓰는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마음 푹 놓는 거야. 그 비싼 옷을 입고 홍등가의 언니 오빠들을 만날 생각을 하겠어? 다 벗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담배나 향수 냄새는 배기지 않을까?

 

근데, 내 이론을 박살내는 분들이 너무 많단 말이지. 하나에 억이 넘는 시계를 차고 양복을 입고도 마음껏 분비물을 묻히고 다니는 분들이 있잖아.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이런 비싼 물품들로도 주체가 안 되는 분들. 이 분들은 어떻게 구제해야 할까?

 

일단 그분들한테는 싼 거라도 최대한 비싸게 드려야겠지. 경제적이니까! 그런 거 있잖아, 비닐 쪼가린데 상표만 붙여서 원가의 3만 배씩 받아먹는 거. 프라다, 발렌시아 또 뭐야. 그런 곳에서 만드는 비닐봉투, 종이빽, 중국산 신발. 관종병과 허영심을 적절히 채워주면서 생산하기도 쉽지. 이런 걸 덕지덕지 붙여드리는 거야.

 

이걸로도 만족이 안 되는 경우엔 어떻게 할까? 그럼 할 수 없지. 다이아나 금을 때려 박자고. 간혹 인터넷에도 보이잖아. 세계에서 최고로 비싼 핸드폰. 성능은 과거의 유물이지만 그러면 어때, 금딱지에 루비 버튼이면 비싸지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지.

 

역시 세상 모든 물건에는 역할이 있단 말이지. 평소 저런 걸 왜 만들지, 왜 사지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어. 높으신 분들이 욕망을 주체하려면 이 정도는 만들어줘야 한단 말이야. 난 그런 깊은 뜻도 모르고 욕만 해댔으니, 하 반성하겠어.

 

역시 돈의 신은 신비롭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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