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찾아 구글링
서울시교육청이 교사들에게 공용폰, 공용번호를 지급하려고 한데. 이유는 교사들의 사생활 보호 때문이라는데. 아무래도 퇴근 후에 업무 전화 받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으니 이해가 되네.
공용폰은 돈이 많이 들어서 안 될 거라 하고 중요한건 공용번호 사용이더군. 업무용 번호를 따로 제공하는 거지. 잘 쓰다가 업무시간 끝나면 착발신이고 문자고 다 차단한데. 호오. 근데 이거 과연 가능할까?
일단 공용번호가 도입되면 학부모님들한테 설명부터 해야 할 거야. 학부모님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진 별의 별짓을 다 하더라도 제 폰은 안 울립니다. 그러니 업무 외 시간에는 연락할 생각도 하지 마세요. 그야 이렇게 싸가지 없게 말하진 않겠지만 결론은 이거잖아. 이걸 들은 학부모의 입장은 무엇일까?
선생님을 배려하는 학부모라면 그래 이해한다는 입장이겠지.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을 거라고. 아니 담임선생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공용번호 말고 진짜 번호 내놔요. 캬악!
여기서 거부할 수 있는 깡을 가진 선생님은 얼마 없을 걸. 학부모는 교사에게 갑이잖아? 직장인이 상사 전화 무시할 강심장이 없듯이.
아이 어머니, 교육청 정책으로 내려와서 저도 어쩔 수 없네요. 아니, 그건 교육청 사정이고 선생님 폰 쓰시잖아요. 예, 그러니까. 중요한 일일 때만 연락 할 테니 주세요! 예. 010-****..... 그리곤 다음날 저녁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겠지. 선생님, 내일 미술 준비물 뭡니까?
게다가 학부모님 사이에서 금방 소문이 퍼질 거라고. 근혜엄마, 담임쌤 진짜 폰 번호 갖고 있어요? 아뇨. 전 아직 선생님과 친하지 않나 봐요. 흑흑, 재인이 엄마는 폰번호 주고받았다던데. 재인이만 챙겨줘!
이럴 바엔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차라리 학기 초에 학부모님들 다 모셔서 허심탄회하게 사정을 말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학부보님, 저도 인간입니다. 퇴근 하면 저도 쉬어야죠. 그런데 전화라도 오면 손이 떨립니다. 그러니 제발!
그래도 섭섭한 학부모님이 있겠지. 지금 생각난 건데, 방과 후 연락반 선생님 자리를 만드는 건 어떨까? 저녁부터 새벽까지 가리지 않고 학부모님과 소통하는 선생님! 그야 정교사까지 바라는 건 아니고 무기계약직 좋지! 올빼미 생활 패턴에 익숙한 우리 백수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될 일자리 사업일지도 몰라.
까짓것 학생상담도 하자고. 뚜뚜, 지금 다른 학생 상담 중이에요. 통화 가능시간까지 1분 예상되네요. 뚜뚜. 쌤, 마인크래프트 하려면 어떻게 해요? 야! 어머니한테 8,900원 결제해 달라고 그래! 쌤이 결제해주면 안 돼요? 쌤이 무슨 돈이 있냐! 벌써부터 흥미진진하군.
선생님들 사생활보호도 돼, 백수에겐 일자리 창출이야, 학부모님과 아이들에겐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지. 가즈아!
아무튼 갑자기 중학교 때 국어쌤이 보고 싶네. 교육청 스승찾기에 비공개로 해 놓으셨더라고. 에잇, 사생활 존중해 드려야지.
잘 살고 계시죠! 전 못 삽니다.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