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육
애견카페에 가 봤어? 나는 우연찮게 개를 좋아하는 친구랑 가 봤지. 남자 둘이서.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가자마자 개란 개는 다 짖더군. 호우. 난 거기 있는 친구들은 순둥이에 짖지도 못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 6천원이나 하는 커피를 시킨 후에 개털이 그나마 덜 묻은 자리에 앉았지. 그리곤 끝났어. 개와 나의 커뮤니케이션은.
개 먹이는 따로 팔더라고. 그것도 내가 먹는 커피보다 2배나 비싸게. 얘들도 아는 거지. 사료 안 사는 인간에겐 눈길조차 줄 필요가 없다는 걸. 삐졌냐고? 아니, 그건 아닌데 불편했어. 그 좁은 카페에서 사람한테 치이고, 자기보다 덩치 큰 개한테도 치이고 하는데. 그런데도 사료 한 톨 먹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이 불편했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동물원 안 간지도 오래됐어. 가고 싶지도 않고. 어릴 때부터 동물원에 대해 반감이 있었지. 잊히지 않는다고. 아빠랑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 갔을 때. 조그만 우리 안에서 흑표범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계속!
꼬마에겐 그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고. 아빠, 흑표범이 어디 아파요? 우리 안에 갇혀서 그런 거 같구나. 그때부터였을 거야. 소년의 마음엔 동물원은 없어져야 할 공간이라고 단단히 박힌 게. 커서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아니 더 굳어서 돌이 됐지.
44만원으로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 숙소 앞에 동물원이 있었거든. 여행 패스가 있으면 공짜였지. 동물원이 싫어도 해외여행이다 공짜인데 의무감에 갔어. 결과는 후회만 했지. 소리 지르면 동물들이 놀라요! 일본어로 딱 적혀있었다고. 근데도 기린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아줌마가 있는 거야.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이어서 그런가 했는데 유창한 일본어로 비명을 지르더라고. 글을 못 읽는 인간이었나?
호랑이 우리 앞에서 나무 던지는 아저씨에 잠자는 양을 기어코 깨우는 아이까지. 이건 아닌 거 같더라고. 게다가 동물 배치도 이상하더라니까. 얼룩말 우리 옆에 사자우리가 있는 거야. 사자들은 얼룩말에서 눈을 못 떼더군. 왜 이렇게 놔뒀을까? 사자 고문하려고? 수의사분 없나. 이게 사자와 얼룩말한테 좋은 거야? 진짜 궁금해서.
그리고 보고 말았지. 어릴 적 트라우마. 거기도 우리를 하염없이 왔다 갔다 하는 곰이 있더군. 별 생각이 다 들었어. 동물원 온 게 정말 비참했고. 정말 왜 이런 거야? 설마 그냥 운동하는 중이야?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는데.
요즘은 동물원도 많이 변했다고 하는데 글쎄. 나의 동물원 혐오를 막을 정도로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일단 체험장, 동물카페는 아니라고. 하루 종일 사람 손 타는 끔찍한 공간 아닌가? 귀여움 받고 잘 먹고 잘 사는 거라고? 잘 모르겠어.
아닌 거 같아. 먹이를 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잖아. 걔들을 일부러 굶긴다는 소문도 있어서 더 의심이 간다고. 에잇 동물원, 카페, 체험장 반대하는 나를 한방 먹여줄 사람 없나. 난 이래봬도 동물애호가라고! 동물전문가 아무나 나를 말려주세요!
그런데 한 가지는 동의해. 교육적이야. 진짜 교육적이라니까.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든지, 혼자 있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끼잖아. 우리에 갇혀서 맴돌며 발버둥 치는 건 우리네 모습이지.
그야말로 완전한 사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