츤도쿠 – 책을 쌓아두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
오늘 책장을 바라보는데 좀 딱하더라고. 5칸짜린데 그 중에 2칸이 취업서적이야. 토익, OPIC, 일본어, NCS, 행정학, 경영학, 경제학, 금융학, 각종 컴관련 자격증 서적...맙소사. 게다가 이게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를 종이사전까지! 신기하다니까.
좁은 방에 이런 것들이 있으면 뭐해. 그냥 싹 다 재활용으로 버릴까 했어. 책을 버린다는 게 거시기 하지만 요런 책들은 폼도 안 나잖아. 이것들은 그냥 세속에 얼마나 쩌들었는지 보여주는 쪼가리 같다고. 1년만 지나면 팔지도 못하는. 에휴. 나무야 미안해!
그런데 버리진 않았어. 막상 빼니까 책장이 휑하더라고. 게다가 이런 기사도 봤거든. 안 읽더라도 책을 집에 쌓아놓아야 합니다! 책이 있는 환경에서 큰 아이일수록 인지능력이 높고 돈도 잘 법니다! 흥. 나도 참 징 해. 결혼도 못할 놈이 이런 건 또 못 지나쳐요.
글쎄, 정말 우주의 기운이 도와서 내가 결혼하고 애를 가졌다고 쳐. 애가 그러지 않겠어? 아빠, 저 책들은 뭐야? 어, 아빠가 취업 준비 했을 때 읽었던 책들이야. 근데 왜 아빠 아직 백수야? 어...그게....엄마가 돈 잘 벌잖아. 아빠는 우리 딸하고 있는 게 좋아. 크흠.
부끄럽긴 한데 애한테 도움은 되겠어. 뭐 이래저래 상식이나 영단어도 가르쳐 줄 수 있을 거 같고, 돈 벌어 주는 엄마의 소중함도 알 수 있겠고. 자소설 쓰는 법까지 완벽하잖아. 동화책은 비교 불가지.
근데 책이란 게 자식세대에 있긴 할까? 점점 전자책이고 유튜브가 대세가 되고 있잖아. 우리나라 서점뿐만 아니라 벨기에도 주당 3개꼴로 서점이 문 닫는다 하던데? 요새 애들이 모르면 찾는게 뭐겠어. 유튜브! 뽀싱뽀싱, 안녕하세요! 다몰라TV의 다몰라입니다. 오늘은 구시대의 유물 종이책에 대해 알아보죠. 뿌씽뿌씽. 왠지 구시대의 유물이 된 느낌이군.
그래도 살아남겠지? 마치 기계식 시계처럼. 그 있잖아, 전자시계보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몇 억씩 하는 것들. 책도 비슷해. 일단 전자책은 자랑할 수가 없잖아. 그 보이지도 않는 거 8TB나 모은다 한들 무슨 자존감이 생기겠어. 근사한 서재에 빡빡이 쌓인 종이책이야말로 내가 좀 산다, 교양이 있다 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지. 점점 책은 사치품이 될 거야. 겉에 가죽으로 싸고, 잉크는 금으로 하고. 은행털이가 웬 말이야. 이젠 도서관 털이의 시대가 될 거라고.
슬퍼. 글로만 속마음을 표현하는 나 같은 분류들은 어떻게 하지. 그 비싼 책을 낼 엄두도 못 내잖아. 그렇다고 유튜브를 하자니 너무 소심해. 카메라로 이 못난 얼굴을 찍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마이크라도 쥐어주면 덜덜 떨어서 자동에코가 된다고. 도태되나? 그래도 걔 중에는 읽을 만한 것들도 있긴 한데. 흠.
뭐, 나무가 좋아한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