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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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피로 맺어진 사업 (0) 2019/01/11 PM 06:30

피로 맺어진 사업

 

 

난 정말 바보야. 자칭 동물애호가라고 했지만 실제론 아무것도 몰랐거든. 동물도 헌혈이 필요하다는 걸. , 살면서 지나친 동물병원만 몇 개야. 아 동물병원이네. 딱 그 수준이었어. 걔들 수술할 때 피는 어떻게 하지? 이런 사려 깊은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지.

 

맞아. 너무 당연한데 몰랐어. 사람도 헌혈을 하는데 동물이라고 다르겠어. 근데 동물이 헌혈을 자발적으로 할까? 안 하잖아? , 여기서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군. 헌혈유무가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어! 내가 무슨 말을 하려했지.... 아무튼.

 

이제야 세상에 눈이 뜨였어. 4차 산업 혁명이 몰아치고 있는 이 때, 절대 인공지능 따위가 범접할 수 없는 블루오션! 바로 동물 피를 파는 거지. 모든 동물병원에! 국내도 만족을 못한다면 외국까지 수출할 수 있을 거야. 한국에서 건너온 따끈한 프리미엄 블러드.

 

근데 문제가 있어. 경쟁자가 있거든. 딱 한곳. 동물 피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지. 이름도 무시무시하다고. 동물혈액은행. 은행과의 험난한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구만. 쉽진 않을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돌파해야지.

 

우선 피 뽑을 녀석부터 뽑아야겠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녀석들은 다 잡아버리자고. 캣맘이고 도그맘이고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행위지. 유기보호센터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안타까운 애들도 기꺼이 뽑아야지. 피공장들을 안락사 시키다니 말도 안 된다고. 그야말로 무한한 공급처. 피 뽑다 죽어나가도 걱정할 일 없잖아. 일단 시작은 개와 고양이로 가자고. 다람쥐 같은 애들은 잡기도 힘들고 수요도 없을 거야.

 

초기검사 비용은 어쩔 도리가 없어. 혈액형이 뭔지, 심장사상충은 없는지 봐야지. 혹시 모를 컨흘뤠인이 들어오면 골치 아프잖아. 아 맞다! 이것도 비용절감 할 수 있어! 한국 헌혈견 협회에서 헌혈을 하면 공짜로 건강검진을 해 준다네! 키야. 초기비용에 대한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렸어. 꿈과 희망이 펼쳐진다!

 

이제 잘 키워서 피 뽑는 일만 남았군. 이건 경쟁사를 벤치마킹 하자고. 경쟁사는 6주에 한번 피를 뽑는다고 하니 우린 4주에 한번 뽑으면 되겠네! 사료는 인간들이 먹다 남긴 쓰레기 돈 받고 가져와서 주면 되고. 철장은 어떨까? 그건 너무 무겁고 비싸, 그냥 폐비닐로 목줄 만들어서 걸어놓자고. 가끔 오는 조사원과 이상한 사람들은 무단침입으로 신고하면 그만이야.

 

이제 홍보지. 그럴싸한 사이트도 만들고 SNS에 달달한 글도 올리면 될 거야. 당신의 반려동물을 위한 최고의 선택! 대한동물적십자사. 길가에 버려진 가여운 댕댕이. 이제 저희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공혈로 사랑을 실천하는 따뜻한 손길. 그러면서 예쁘고 토실토실한 리트리버 한 마리 피 뽑는 영상을 틀어주는 거야. 물론 옆에는 고급사료에 똥 한 쪼가리 없는 깨끗한 바닥을 보여줘야 하지. 연출자 섭외에 돈 좀 들겠네.

 

정말 괜찮지 않아? 나랑 피 사업 하실 분? 아직 정부 규제도 없다고. 시간이 없어. 빨리 한탕하고 튀자고. 건물주의 꿈 가즈아!

 

정말 피땀 흘려 벌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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