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X 사람
닭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이슬람이건 힌두교건 치킨을 금지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거든. 아, 채식주의자는 싫어하겠구나. 아무튼, 닭이야말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유용한 단백질 보충원이지. 달걀만큼 싸고 맛있는 완전식품이 있을까! 2달에 한번 바삭한 양념치킨이라도 먹으면 천국을 맛보는 느낌이잖아.
얼마나 먹어댔으면 닭 화석이 인류 생존을 증명할 자료가 될 거래. 사람이 사는 곳 어디에나 존재하고, 사육되는 수는 214억 마리이며, 년 간 620억 마리가 식탁위로 오른다고 하더군. 더 많은 고기, 달걀을 위해서 엄청난 성장을 했지. 50년 전보다 덩치는 5배가 커지고 일 년 내내 알을 낳을 수 있는 몸이 되었어. 7주 만에 급성장해서 도살 되지. 정말 대단하잖아!
이렇게 인간을 위해 신체개조까지 당한 고마운 닭이지만 대우는 끔찍하더라고. 처참 그 자체야. 태어나자마자 암수 선별을 통해 갈라진 암평아리는 자동으로 예방접종을 맞고 부리가 잘린다고 해. 그 후 평생 케이지 속에서 알만 낳다 죽는 거지. 알 못 낳는 수평아리들은? 그야 말로 분쇄기행 특급 열차에 탑승해. 웟더. 잘 갈려서 사료로 쓰여.
닭의 삶을 알고 나서 별 생각이 다 났어. 학교 앞 병아리는 그나마 행복한 거였나? 생명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동물과 다른가? 동물보다 사람을 위대하게 봐야하는 이유가 뭐지? 동물보다 못한 인간들은? 쓸모없는 것들은 다 갈려야 하나? 나도 주변에서 백수 식충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넌 닭님을 위해 달걀, 치킨 다 끊기라도 할 거야?
내가 철학자도 아니고 머리만 복잡해졌어. 정말 모르겠다고. 만약 닭 천만마리랑 인간 한사람 중에 뭘 구할래? 라고 치킨신이 묻는다면 뭐라 대답해야 할까? 당연히 사람을 구해야 되지? 맞지? 이게 상식이잖아. 근데 왜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인간은 이성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라서? 닭이 진화해서 닭맨이 될 가능성은 없나? ....에잇 때려쳐.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게다가 내가 그리 안타까워한들 달걀과 치킨을 끊을 수 있느냐? 도저히 못하거든. 치킨이야 비싸서 못 사먹는다고 쳐. 그런데 달걀 없으면 식단엔 탄수화물만 남는다고. 점심 라면, 저녁 라면에 밥 말아 먹기. 간식으로 인간사료. 콩밥 먹으면 된다고? 에이 좀 너무하다. 채식하는 분들 존경 해.
나랑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이 많나 봐. 독일에선 노 킬 에그가 나왔대. 적어도 수평아리를 분쇄기에 갈아 넣지 않은 달걀이란 뜻이지. 그러니까 수평아리 분쇄기가 없는 시설에서 선별된 암탉들이 낳은 달걀! 이해했어? 근데 실상을 보니 그게 그거더라고. 특수한 기술을 써서 병아리가 아닌 달걀 때 암수구별을 하는 거지. 그리곤 수평아리 달걀은 미리 분쇄기로 보내는 거야. 아항? 그야 삐약삐약 대는 녀석들 사지로 넣는 것보다야 아무 말 못하는 알을 톡 깨버리는 게 보기는 좋지. 근데 이게 노 킬인지는 의문이야. 아! 사람도 낙태하는데 닭이야 아무 문제없다는 건가? 뭐 그렇다면 받아들이겠어.
다른 방법으론 배양육이 있더라고. 살아있는 닭이 아닌 인공으로 만든 고기를 먹는 거지. 유리관 안에서 키우는 고기라! 이런 거 보면 인간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 근데 가격이 문제야. 배양육 치킨은 453g에 1000만원이거든. 1g당 2만 2천원. 금보다야 싸지만 누가 이걸 사먹을 수 있겠어? 빌 게이츠? 다행인건 빌형이 인공고기 쪽에 돈을 많이 투자해줬데. 우리가 윈도우즈 사느라 보낸 돈 허투루 쓰진 않는다는 거지. 언젠가 배양육의 시대가 오겠지만 나랑 여러분은 늙어서 죽은 다음이지 않을까?
텃밭이라도 있으면 직접 키우겠는데 0.8평 비좁은 방이 전부야. 닭장 속보다야 낫겠지만 둘이 살만한 곳은 못 되지. 설사 둘이 합방을 한다고 한들 음탕한 생각만 할 거 같아. 영계의 어원이 그렇고 그런 거라며. 아니, 그렇게 들었다고. 왜 그런 눈으로 봐!
아니면 말이지 닭님에게 한 번 더 신체개조를 하는 거야. 수컷도 숭풍숭풍 알을 낳게 말이지. 선별도 필요 없이 암컷과 동일하게 예방접종 맞은 후 부리가 잘려서 케이지 안으로 직행할 거야. 그리곤 똑같이 평생 알만 낳다 죽는 거. 끔찍하지만 어때.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찬성할 걸?
에휴, 아무리 생각해도 확 느낌 오는 건 없네. 앞에 계신 분 날 그렇게 그윽이 쳐다본다고 해도 난 채식주의자가 될 수가 없다고요! 이미 고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돼버렸어! 그저 닭님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뿐.
아 치킨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