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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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닭 X 사람 (0) 2019/01/19 PM 06:42

X 사람

 

 

닭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이슬람이건 힌두교건 치킨을 금지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거든. , 채식주의자는 싫어하겠구나. 아무튼, 닭이야말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유용한 단백질 보충원이지. 달걀만큼 싸고 맛있는 완전식품이 있을까! 2달에 한번 바삭한 양념치킨이라도 먹으면 천국을 맛보는 느낌이잖아.

 

얼마나 먹어댔으면 닭 화석이 인류 생존을 증명할 자료가 될 거래. 사람이 사는 곳 어디에나 존재하고, 사육되는 수는 214억 마리이며, 년 간 620억 마리가 식탁위로 오른다고 하더군. 더 많은 고기, 달걀을 위해서 엄청난 성장을 했지. 50년 전보다 덩치는 5배가 커지고 일 년 내내 알을 낳을 수 있는 몸이 되었어. 7주 만에 급성장해서 도살 되지. 정말 대단하잖아!

 

이렇게 인간을 위해 신체개조까지 당한 고마운 닭이지만 대우는 끔찍하더라고. 처참 그 자체야. 태어나자마자 암수 선별을 통해 갈라진 암평아리는 자동으로 예방접종을 맞고 부리가 잘린다고 해. 그 후 평생 케이지 속에서 알만 낳다 죽는 거지. 알 못 낳는 수평아리들은? 그야 말로 분쇄기행 특급 열차에 탑승해. 웟더. 잘 갈려서 사료로 쓰여.

 

닭의 삶을 알고 나서 별 생각이 다 났어. 학교 앞 병아리는 그나마 행복한 거였나? 생명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동물과 다른가? 동물보다 사람을 위대하게 봐야하는 이유가 뭐지? 동물보다 못한 인간들은? 쓸모없는 것들은 다 갈려야 하나? 나도 주변에서 백수 식충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넌 닭님을 위해 달걀, 치킨 다 끊기라도 할 거야?

 

내가 철학자도 아니고 머리만 복잡해졌어. 정말 모르겠다고. 만약 닭 천만마리랑 인간 한사람 중에 뭘 구할래? 라고 치킨신이 묻는다면 뭐라 대답해야 할까? 당연히 사람을 구해야 되지? 맞지? 이게 상식이잖아. 근데 왜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인간은 이성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라서? 닭이 진화해서 닭맨이 될 가능성은 없나? ....에잇 때려쳐.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게다가 내가 그리 안타까워한들 달걀과 치킨을 끊을 수 있느냐? 도저히 못하거든. 치킨이야 비싸서 못 사먹는다고 쳐. 그런데 달걀 없으면 식단엔 탄수화물만 남는다고. 점심 라면, 저녁 라면에 밥 말아 먹기. 간식으로 인간사료. 콩밥 먹으면 된다고? 에이 좀 너무하다. 채식하는 분들 존경 해.

 

나랑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이 많나 봐. 독일에선 노 킬 에그가 나왔대. 적어도 수평아리를 분쇄기에 갈아 넣지 않은 달걀이란 뜻이지그러니까 수평아리 분쇄기가 없는 시설에서 선별된 암탉들이 낳은 달걀! 이해했어? 근데 실상을 보니 그게 그거더라고. 특수한 기술을 써서 병아리가 아닌 달걀 때 암수구별을 하는 거지. 그리곤 수평아리 달걀은 미리 분쇄기로 보내는 거야. 아항? 그야 삐약삐약 대는 녀석들 사지로 넣는 것보다야 아무 말 못하는 알을 톡 깨버리는 게 보기는 좋지. 근데 이게 노 킬인지는 의문이야. ! 사람도 낙태하는데 닭이야 아무 문제없다는 건가? 뭐 그렇다면 받아들이겠어.

 

다른 방법으론 배양육이 있더라고. 살아있는 닭이 아닌 인공으로 만든 고기를 먹는 거지. 유리관 안에서 키우는 고기라! 이런 거 보면 인간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 근데 가격이 문제야. 배양육 치킨은 453g1000만원이거든. 1g22천원. 금보다야 싸지만 누가 이걸 사먹을 수 있겠어? 빌 게이츠? 다행인건 빌형이 인공고기 쪽에 돈을 많이 투자해줬데. 우리가 윈도우즈 사느라 보낸 돈 허투루 쓰진 않는다는 거지. 언젠가 배양육의 시대가 오겠지만 나랑 여러분은 늙어서 죽은 다음이지 않을까?

 

텃밭이라도 있으면 직접 키우겠는데 0.8평 비좁은 방이 전부야. 닭장 속보다야 낫겠지만 둘이 살만한 곳은 못 되지. 설사 둘이 합방을 한다고 한들 음탕한 생각만 할 거 같아. 영계의 어원이 그렇고 그런 거라며. 아니, 그렇게 들었다고. 왜 그런 눈으로 봐!

 

아니면 말이지 닭님에게 한 번 더 신체개조를 하는 거야. 수컷도 숭풍숭풍 알을 낳게 말이지. 선별도 필요 없이 암컷과 동일하게 예방접종 맞은 후 부리가 잘려서 케이지 안으로 직행할 거야. 그리곤 똑같이 평생 알만 낳다 죽는 거. 끔찍하지만 어때.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찬성할 걸?

 

에휴, 아무리 생각해도 확 느낌 오는 건 없네. 앞에 계신 분 날 그렇게 그윽이 쳐다본다고 해도 난 채식주의자가 될 수가 없다고요! 이미 고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돼버렸어! 그저 닭님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뿐.

 

아 치킨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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