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강의 독서법
성남시가 아주 구미 당기는 정책을 기획했더군. 도서관에서 6권의 책을 빌리면 2만원을 주겠대! 호우!
아 근데 막 주는 건 아니고 좀 제약이 있어. 일단 성남 시민이어야 해. 허허. 여긴 성남시민 없나? 그리고 만 19세여야 해. 정확히! 19세 미만, 초과 다 나가리야. 이거 가지고 말이 많더라고. 왜 다른 나이 놔두고 하필, 어, 19금도 아니고, 딱 19세만 지정했느냐? 이거 좀 이상하잖아.
이제 고3 입시지옥을 벗어나 풋풋한 대학새내기가 되는 만 19세 청춘들에게 한권이라도 책을 가까이 하기 위해섭니다! 성남시의 입장이야. 야당에선 선거권 가지는 애들 상대로 돈 뿌리기라 비판하고. 양쪽 다 그럴싸해.
19세라. 흠. 만약 그 19세가 재수를 한다면? 푸후훗. 지옥의 연장선에 있지. 재수 많이 하잖아? 교양서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 아, 논술 준비하다고 읽으려나? 아무튼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데 콕 19세는 이상하거든. 초딩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접해야 될 거 아냐? 중딩들은? 중딩이라고 책 안 읽나? 성인은?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게 좋다면서.
그러니 대게 써먹는 방법이 있잖아. 가난한 사람부터 준다! 이게 너무 식상하면 다른 방법도 있지. 진짜 책을 읽는 사람에게 준다. 이렇게 하면 불만 없잖아. 선거권이고 뭐고 알게 뭐야. 성남시민 중 1년간 도서관 이용실적이 가장 높은 분 11,250명에게 2만원 지급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이번 사업이 2억 2천 5백만 원이거든. 딱 11,250명에게 2만원씩 가.
지급 방식도 그래, 아니 6권만 빌리면 2만원 준다? 왜 6권이지? 드래곤라자만 해도 8권인데. 해리포터도 그렇고. 게다가 빌리는 거랑 읽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걸 우린 알고 있지. 특히 도서관 좀 들락날락 했던 분이라면. 나도 마르크스 자본론을 3번은 빌렸거든. 빌릴 때마다 3쪽 읽고 잠들었어. 그래도 또 빌렸지. 안 읽어도 딱 꺼내면 오~ 이 새끼 고전 좀 보네 소리 들으니까.
야당에선 독후감을 제출하면 주자고 했는데 실행하기 어려워서 안 받아들였대. 독후감 하나하나 확인하기 귀찮았나? 하긴 입시지옥에서 나왔더니 독후감지옥이 기다리면 그것도 좀 거시기 하지. 돈 때문에 글 쓰는 건 자소설에 그쳤으면 해. 차라리 독서토론회를 열고 거기 참석하면 차비정도로 지급하는 건 어떨까? 뭐 책은 안 봤어도 다른 사람이 샬라샬라 말하는 거 듣고 있으면 어느 정도 녹아들거든. 게다가 발표회 자리에 선남선녀들이 올 거잖아. 이게 남녀가 있으면 신비하고 오묘한 학구뽕이 차오른다고! 키야! 잘 되면 성남시 인구 증가에 기여할지도.
그리고 지급되는 2만원 말인데, 현금은 아니고 상품권이야. 성남사랑 상품권이라 하더군. 그 대충 성남시 재래시장이나 식당에서 쓸 수 있는 거지. 근데 독서증진을 할 거면 도서상품권이 낫지 않나? 아! 도서상품권은 게임캐시로도 쓸 수 있지! 그래서 안 했나? 뭐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시장이었으면 그냥 성남시에 있는 중소서점에서 쓸 수 있는 특별상품권을 주겠어. 요새 중소서점 어렵다는데 좀 도와주고, 어, 그리고 책도 사게 하고. 좋잖아. 조폭하고 연루될 염려도 없고.
아무튼 이번 일이 포퓰리즘이다 뭐다 말이 많지만 관심은 끌었잖아. 이걸 기회로 정말 책을 많이 읽을지도. 그래! 돈신이 나서는데 뭐가 안 되겠어. 책을 안 읽는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돈이면 됩니다. 지상 최강의 독서법! 요즘 시대에 누가 억지로 읽히나, 그럴 시간에 돈을 쥐어 주세요. 아이의 미래가 바뀝니다.
성남시 19세들은 좋겠어. 2만원이면 시노자키 아이 화보집을 살 수 있는데. 하악하악 아이는 사랑입니다. 아니다, 치킨 사먹을까?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