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박진성 시인이 손석희 앵커에게 시를 하나 보냈던데 좀 그랬어. 아! 먼저, 난 그 둘 사이에 뭔 일이 났는지, 어떤 상황인지는 따지지 않을 거야. 그저 시와 시인에 대해 말하고 싶어.
이래봬도 나도 글을 끼적이거든. 쓰고 싶기도 하고, 글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소설이며 수필이며 여러분과 나눌 대본도 글로 구상하지. 근데 시는 적어 본 적이 없어. 시란 게 참 묘해서 말이지.
초딩 때 글쓰기 대회라도 하면 시를 많이 적었잖아. 일단 짧으니까! 게다가 내 마음대로야. 구성이며 스토리며 다 초월할 수 있지. 그런 의미에서 뭐가 좋은 시고, 뭐가 수준미달인 시인지 구분이 가? 난 못하겠던데! 완전 현대미술 같다니까.
똥. 똥을 싼다. 푸지직. 똥 묻었다.
3초 만에 지은 시야. 이걸 어떻게 평가할거냐고? 정말 초딩스럽네요! 라고 해도 되고. 아니면 똥 같은 현실을 비판하며, 그 자아도 똥이 묻어버리는 아이러니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시대적 갬성의 시. 라고 할 수도 있지. 해석하는 사람 마음이잖아.
소위 시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나 의문이 가. 모두가 시인 아냐? 자기 마음 표현하면 그게 시지 뭐야. 신춘문예에 합격하면 시인인가? 시란걸 어떻게 평가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그 시를 쓰기 위해 고뇌와 반성을 고통스럽게 했는지, 아니면 머릿속 스치는 기지로 때웠는지 누가 알아? 본인 외에는. 시를 시 자체로 평가한다 하면 그저 얼마나 미사어구와 기발한 표현을 썼나, 그거 가리는 수준이 될 거야.
그런 점에서 시란 시인의 생애가 반영돼야 하지 않을까? 서정주의 시가 그리 아름답다하지만 그 분 삶을 보면 딸랑이의 연속이니. 화려한 글귀로 찬양과 선동을 했지. 반면 윤동주의 시는 아무것도 아닌 표현에도 비장해. 예수를 닮고자 했던 열망이 느껴져. 진짜 죽음이 겹치면서.
아무튼, 박진성 시인의 시로 돌아가서, 난 정말 실망했어. 아니 그래도 명색이 시인이라는 분이 좀 그 있잖아. 아...그러니까 은은하고, 스리슬쩍 하면서, 그 문학가의 고독한 그 포스. 아우라가 느껴지는 시를 적은 줄 알았거든. 아니 근데 너무 대놓고 적어 놓으셨다라니까.
아잇 그래! 시는 평가하기 어렵다는 거 취소! 시면 좀 아름답고 축약적인 맛이 있어야 하지 이게 뭐야! 상상할 여지가 없어! 그냥 손석희 꼬시다. 너도 당해봐라. 딱 이거잖아. 아이 내용이 이런 살벌한 거면 표현이라도 그 ....아이 진짜!
이걸 보고 박진성시인 시집 살 마음이 생겨? 내가 안타까워서 그래! 출판사에서 책도 안 내줘서 어렵다는데 이 좋은 기회를 이렇게 날려! 딱 대중들에게 이목받기 좋은 땐데, 그래도 이왕이면 오! 역시 시인은 까는 것도 시처럼 까는 구나. 여윽시 시인이십니다. 이런 맛을 보여줬어야지!
지나간 걸 어떻게 하겠어. 내가 박진성 시인도 아니고. 한국일보에선 3천만 원 배상했다는 소식도 있던데 잘 풀리면 좋겠어. 돈으로는 보상할 수 없겠지만. 시인이란 사람이 이렇게 미투다, 정치색이다 묻어버렸으니. 그의 시에 영원한 가시가 될 거야.
그래도 난 박진성시인이 부러워. 왜냐고? 음양합일은 했잖아. 문학계가 그렇게 습작생 여성분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인지 몰랐어. 문학가라면 방구석에 박혀서, 굶어가며, 쓸쓸히 글 쓰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거든. 실제는 만나고, 의견도 나누고, 그러다 눈도 맞고 그런가봐. 갑자기 등단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네. 하악하악.
에휴, 그래, 방구석 혼자 처박혀 있는 나 같은 놈이 어떻게 사랑을 알겠어. 사람을 울리는 글을 쓰겠어. 그저 자기만을 바라볼 뿐. 그래도 이왕이면 홀로 죽어간 윤동주의 글을 읽고 싶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도, 사람도, 고소미도. 모두 코와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