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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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철인 28호 (0) 2019/02/05 PM 05:55

철인 28

 

 

설은 잘 보내고 계신가! 나야 방구석 홀로 지내지만 가족을 만나는 분들도 많을 거야. 가족이란거 말인데, 참 소중한 존재잖아. 부모님이 잔소리는 많이 하셔도 그야 다 자식 잘되라고 하는 말이니. 물론 우리 엄마는 이미 해탈을 한 거 같아. 잔소리도 안 하셔. 부끄럽고 미안하네.

 

근데 플라톤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가족을 해체해야 한다고 했어. 이게 뭔 개소린가 싶은데 이유를 보니 맞는 말이더라고. 가족이 있으면 사욕이 생기고 사회를 망가뜨린다는 거지. 정말 그런가? 맞아! 역대 왕조들을 봐. 자기 자식한테 물려주려고 별짓을 다 하잖아. 능력이고 뭐고 다 사라지고 핏줄만 남지. 심지어 그 전통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김정은? 이건희?

 

악독한 짓들이 가족을 위해서! 란 말로 정당화 될 수 있어. 내 자식을 위해서, 독재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너 숙청! 상속세가 웬 말이냐! 한 푼이라도 더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 명의신탁이다 삼성바이오다 정말 알기도 어려운 것들을 총동원해서 상속세 16억을 달성하지. 이것도 내기 싫었을 거야. 연간 매출 250조나 기록하는 회사지만, 온갖 혜택은 다 누리지만 세금은 내기 싫다고!

 

너무 스케일이 큰 것부터 말했나. 여기에 비하면 김성태의원 딸이 KT에 부정입사를 했네, 은행가나 공기업에 자식을 꼽아 주네 마네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야. 비난만 할 수 없는 게 나라도 빽 좀 있다 싶으면 똑같이 할 거 같거든. 딸내미가 5일 안감은 머리를 디밀며 아빠 돈 주세요 하면 속이 뒤집어지겠지. 이 애를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만만한 지방공기업 사장들 보는 거야. 잘 지내시죠? 어이쿠, 우리 딸애가 마침 그쪽 기업에 입사지원을 했네요! 정말 열심히 하는 아인데. 그러면서 넌지시 넘어가는 거지. 알 듯 말 듯 눈으로 보내는 신호 있잖아.

 

이러니 플라톤은 가족을 해체하고 싶었을 거야. 근데 가족을 없애면 자식은 어떻게 보지? 여기에도 답을 내놨더라고. 여자와 남자가 무작위로 한다. 누구도 자기의 아내가 누군지, 자식이 누군지, 아버지가 누군지, 어머니가 누군지 모르게! 모든 남자는 모두의 아버지가 되며, 모든 여자는 모두의 어머니가 된다. 호오! 모쏠 입장에선 대환영인걸!

 

심지어 애들 교육까지 다 적어놨어. 가정교육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라 해. 자기 부모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인간이 되기 쉽지. 게다가 부모가 이상하기라도 해 봐. 애가 완전히 맛이 간다고. 많이 보잖아. 부모를 똑 닮아서 싸가지가 증발한 아이들. 이런 꼴을 보지 않으려면 일찌감치 사회에서 확실하고 올바르게 교육해야 한다는 거지.

 

들어보니 플라톤 말이 개소리는 아니지? 그래, 뭔가 띠꺼운데 설득력이 있어. 웃긴 건 권력이나 돈이 없는 우리네는 알아서 플라톤의 의도대로 나아가는 것 같아.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이젠 자식도 없이 혼자 죽는 참인간 진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도 모르는 독거노인!

 

누구나 신부님, 스님의 경지에 이르고 있지. 우리 엄마도 해탈하셨잖아. 본인의 노후를 가족인 나에게 맡기지 않지. 절대로! 요양보험이나 건강보험이 더 듬직하다고. 플라톤이 보기에 기쁠 거야.

 

이런 시대적 흐름에도 나는 아직 욕망을 버리지 못 했어. 혼자 뒤질 거라는 걸 확신하지만, 아직 0.001%의 희망고문을 버리지 못 했다고. 모쏠 탈출하고 싶다! 유전자를 남기고 싶다! 진짜 사랑하고 싶다...

 

플라톤이 나보고 뭐라 할까? 찰나의 욕망을 버려라? 홀로 있는 백수 너야 말로 진정한 철인지도자가 될 수 있다? 칭찬은 고마운데 못 하겠어. 하고 싶지도 않고! 부족해. 너무나. 내가 바라는 지도자? 사랑도 하고, 가족도 꾸리고, 사회랑 씨름하며 할 것 다 해봤으면서도 한 치 흔들림 없는 철인! 27번 실패를 맞보아도 포기하지 않고 강철로 거듭날 수 있는 자!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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