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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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죽기 좋은 날 (0) 2019/02/09 PM 08:16

죽기 좋은 날

 

 

작년 김용균씨가 안타까운 일을 겪었지. 24살의 청춘은 밤새 일하다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갈려버렸어. 그의 죽음 때문인지 몰라도 그 후에 김용균법이라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나왔지.

 

좋게 바뀌는 거 맞지? 근데 안타까워. 3년 전에 못 했을까? 그저 19살 구의역 김군이라고만 아는, 그 청년의 죽음. 그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었나? 이걸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들어. 현장에서 몇 명이 죽어나가던 결국 높으신 분이 하고자 하면 될 것이오, 안 돼! 라고 하면 없어지는 세상 같아서.

 

그리고 사람 대접 받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사람이 죽었으면 대책이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런데도 정말 정말 힘들게 변했지. 국가 최고 권력자라는 대통령이 나서고, 국회에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보내고, 언론에서 기사화하고.

 

아무튼 어찌저찌 대책이 나왔으니 된 거야. 좋게 바뀌는 거 맞지? 그런데 뭔가 그...서글퍼.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래! 마치 취업 못해서 서로 빌빌대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대기업에 합격한 거야. 세상 소중했던 친구의 합격. 축하해 줘야지. 기쁘기도 하고. 근데 그 가슴을 찌르는 두려움이 몰려 와.

 

더 이상 함께하지 않아. 지금까지 옆을 보면 같이 웃었건만 이젠 뒷모습을 보며 쫓아가야 해. 발버둥 쳐보지만 점점 멀어지고 손은 끊어질 거야. 그저 가끔 돌아보면 웃는 모습으로 손 흔들 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고용되어야 합니다. 문대통령이 말했어. 김용균씨의 죽음과 연관해서 발전소 연료, 환경설비, 운전분야는 정규직화 된다고 하지. 좋게 바뀌는 거 맞지? 맞아....아니! 마냥 축하해 줄 수 없다고!

 

같은 비정규직, 같은 고된 일, 같은 목숨을 갉아먹는 일 하던 이들이 이젠 정규직화 돼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안전하게 일하겠지. 오직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의 노동자들만! 다른 비정규직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축하해주고 싶은데, 싶은데! 한편으론 슬프단 말이야. 같은 목소리를 내줄 친구가 사라질까봐. 자기들이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군림할까봐.

 

희생이 없어서 그런가! 죽어나가야 하는 거야? 그나마 노력이라도 하는 문대통령일 때? 명박각하 같은 분이 대통령되면 바꾸지도 못하잖아. 죽었네요. 안타깝습니다. 그걸로 끝! 문통 임기가 얼마나 남았지? 20225? 이제 3년 남았네. 이 땅의 비정규직들이여! 죽으려면 3년 안에 죽어라!

 

....침착. 하려면 다하지. 왜 선별해서. 이놈의 정규직이고 비정규직 나눈 것 자체를 뜯어고칠 수 없나! 근본적으로! 차라리 똑같이 최저임금 받고, 차별받고, 죽어나가는 게 좋을 거 같기도 해. 그래야 한 목소리로 뒤엎어버릴 거 아냐. 노동자 혁명? 걱정하지 마세요. 정규직, 비정규직 나누면 둘이 알아서 잘 싸웁니다. 아무렴요. 아차, 여기에 취준생을 곁들이면, 현대판 삼국지 완성!

 

좋게 바뀌는 거 맞지? 그래, 맞을 거야. 난 백순데 오늘 왜 이렇게 흥분했지. 혹시 듣기 불편했다면 구독과 싫어요 누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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