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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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빌 옵션 (2) 2019/02/12 PM 09:33

빌 옵션

 

 

 

화승이 망했네? 그 신발하고 스포츠용품 만드는 회사. 화승하면 르까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케이스위스며 머렐도 있더라고. 최근에 이 브랜드 제품 산 사람 손! 어유. 안타깝다 안타까워. 강제 노브랜드 제품이 돼버렸네. 슬퍼하지 말라고. 그 슬픔만큼 혹시 떨이판매로 나온다면 기쁘게 사줄게. 누가? 우리가!

 

에이 장난이야, 난 코오롱에서 나온 헤드파거든. 매장도 보기 힘들지만 코오롱빨이 있어서 그런지 망하지는 않는 요상한 브랜드, 이벤트다 쿠폰이다 모으다보면 1년에 신발 한 켤레는 거의 공짜로 살 수 있어....어쩌다 광고모드가 됐지.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진짜 문제는 협력업체며 대리점들이지. 협력업체에 밀린 대금만 1000억 원이래. 웟더. 물건 열심히 만들어서 보내놨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사장님이고 월급 기다리는 노동자들 어쩌지. 아아. 대리점주들도 많게는 1억을 물어야 한데. 돈은 돈대로 나가는데 이제 누가 화승 브랜드를 사주겠어. 이런 상황에서 떨이판매나 노리고 있었다니! 멍청한 자식! 찰싹.

 

망하면 안 되겠지? 근데 본사 꼴을 보니 확 망해버리면 좋겠어. 이 새끼들 의도적 먹튀 한 게 아닌가 정말 의심된다고. 회사가 망하기 일보직전인데 납품업체에겐 안 알렸지. 게다가 물건을 어음으로만 사들였다고. 어음이 뭐야? 그저 돈 주겠다고 약속한 종이쪼가리잖아. 얼마든지 배 째라 할 수 있는.

 

그리고 타이밍이 예술이야. 21일 금요일 통보가 가게끔 했거든. 다음날 토요일이고 설 연휴지. 쭉쭉 놀다가 7일 돼서야 부도처리 받고, 다음날 변명하면 또 주말이네? 그러다보니 213, 어음상환일이 코앞으로 오지. 진짜 누가 설계 했는지 참 기똥차.

 

다행인건 갚겠데. 10년간 빌린 돈 15%. 이게 갚겠다는 거야? 아 뒷골. 친구 사이라도 이 따위로 나오면 면상에 주먹부터 날아가지. 부모자식 사이라도 연 끊겠다! 웃긴 건 화승 기업정신이 사이야. 사이좋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정말 대단한 정신이군요!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려는 정부에서 이걸 가만히 놔두겠어? 또 국민돈 퍼부어서 살려놓겠지. 그래, 지금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납품업체며 대리점이며 노동자들 생각하면 살려놔야지. 딱 거기까지만. 나 사장이요, 이사요 하는 것들은 좀 맞아야 해!

 

언제나 그랬어. 기업이 망하면 노동유연성이 어떻고. 천만에! 그 잘나신 머리들 때문에 망하지 누구 때문에 망해! 어이쿠, 투자를 잘못했네요, 문어발식 확장을 하고 난 턴을 넘긴다. 무조건 주식만 올리라 그래! 연구투자가 웬 말, 소고기패티는 제일 싸구려로! 회사 미래가 어떻게 되든 난 바이바이.

 

마지막까지 쪽쪽 빨아먹지. 그때는 자기가 배운 경영지식을 마음껏 발휘하지.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조금이라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회사는 망했는데 회장이며 사장은 강남에 빌딩 올리고 있네? 윗분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오직 힘없는 자들만 남아서 고통 받을 뿐.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먹튀하는 이 운영자들. 빠따 들어? 아냐, 폭력은 차선책이지. 내가 결정권자라면 이사급 이상에겐 10년 만기 어음으로 보수를 주겠어. 월급으로 최저임금은 주고. 최저임금 상승에 사장단들이 엄청 반기겠지?

 

항상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정신으로 살아갈 거라고. 회장이 나중에 배째라 하면 어쩌지? 안 돼! 무조건 건실한 기업으로 만든다! 내 어음은 내가 지킨다! 뭐요? 성과연동까지 한다고요? 내 생명을 이 기업에! 리싸쑤!

 

그리곤 소리치겠지. 어음 없는 세상에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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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날다    친구신청

이게 단순히 어음만의 문제가 아니라- 뒤떨어지는 판매전략의 문제이겠죠.

화승의 기술력이야 원래 조선 나이키 만들던 회사와 공장이 그대로 국내 브랜드를 만들면서 독립한 것이기에 그 기술력은 인정받았죠. 하지만 가격이 점차 올라가며 해외브랜드와 비등한 가격선을 유지하는데 판매가 저조할 수 밖에요. 물론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훨씬 비싼 제품 라인업도 있지만, 르까프도 쉽게 사 신을 수 없는 가격이란 건 마찬가지이죠. 즉 국내 브랜드로서의 메리트가 없다는 말씀.

메인이 되는 르까프가 이럴진데, 브랜드를 확충해봐야 당연히 빚만 더 올라갈 수 밖에요. 게다가 같은 국내 브랜드인 필라에 비해 몇 세대는 뒤쳐지는 디자인까지.

굴지의 국내 브랜드가 무너진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그 긴 세월 스스로의 문제점을 고치지 못한 화승 스스로가 초래한 결과이기에 그 누구를 탓하지는 못할 문제 아닐까 싶네요.

풍신의길    친구신청

제 글을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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