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구앙
딥다크하지? 중국과 몽고에서 찍은 사진들. 갈라진 대지, 말라버린 초원, 생명 없는 물. 그리고 거기서 병들어가는 사람들. 보고 싶지 않아. 잊어버리고 싶어. 그러나 분명 실재하지. 정말 불편한 진실이구나.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시대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변명할 수 없어. 하찮게 쓰는 물건 하나라도 어딘가 환경을 파괴하며, 사람을 죽여 가며 만들어진 것이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조금 더 검소하게 살아야 할까?
아무튼, 의미깊은 작품이라 생각해. 아름다운 풍경을 찍은 사진도 좋고, 섹시한 모델 사진도 좋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폐수며 매연이며 죽음이며. 보면 끄윽하는 느낌이 오잖아.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그거면 된 거지.
이 사진을 찍은 작가는 루 구앙이라는 사람이야. 대단해. 그 험한 곳에 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다니. 게다가 중국이잖아. 이렇게 비판적인 작가를 가만히 놔둘까? 환경문제라서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진핑이형이 권력 앞에선 가차 없지만 자연 살리기엔 신경 쓰는 거 같긴 하거든. 그래서 찾아봤지.
하, 근데, 아니나 다를까. 작년 11월에 실종되었더라고. 설마 인체의 신비전? 다행히 알코올에 들어가진 않았다고 해. 중국 공안이 체포했다더군. 왜 잡았는지 아직 정확히 모른데.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다만 추측으로 신장위구르에 가서 촬영한 게 아니꼬웠나 봐.
신장위구르가 어디야. 저 중국 서쪽 끝. 몽고보다 더 멀리 있어. 종교도 이슬람이야. 허허, 중국이 1949년도에 무력으로 처묵했지만 따를 리가 없는 동네지. 저항이 얼마나 심하겠어. 그러나 하나의 중국이라는 잘난 중화사상에 젖어서 놔주질 않아.
일제 강점기만큼 별의별짓으로 탄압하고 있지. 500미터 간격으로 검문소를 세우고, 생체정보 수집하고, 안면인식시스템으로 감시하고, 중국화 세뇌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게다가 그 아름다운 위구르 여성들을 중국 남자와 강제 혼인시키고!
이런 부끄러운 일들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여줄 수 있겠어. 이 모습을 찍는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중국인민들은 오직 위대하신 시진핑님 업적만을 봐야지. 세계인이 부러워 할 중국! 에라이 쌍화차야.
루 구앙 작가 무사할까? 왜 비관적인 생각부터 들지. 그의 작품은 불편하지만 계속 보고 싶어. 제발 무사하길.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까 여기 제 2대 루 구앙이 될 분 없나? 사진작가가 꿈인 분 손! 어때, 한편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해 보는 거야. 신장 위구루 잠입기. 싸늘하다. 공안의 눈빛이 번득이다. 걱정하지 마라. 눈보다 셔터스피드는 빠르니까. 촬칵.
싫다는데 억지로 떠밀진 않을게. 그냥 그의 정신이 이어지면 좋겠어. 나? 난 겁쟁이라서 탈락이야. 중국공안 상대로 깝칠 만한 그릇이 못 돼. 에휴. 힘들다.
그래도 부족하나마 루 구앙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주변만 둘러봐도 불편한 진실들이 많잖아. 삶에 찌든 모습. 불우한 청년, 고독한 노인. 차별받는 사람들. 속이 비어버린 백수, 욕망에 굴복한 지도자. 잘려나간 나무들, 죽어가는 동물들. 썩은 물.
예쁘진 않지만 봐야 하는 것들... 다음 출사 때는 이런 것들만 찍어봐야겠어. 아니지, 당장 해볼게!
셀카 모드로 치즈! 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