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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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헬조선 (0) 2019/02/19 PM 09:27

헬조선

 

 

내가 겁쟁이란 걸 절실히 느낄 때가 있지. 바로 공포영화 볼 때. 얼마나 심장이 약한지 잘 알기 때문에 이젠 보지도 않아. 근데 걔 중에는 공포영화라 하지 않았는데도 무서운 게 있거든. 이를테면 콘스탄틴 같은 거. 키아누 리브스 나오고 악마 때려잡는 영화 알지? 그것도 놀라면서 봤다니까. 차로 부딪히기만 해도 어어억! 십자가 샷건을 쏠 때 마다 심장이 꿀렁꿀렁! 죽는 줄 알았어.

 

근데 이상하게 현실에선 담담한 편이야. 어두컴컴한데 혼자서도 잘 가고. 오히려 일부러 혼자 학교에 남아본 적도 있거든. 중학교 때 영어도서실에서 저녁 7시까지 버티다 몰래 나왔지. 왜 그런 짓을 했냐고? 귀신 보고 싶었거든. 아주 간절히.

 

초딩에게도 죽음은 공포였지. 모든 게 끝난 다는 생각에 잠을 못 잤어. 근데 귀신이 있다는 거야. 귀신이 있다는 건 뭐야. 사후세계가 있단 말이고 죽어도 별 거 아니라는 거지. 내겐 악마든 지옥이든 영영 사라지는 것 보단 나았다고. 비교도 안 되게!

 

근데 그렇게 보고 싶은 귀신이건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래서 중2병에 걸렸던 소년은 어느 날 정신이 나가서 학교에 혼자 남아보기로 한 거지. 뻘쭘하게 운동장 구경이나 하며. 이왕 나타날 거면 처녀귀신이 오길 기대하며. 결과는 보시는 대로. 그 날의 뻘짓을 추억만 할 뿐이야.

 

지옥이 있으면 어때? 좋잖아! 불지옥 찜질 당하는 아픔이 얼마나 클 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멸하는 공포만큼은 아니거든. 뻥하니 태어나서 뻥하니 사라지는 건 정말...무섭다고! 내 삶의 의미가 없어지는 느낌이야. 모든 것이!

 

그러니 난 지옥 가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 근데 주말에 교회며 성당에 가시는 분들까지 왜 나랑 같은 마음일까? 지옥행 급행열차 티켓을 사정없이 끊어버리는 모습!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신 분은 잘 살고 계시려나? 크흠.

 

혹시 그 분들도 나랑 똑같은 거 아닐까? 앞에선 하나님을 외치지만 뒤에선 죽으면 그만! 인생 뭐 있어! 그 정신 존경한다고. 살 때 자기 욕심에 충실한 거. 이런 확고한 현실주의자에게 사후세계니 지옥이니 씨알도 안 먹힐 소리지.

 

진짜 필요한 걸 찾아야 해. 공정한 법규. 벌금에서부터 무기징역까지. 비판적인 언론. 남들과 같이 사는 교육. 이런 것들 말이야. 사람이 한 일은 사람이 책임져야지. 이걸 왜 신이고 악마에게 맡겨. 만약 신이 있더라도 짜증나서 집어치우겠다. 우주 돌아가는 구경이나 하려는데 허구한 날 재판해 달라고 하니 미쳐버릴 거라고.

 

잘못한 일을 했으면 반드시 죽기 전에 족치는 사회. 저 하늘나라가 아닌 현실 지옥이 존재하는 곳! 정말 멋질 거야. 잠깐..... 우리나라는 이미 헬반도라 불리잖아!

 

이게 우리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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