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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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정년 82세 (0) 2019/02/22 PM 09:08

 

 

정년 82

 

 

대법원이 육체노동 정년은 65세라고 했더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어. 더 오래 일한다는 거, 참 헷갈린단 말이지. 어머니는 좋아하셨어. 방구석에만 있는 아들은 이제 믿을 수 없거든. 본인이 직접 벌기로 마음먹으셨지. 난 효자야. 어머니가 좋아하시니 찬성!

 

그런데 정반대 기사도 보이더라고. 50세만 되면 사표 압박이 들어오는 삼성. 50세라. 이런 거 보면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지지 않아? 이 악물고 겨우 취직문 뚫었더니 죽음의 레이스는 계속 돼. 자기 청춘을 불사르지. 그러다 결혼하고, 애라도 생겼어 봐. 돈 먹는 하마가 생겼는데 나가라고 하네. 허무한 되.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 녀석이 걱정 돼. 친구야! 20년 남았다. 그 동안 착실히 모아야 한다. 치킨집 탈출계획은 미리 잡고. 알았지? 크흠. 걱정 말래. 자기는 사장자릴 노리고 있다는 군. 정말 무서운 놈이야. 사장 되고 나서 이러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회장님 배신하는 새끼들 다 죽였다.

 

근데 왜 이리 무덤덤할까. 보직해임 당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장을 보는데도 그저 그래. 내 맘 속에 꿈틀거리는 질투? 아저씨, 백수보단 낫잖아요! 난 보직해임 당하고 싶어도 당할 수가 없어! 에이 못난 놈. 취포한 놈이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네.

 

다른 이유도 있어. 누군가의 해고는 누군가의 취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잔인한 상상. 여기에 관련된 시나리오도 구상중이거든. 101번째 면접에 떨어진 임윤아는, 내 가상 캐스팅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마. 겉은 멀쩡한데 살짝 미쳐가는 거야. 그러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취직에 목매고 있는 절친 이지은을 보게 되지. 친구를 위해서 내가 뭘 하지. 그래, 지금 기업에 있는 인간들 다 죽이면 자리가 늘지!

 

이지은이 지원한 근로복지공단. 임윤아는 쇠줄 하나를 들고 건물 7층 화장실에서 잠복한다. 또각또각. 한명씩 들어올 때마다 목이 졸리는 직원들. 꺼헉. 변기칸 하나는 시체가 쌓여가. 거울을 바라보는데 광기에 젖은 20대 소녀가 보이네. 괜찮지? 뒷이야기는 구상중이니까.

 

뭐하다 이야기가 샜더라. , 그래. 해고 되면 신입에겐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 그래서 마냥 그분들을 응원할 수 없었어. 아잇! 이런 내 자신이 정말 싫네. 여기 취준생 여러분, 뭐라 말 좀 해 줘.

 

잠깐, 난 취포잔데 왜 계속 신입사원 입장을 생각하지? 정신차려 이 자식아! 찰싹. 그래, 난 부모님 등골 빼먹는 캥거루족이지. 안정적인 방구석 생활을 위해선 어머니가 65, 아니 평균기대수명 82세까지 일하길 빌어야 해. 고작 50세인데 사직권고? 말도 안 될 소리! 전국의 백수연합은 정년보장을 응원합니다! 계약직으로 몇 년 더 일하게 해주세요!

 

자괴감만 더 드네. 돈신은 너무 가혹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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