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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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감성 서비스 (2) 2019/02/26 PM 10:01

감성 서비스

 

 

국민은행이 지난달 파업을 했다네. 한 줄도 몰랐어. 하긴 백수가 은행 갈 일이 없지. 크흠.

 

직원 찬성률이 90% 이상이야. 뭔가 큰 게 걸려서겠지? 알아보니 페이밴드라는 게 주요 쟁점이더라고. 페이밴드? 새로 나온 페인가? 그건 아니고. 신박한 연봉제였어. 진급을 못 하면 10연차든 20연차든 연봉이 같아지는 마법. 내가 사장이면 당장 도입하고 싶고, 직원이라면 욕 나오지. 국민은행 직원의 선택은 파업!

 

근데 별영향이 없었나 봐. 평소랑 다를 게 없었지. 오히려 노조가 한 방 먹었을 거야. 사람 없어도 은행은 잘 돌아간다니! 하긴, 요즘 은행 잘 안 가지. 다 폰이며 인터넷으로 하고. 현금 넣고 뽑을 때도 ATM기 쓰고. 정말 사람이 없구나.

 

은행원이 공사장 노가다판 보다 더 빨리 기계에 점령당할 줄 알았겠어. 어디부터 4차 산업혁명 파도에 휩쓸릴지 모르겠다니까. , 생각해 보니 막노동 로봇은 만들기 어렵구나. 철근 공구리 들고 고층건물을 넘나들려면 보통 균형감각으로는 안 될 거야.

 

이거에 비하면 은행 업무는 정말 단순하구나! 움직일 필요도 없고, 그저 기계가 제일 잘하는 숫자세기니. 갑자기 은행원 여러분한테 죄송하네. 이걸 어떻게 하지? 은행원들은 이제 끝인가?

 

긍정적인 전망도 있어. 기계가 판칠수록 사람의 감성을 찾는 이가 늘 것이다! ATM기기에서 뚜뚜 화면 누르는 것 보다 상냥한 은행원이 더 끌리듯이. 글쎄. 감성 찾자고 은행에 간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어. 아니, 사람보다 기계가 낫던데!

 

ATM기기라 해봤자 지폐 뱉어내는 거 외엔 마음 상할 일이 없다고. 그러나 창구 누나는 다르지. 퉁명스럽게 말이라도 해 봐, 상처 받지. 그저 통장 만들러 갔을 뿐인데 무슨 무슨 카드 만들라고 몰아붙이고, 블랙프라이데이 대비로 해외결제 카드 만들러 갔더니 바쁘다고 오전 중에 다시 오라 하고. ! 난 시간 남아돌아서 은행 온 줄 아냐! 실은 남아돌지만...

 

너무 백수 찐따 티나서 그랬을까? 갬성 서비스도 돈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거야? , 분명한 건 알파고누나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그저 방긋 웃는 화면에 규정대로 처리했겠지. 녹음 된 상냥한 목소리로.

 

알파고누나는 차별하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리든, 앞 손님이 쌍욕을 했든, 내가 알거지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처리하는 최고의 은행원! 아차, 내가 계속 누나라고 부르는 건 창구에서 누나들만 만났기 때문이야. 여긴 남성할당제 없나?

 

이 공명정대함에 감성은 비비지 못하지. 장담컨대 법원 판결도 인공지능 센세가 더 잘할 거야. 법과 원칙! 빅데이터를 통한 완벽한 분석! 뒷돈이며 정치색 같은 걸로 판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이렇게 기계교 신봉주의를 전파했지만, 나도 사람이야. 사람이 계속 했으면 한다고. 지금도 잊지 못하는 부산은행 대청동지점 누나. 학자금 대출로 낑낑 대는데 끝까지 도와줬어. 할머니랑 같이 갔거든. 나랑 할머니 붙잡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며. 마치 가족처럼 대해줬지. 신한은행 장전동지점 누나는 어떻고. 체크카드 만들 때 헬로키티 들어간 걸로 해줬어. 귀엽다고. 진짜라니까!

 

이런 건 알파고누나, 아니 이모님이 오더라도 못하지. 이런 감성만 보여준다면 무인화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을 알았으니 은행텔러에 도전해 볼까! 감성전도사가 되어! 뚜둑. 1004번 지원자. 서류탈락입니다.

 

정말 어렵네. 은행사람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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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입추종자    친구신청

소비자 걱정해서 파업을 너무 소극적으로 함 ㅋㅋ

소년 날다    친구신청

소비자는 먼지 한 톨만한 자신의 권리라도 포기하지 못합니다. 만약 말씀하신 그 과격함이 자신에게 피해로 돌아온다고 느낀다면 바로 조합원들에게 등을 돌릴테죠. 결국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스스로의 밥그릇을 위한 또 다른 태도입니다.

요즘 무조건 파업은 과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일종의 반달리즘적 태도를 앞세우는 이들이 많은데, 파업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숨돌림이 되어야지, 그 모든 것을 주저앉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걸 언제나 명심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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