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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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토요일 오후 7시 55분 (0) 2019/02/28 PM 09:53

토요일 오후 755

 

 

 

여기 로또 하는 사람? 생각보다 꽤 있네. 경제학이었나 수학이었나. 로또는 구매비용보다 기댓값이 낮다. 그러니 똑똑한 사람은 사지 마라. 이런 내용을 본 거 같은데. 호오 다시, 로또 하는 사람?

 

그렇게 철저히 따져가며 살수 없지. 살고 싶지도 않고. 게다가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두근댐이 있잖아. 이번엔 혹시? 이런 기대감. 인생역전 까진 아니지만 작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다는 꿈.

 

여기서 다시 조언하지. 기어이 사려면 일요일 아침 6시에 사라. 그래야 심리적 포만감을 최대로 누릴 수 있다. 맞아? . 아닌데요! 일주일 내내 희망고문에서 살라고? 꾸에에엑!

 

게다가 까먹기도 쉽다고. 795회차 1, 2등이 나타나질 않아. 지급기한 만료일은 이미 끝났는데. 금액이 적으면 몰라, 둘이 합쳐 22억이라고! 2의 저주도 아니고 이 무슨 배 뒤집어질 상황이야!

 

당첨자 본인은 상관없을 거야. 전혀 모를 테니까! 으이구! 불쌍한 인생. 로또 1등이 됐는데 왜 찾아가질 못하니! 오늘 운수가 좋더라니!

 

그런데 말야, 조금 더 생각하니 다르게 보여.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는다? 얼마나 여유가 넘치면 이러겠어. 분명 회장님이거나 금수저일 거야. 심심풀이 땅콩으로 했다가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거라고.

 

아니면 그렇게 바라던 취직이 돼서 기쁨에 취했다거나, 자기 꿈이 뭔지 알고 해외로 떠났다거나. 더 이상 희망고문에 잡혀 있을 필요가 없는 사람! 정말 부럽잖아! 불쌍한 인생이라고 한 말 취소.

 

물론 다르게 볼 수도 있어. 장기매매 쪽으로 갔다든지, 클럽 구석에서 변사체로 발견 됐다든지. 혹은 암울한 현실에 짓눌려 생을 포기했거나. 로또마저 막지 못한 절망.

 

그래도 토요일 오후 845분까진 기다려 보지. 암담하게 죽은 것도 억울한데, 로또 1등 차버린 걸 알면 얼마나 속 터지겠어. 원한의 덩어리로 남을 거라고. 로또 귀신이 되어 농협 앞을 맴돌겠지. 45개 중에 6개를 맞추면 살려주마. 네가 살 확률은 800만분의 1.

 

로또라. 목숨 걸고 하는 것이 아닌, 장난삼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어. 당첨금 따위야 안 찾아가도 그만인. 그러나 샀다면 뭐다? 토요일 오후 845분까진 버티자고! 안 되면....또 사면되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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