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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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몰래카메라 (0) 2019/03/03 PM 10:31

 

 

 

 

몰래카메라

 

 

고딩 때 그렇게 외워 됐던 철학자들은 이제 다 까먹었어. 이상하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이름은 안 잊어먹었는데 말이지. 중세고 근대 철학자 대보라 하면 말문이 막혀.

 

그래도 존 스튜어트 밀은 내 머리에 사라지지 않았어. 그가 말한 자유론에 꽤 감동 받았거든. 사람은 자유를 최대한 누려야 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제한되어선 안 된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지? 자유주의자라면 가슴 뛰는 느낌을 받을 거야.

 

이 말에 맞춰서 살려고 노력해. 내가 그렇게 자유롭게 산다는 건 아니고. 남들을 볼 때. 그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이해하려 한다는 거지. 게이, 레즈비언, 민트아이스크림, 파인애플피자 같은 것들. 다 받아들인다고. 자유는 소중하니까!

 

근데 한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어. 몰카! 여기서 말하는 몰카란 몰카의 본분을 다한 영상을 말해. 당사자는 찍혔는지도 모르고, 누굴 찍었는지 모르게 얼굴이 안 나오는, 이를테면 교복 치마 아래로만 나오는 영상. 흐믓.

 

아무도 피해 보지 않았잖아. 오히려 사회적 효용이 증가한 거 아냐? 아름다운 하반신을 감상함으로써 많은 이가 기쁨을 누렸을 거라고. 니삭스, 팬티스타킹, 원피스, 청바지, 미니스커트, 속치마. 때에 따라선 꼬추핏까지. 화장실은 논외로 하고.

 

모르겠어. 하긴 모든 몰카 촬영자가 프로는 아니니까. 걔 중에는 찍는 거 들켜서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얼굴까지 나오게 해서 성적수치감을 주는 일도 있겠지. 그러나 진정한 몰카의 프로라면? 으아 어렵네!

 

판사님들도 어려운가 봐. 같은 몰카라도 유죄 무죄가 갈려. 판단기준이 애매하거든. 성적수치심을 줬냐 안 줬냐인데 이게 사람마다 다르잖아. 나만 하더라도 비키니, 팬티보다 터질 듯한 청바지를 좋아해.....왜 갑자기 여성분들 눈초리가 따갑지. 어험.

 

이 문제가 헌법재판소까지 갔어. 몰카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없다는 거지. 결과는 6:2로 판사님이 알아서 잘 할 테니 헌법위반 아니다 라고 나왔어. 여기에 분노하는 분도 많겠지만 생각해 봐. 어디 찍으면 무조건 범죄자 이러면 누가 폰카를 쓸 수 있겠어. 아무 생각 없이 셀카 찍었는데 하필 뒤에 지나가는 남자 불알핏이 찍혔네? 너 고소!

 

. 이렇게 된 이상 존 스튜어트 밀을 다시 소환할 수밖에. 스폰지밥과 같은 상상력으로 그분을 모셨어. 밀씨. 자유주의자는 몰카를 어떻게 봐야 하나요? 프로 몰카요. 공리주의에 입각해서도 이득이에요.

 

한 대 맞자.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했지! 너 누가 힐끗힐끗 보면 기분 좋냐? 아니, 힐끗 보는지 모르니 상관없죠. 그렇게 훔쳐보는 게 너 양심에 보탬이 되냐? 그건....아닌데요. 아니, 선생님. 선생님도 유부녀 사랑하셨잖아요. 여기서 그 이야기가 왜 나와!

 

크흠. 바로 떠나셨네. 양심이라. 그러면 예술혼을 가지고 찍는 몰카는 어떻게 하지? 화장실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는 분도 계신데. 아하! 들켰으니까 프로수준이 아니구나! 아무리 예술혼을 담으면 뭐해. 아마추어인데.

 

결론은 예술혼을 담아 프로수준으로 찍은 몰카는 괜찮다는 거네. 이런 몰카가 있을까? ? 있잖아! 몰카 보도 한다면서 기가 막히게 찍는 방송국의 진짜 프로들! 어느 방송사에서 제일 짜릿하게 찍었을까 살펴봐야겠는 걸.

 

품번은 방송국 이름으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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