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대결
살짝 맛이 갔지? 어제 상한 걸 먹었는지 밤부터 제정신이 아니네. 그래도 6번의 오바이트 끝에 여러분 앞에 섰다고. 박수 받으려는 건 아니고. 박수! 다들 건강 조심하고.
행복주택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 오호. 뭔지 모르는 분도 있으니 설명해야겠네. 뭐랄까, 젊은 사람들을 위한 임대주택이야. 대학생, 청년,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같은. 재밌는 건 청년 기준이 만 19세 이상부터 만 39세네? 40대 형님들 슬퍼하지 말라고.
평수는 다른 공공임대주택보다 작지만 위치는 직장하고 가까워서 좋을 거야. 월세도 싸고. 괜찮지? 아, 다만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어. 참고하고.
고향 떠나 대학 다니는 분, 이제 직장잡고 독립하려는 분들은 눈에 불 켜고 살펴봐야겠네. 크흠, 난 백수라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걸로 만족할래.
이렇게 행복 가득한 사업 같지만 문제가 있어. 그것도 아주 첨예한. 행복주택 짓겠다고만 하면 결사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거든. 눈치 챘을 거야. 그놈의 땅값! 임대료!
좀 사는 동네에선 땅값을 들먹이지. 어디 빈민아파트가 우리 동네에 들어오려고 해! 동네 질 떨어지게 말이야! 완전 혐오시설 보듯 한다니까.
다른 이유도 있어. 임대료로 먹고 사는 분들에겐 전혀 행복주택이 아니거든. 임대료 빼앗아가는 악의 축! 행복주택 반대! 기숙사 건립 반대!
여러분이 대학생이고 청년이라면 꼭지가 열릴 거야. 꼰대 새끼들. 불쌍한 초년생 등 처먹는 암 덩어리! 맞아. 열 받지. 근데 만약 건물주라면? 나라도 결사반대 하겠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 웃기는 소리! 그것보다 내가 받을 월세가 더 중요하다고!
어려워. 누구 손 들어주기 애매하단 말이지. 행복주택편이긴 한데 아 몰랑 밀어붙이기엔 살짝 찝찝하고. 우리가 언제 건물주 안 되라는 법 없잖아. 모두의 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어. 그러다 생각났지. 행복주택 이름부터가 잘못됐다는 걸! 건설 할 때마다 잡음이 생기는 사업인데 이걸 행복이라고 할 수 있어? 아냐. 너무 장밋빛 설계만 내놓은 꼴이라고.
뭐가 좋을까. 전투주택? 투쟁?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도 임팩트 있는 이름이어야 하는데....그래, 있어 보이게 영어로 하자고. VS주택! 청코너! 이제 막 결혼해서 집구하러 다니는 신혼부부! 홍코너! 임대료 수입 12년차 임복덕씨! 땡땡땡!
이제 국토교통부고 주택공사고 주민설명회를 열 필요가 없어. 정말 열어야 하는 것은 결전의 장이지. 주먹, 흉기, 신체접촉 불가! 욕설은....욕설은 허용하자! 겟 레디 포 넥스트 배틀! 현실 썰전을 펼쳐서 이긴 쪽 말대로 하는 거야.
청년들이 대중을 향한 설득력,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가졌다고 해서 꼭 이긴다는 보장은 없어. 갓물주들께서는 시의원까진 삶아버릴 제력이 있거든. 게다가 평일 배틀이 열리기라도 해 봐. 일하느라 바쁜 초년생들은 오지도 못해. 쪽수에서 비교가 안 된다고.
유튜브로 생중계라도 해봐. 시청자 꽤 나오지 않겠어? 시청자 참여도 활발하겠지. 고길동 사는 둘리님께서 슈퍼챗! 아 섹스하고 싶다! 성수동 사는 이회장님께서 별풍선 500개! 리액션 잘 하는 쪽에 한 표 던집니다.
전설의 랩배틀을 볼 수 있겠군.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