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어라
내일은 무슨 날? 일요일! 쉬지 못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짜파게티를 끓여보고 싶은 날이지. 걔 중에는 늦잠을 팽개치고 교회로 가는 분들이 있거든. 그 불굴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올까?
기독이 개독으로 들리기 시작한 때부터 정말 궁금했어. 그렇게 개독개독 비판받는데 어떻게 서양을 2천 년간 지배한 종교가 됐지? 우리나라도 기독교 인구가 20%야. 천주교까지 더하면 28%고. 지쟈스!
성경을 아무리 쳐다봐도 이유를 모르겠어. 성경말씀 좋지. 근데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니 플라톤이니 아리스토텔레스, 견유학파, 소피스트 이런 사상에 비해 세련된 맛이 있어? 아닌 거 같은데! 공자, 노자, 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원죄, 죽음, 믿음, 구원. 이러한 것들로 가득한 가운데 사랑은 기억나지도 않는다고. 요한복음? 요한계시록? 이건 뭐 어렵게 써놨는데 정리하자면 하나님만이 진리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 믿지 않으면 다 죽는다! 이거 아냐? 성서학자들 속 뒤집어지셔도 어쩔 수가 없어요! 무지몽매한 전 이렇게 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구요!
마귀를 내쫓고, 기적을 행했기 때문에 그런가? 근데 이건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잖아. 사이비가 가장 많이 써먹는 방법 중에 하나고. 내 손에서 장풍이 나가니 모두 쓰러지리라. 숙련된 연기에 의해 다들 쓰러지고. 유치해.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너흰 죄의 자식이라는 거, 이것 때문에 기독교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정말 편하거든. 우리 꼴을 보라고. 항상 부족하고, 자기만 생각하고 그러잖아. 이런데 옆에서 넌 원래 참 착한 아인데 삐뚤어졌구나 하면? 자괴감만 들 거라고. 반대로 죽어 마땅한 놈이다 하면? 내가 왜 이런 놈인지 깔끔히 정리되지. 고민할 필요 없이.
게다가 구원도 심플 그 자체야. 이웃을 사랑하라, 원수도 사랑하라. 가난한 자여 복 받아라. 여러 말이 있지만 궁극에 가선 딱 하나로 이어지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나님만! 내장 창자 다 빼서라도. 죽일 때도 하나님을 위해서! 해 잡수실 때도 하나님을 위해서! 다 해결된다니까.
이렇게 간단명료하고 쉬우니 지구 최강의 종교가 됐을 거야. 생각할 필요가 없어. 아니 오히려 머리가 커지면 위험하지. 괜히 태클 걸고 싶거든. 아니 예수님 당신은 기적을 행할 때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셨으면서 왜 다 보는 성경에는 떡하니 적어놓으셨습니까? 복음서 쓴 인간은 구원받지 못할 거야. 예수님 말씀을 어겼으니.
어린 아이가 되라고 하시지. 물론 애들의 순진무구함을 강조한 말씀이겠지만. 다르게 보면 아무 생각 없는 인간이 되라는 거 아냐? 그저 하나님 쮸쮸에 기대어 사는. 어린아이들만으로는 천국이 될 수 없다고! 온통 울음바다에 서로 먹겠다고 난리 칠건데. 이게 무슨 천국이야? 천국표 탁아소는 사양하겠어.
마치 돼지우리에 돼지들 같아. 아니다. 너무 심했네. 대관령 목장에 양떼들. 그저 이래라 해서 사랑하고, 이래라 해서 착하게 살고. 이건 아니잖아. 고민 없이 이루어진 사랑은 오래가지 못해. 양치기만 바뀌면 양구이가 되겠지.
지금 관람석 4분의 1이 썩은 표정을 짓고 있구나. 워워. 미안해. 관심 받고 싶어서 막 말했어. 나도 예수님 존경해. 다만 성경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아. 예수님 말씀도 어겨가며 적은 건데 그걸 믿어야 해?
마태, 마가, 루카, 요한 다 다르지. 말씀은 하나인데 왜 이렇게 나뉘는 거야. 쓴 사람마다 생각, 느낌이 달랐을 거야. 입맛대로 각색했겠지. 나쁘지 않아. 다양하니 좋지. 근데요. 너무하셨어. 신약성서 첫머리를 예수님 족보부터 소개했으니. 이게 사랑, 소망, 구원과 무슨 상관이야? 아브라함, 다윗으로 이어지는 유대 전통파라는 걸 그렇게 강조해야 했나? 강조했어야 했겠지. 그래야 말빨이 서니까. 거짓말 해서라도.
이 거짓과 각색 속에 제대로 된 예수님의 말을 보려면 생각해야 돼. 아무리 읽어도, 좋게 해석 하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은 후대사람들의 구라가 분명하거든. 원수를 사랑하라? 내겐 개소리야. 생각에 생각을 했지만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원래는 이렇게 말씀하셨지 않았을까? 원수를 증오하진 말아라. 내 생각이야. 생각!
그러니 오늘의 말씀은 마가복음 14장 35절 말씀입니다.
깨어있어라.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