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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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린풍자쇼] 정제소금진흥법 (0) 2019/03/14 PM 09:42

정제소금진흥법

 

 

고대 로마에선 병사들 월급을 소금으로 줬다던데.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오늘 말할 거리가 소금이기 때문이지. 서삼석 국회의원이 호기심 가는 법안을 발의했어. 소금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 맙소사. 소금산업진흥법이라는 법도 있단 말야? 정말 법의 세계는 심오하구나. 이런 법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서삼석 의원 지역이 무안군이더라고. 찾아보니 전남 서해안이데. 신안군이랑 찰싹 붙어 있어. 왜 발의했는지 이해가 바로 되더구만. 자기 지역 주민들 챙기는 모습. 브라보.

 

아무튼,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이거야. 공공기관에서 소금 살 때 20%이상은 천일염으로 하자. 호오. 여기서 문제. 천일염이 뭘까요? , 다 아는구나. 난 몰랐어. 소금 중에도 좀 좋은 거. 그게 천일염인 줄 알았거든. 이젠 알지. 염전에서 햇볕 째서 만든 소금!

 

천일염의 반대는 인공소금인가? 정제염이라 부르더라고. 바닷물을 전기로 바지직해서 소금만 얻는 거. 둘 중에 하나 사라면 뭐 살까? 자연산인 천일염이 끌리긴 한데, 허허, 이게 좀 사정이 있더라고.

 

천일염에는 마그네슘, 칼슘, 칼륨 등 어디서 많이 들어본 좋은 성분이 들어있데. 나트륨만 분리한 정제염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지. 역시 자연산! 건강에도 좋습니다!

 

근데 이건 바다가 깨끗하다는 전제하에서야. 바닷물, 그것도 서해안이 어떨지 짐작이 되잖아. , 할 말을 잃었습니다. 미세플라스틱 듬뿍! 오줌이나 똥은 자연산이니 그렇다고 쳐. 중금속, 세제찌꺼기, 샴푸 때, 공장 폐수들. 이건 어떻게 할 거야!

 

물론 염전 주변에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고 있어. 소금산업진흥법에서! 물고기 양식도 안 돼. 근데 1킬로미터까지거든. 고작 1킬로미터? 폰카로 도촬까지 할 수 있겠다. 너무 짧은 거 아냐? 게다가 중국산 폐수들은 어떻게 할 거야? 서해안으로 콸콸 들어오는 대륙의 기상! 으익! 정말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네! 미세먼지! 염전 가득 묻어 있잖아!

 

안 돼. 자연산이라고 천일염을 먹을 수 없어. 차라리 정제염이 낫지! 순도 99.9%의 나트륨! 미네랄이 없으면 어때, 미세먼지고 플라스틱 없는 게 다행이지.

 

몰랐어. 이미 대세는 정제염이었음을! , 이제 겁나서 천일염은 못 먹겠어. 근데 이걸 규제한다? 공공기관 취업자들은 무슨 죄야. 학교급식도 포함인가? 어어, 학부모님들 들고 일어날 거 같은데!

 

오늘도 미움 받겠구나. 염전사업자분들에게 욕먹겠네. 에잇! 막가자! 죄송합니다! 근데요! 천일염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옛말이라구요! 신안 염전 노예다 뭐다 말이 많은데. 아이! 이참에 노예 없는 정제염으로 가즈아!

 

.....휴 다행이야. 이 자리에 염전관계자는 없는 거 같군. 신기한 건 소금산업진흥법에 염전근로자에 대한 조항도 있어. 근로강요행위 금지. 해수부장관은 염전노예를 부리는 곳에 지원금을 안 줄 수 있다. 크흠. 겨우?

 

정리하자면 시대에 뒤처진 법이지? 천일염을 먹기엔 인간이 바다에 한 짓이 너무 심해. 못 먹어. 소금산업진흥법? 아니, 이젠 정제소금진흥법을 추진해야 할 시대라고.

 

할짝, 오우, 역시 순도 99.9%. 천일염보다 짭쪼롬 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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