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붕가까지
저출산, 저출산! 몰랐어. 정부가 이 문제를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지난 10년간 120조를 썼다는 거야! 120조? 헐. KBS와 조선일보에서 말했으니 믿어볼게. 근데 왜 하나도 체감이 안 될까.
아무튼. 저출산. 문제지.......문젠가? 정말?
노동력이 없어진다, 국력이 약해진다, 고령화가 심해진다. 여기서 나랑 관계있는 게 뭐가 있어? 부려먹을 인간 없어지는 거야 사장님들이 걱정할 문제고, 국력이야 정치인이 걱정할 문제고. 어! 고령화가 그나마 걸리는데 이것도 애 낳는다고 해결될 문젠가? 국가차원에선 그럴 수 있지. 근데 개인 입장에선 자식 많다고 노인대접 받는 건 아니거든. 키우느라 뼈만 삭지.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누가 알아? 30년 후 말이 완전히 바뀔지. 인공지능께서 다 해주시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추어 저출산 이룩한 대한민국! 세계 모두가 우리나랄 본받고 있습니다! 이럴지도.
진짜 문제는 따로 있어. 행복이 사라지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애 낳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 내 유전자 반쪽이 자라고, 애먹이고, 일어서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 이게 더 심각하지 않아?
여기 모인 싱글들. 우리가 결혼이 싫어서 안 합니까? 돈이 없어서 못 하지. 그리고 몇몇 커플들. 일단 시기와 질투 눈초리 잠시 받으시고. 커플들도 똑같잖아. 결혼식이야 혼인신고로 퉁친다 하더라도 애 갖기엔 무섭지. 두렵고. 나 하나 살기도 빠듯한데.
근데 저출산 지원대상을 보면 살짝 갸우뚱 하단 말이지. 육아휴직이다, 출산장려금이다, 신혼부부 행복주택이다, 다 번듯한 직장 가진 부부들 위주잖아. 아이 좋지. 그 분들도 지원해 줘야 지. 아 근데 진짜 저출산의 끝자락에 있는! 불쌍하디 불쌍한 밑바닥 솔로는 어떻게 하라고! 그것도 나 같은 모쏠은!
삶의 질? 성평등 향상? 다 공허해. 새로운 정책들을 쏟아내지만 싱글족을 위한 건 찾아보려도 찾아볼 수가 없어. 기초생활수급자다 쌀나눔이다 제일 못 사는 사람부터 주는 거 아냐? 저출산 정책도 그래야 하잖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모쏠을 위한 저출산정책을 만들어 보자고. 뭐가 좋을까. 일단 남녀가 만나야겠지. 여기서부터 난관이네. 집 밖은 위험해! 방구석에서 나가지 않는다고. 그러니 화상채팅으로 일단 간을 봐야겠지. 이것만 해도 엄청난 거야. 얼굴 까는 것도 모쏠에겐 모험이거든.
이젠 서로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하, 사회자가 필요해. 강호동, 유재석 급으로. 어색한 침묵을 깨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정 안 되면 인공지능 센세에게 부탁해도 되고. 띵동. 남자에게 묻습니다. 가슴과 엉덩이 중 택한다면? 어...둘 다요? 띵동. 여성에게 묻습니다. 길이. 굵기. 당신의 선택은? 빳빳함은 왜 없어요? 띵동.
그러다 호감 생기면 직접 만나는 거고. 이 단계까지 오면 출산지원센터에서 교통비, 비즈니스호텔 숙박권, 그리고 작은 알약 하나를 주는 거야. 알약은 알지? 팔팔, 구구, 비아그라. 누리그라! 영화관이다 카페다 갈 필요 없지. 오붓하게 걷다가 그냥 바로 가는 거야! 바로! 아! 사전에 성병진단서는 받아놔야겠다.
속궁합까지 통과되고 애도 생기면 이젠 혼인신고 하는 거지. 엄마에겐 1억상당의 출산용품과 주택을, 아빠에게도 1억상당의 창업지원금을 주는 거야. 도합 2억! 연간 최대 6만쌍을 구제할 수 있겠군.
한 해 25만만명이 결혼하니까 거진 50%가 이 혜택을 볼 수 있어. 농담이 아냐. 10년 동안 120조라고. 연간 12조! 12조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사랑의 작대기도 모자라서 애 낳으면 2억 준다는 데 안 낳을 사람 있어?
대신 1명만 낳자 기조는 계속 될 거야. 2억이라도 애 둘은 장담 못하거든. 정부가 바라는 출산율 증가엔 꽝일 수도 있지. 그러나 수많은 행복이 늘어났잖아. 애도 못 낳고 죽는 인생에서 이 얼마나 기적적인 일이야. 아 행복하다.
요람에서 붕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