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 꼰대
매일 이야기 거리를 생각하는 것도 쉽진 않아. 머리가 텅 빌 때면 뉴스를 보지. 항상 씹을 거리가 나오거든. 정치권이며 큰손들은 지치지도 않나. 어떻게 그렇게 의욕적일 수 있지?
근데 이렇게 해서 만든 이야기엔 단점이 있어. 우려먹을 수가 없거든! 3년 전 총선이며 대선 이야기를 지금 어떻게 하겠어. 부진이 누나가 폴로포폴? 입꼬이네. 프로포폴을 했네 마네 라든지 토왜 나경원 선생의 헛소리 어록이라든지. 유통기한이 너무 짧아.
이런 것들은 영상이나 책으로 남기기도 뭐하다고. 내심 책으로 엮어서 전기세라도 충당하고 싶은데 완전 꽝이지. 이제야 깨달은 거야. 왜 스탠딩 코미디언들이 거대하고 장구한 주제를 다루는지. 먹고 살기엔 사골만큼 편한 게 없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어떤 이야기가 뼛속까지 우려먹을 수 있을까? 정치권이라면 대통령만 까면 되겠다. 그것도 이미 돌아가신 분들 위주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노무현 등. 이 분들이야 반짝하지 않지. 옛날사람 치곤 어그로 끌기도 쉽고. 박정희 독재자! 노무현 빨갱이! 이렇게만 해도 조회 수 천은 넘지 않을까?
더 기다랗고 끈질긴 주제를 찾는다면 먹고 싸는 문제일거야. 근데 먹는 걸론 고독한 미식가급이 아니면 힘들거든. 어려워. 싸는 건 다르지. 보고 또 본건데 이상하게 질리지 않아. 특히 결혼도 못한 20대 이하 팔팔한 청춘들에겐 말야. 이렇게 된 거 야동과 함께하는 스텐딩쇼는 어떨까? 아직 우리나라에선 못 본 거 같은데, 최초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아! 이미 별장파티에서 검사님들이 했겠구나. 에이.
또 다른 희망이라면 종교지. 불교는 3천년, 예수교는 2천년, 이슬람은 1천 2백년. 무교가 대세라 하지만 아직 괜찮다고. 관심받기엔 이것만한 게 없거든. 종교 때문에 전쟁까지 하는데 아니 웬 이상한 놈이 앞에서 부처님 왕고자! 하나님 사막잡신! 알라 사막잡신 짭! 이렇게 지껄여 봐. 아 관종의 불이 충만하다.
종교는 유통기한 면에서 합격인데 지역제한이 걸리네. 저기 유럽에 가면 예수님 까고, 저기 태국 가면 부처님 까고, 중동 오일국 가면 알라 까야 되나? 귀찮잖아! 세계급 관종이면 생각해야겠지만, 난 다행히 방구석급이라. 종교의 자유가 넘치는 대한민국 파이팅!
아무튼 천년만년 울궈먹을 수 있는 찐한 걸 찾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그러다 인터넷에서 인류와 같이 한 유구한 정신을 발견했지. 그것은 바로! 요즘 것들은 쯧쯧!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도 있는 문구래. 제발 철 좀 들어라! 고대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오지. 옛날 사람들은 혼자서도 가뿐한 걸 요새 애들은 둘이서도 못 한다. 로마? 똑같아. 갈수록 애들이 멍청해진다. 이러니 망하지. 암흑기라는 중세조차 요즘 애들은 답이 없다!
그리고 지금도 그 정신은 확고하잖아. 요즘 젊은 것들은 노오력을 안 해요! 노오력을! 나 때는 말야 어! 요새 애들은 왜 그렇게 영악한지 몰라. 나라가 망조다. 망조!
일부 어르신들에겐 아련한 향수와 카타르시스를, 일부 젊은이들에겐 욕설과 함께 어그로를. 양쪽에게 모두 사랑받을 수 있는 주제! 여기서도 하고, 저기서도 하고, 또 하고 또 해도 마르지 않는 신비! 꼰 대 정 신!
아차, 젊은이라고 너무 뭉뚱그렸어. 그 젊다는 대학생들도 고딩들 보면 어휴 급식새끼들, 고딩들이 중딩 볼 때면 어휴 저 중2병들. 그 중에서 초딩은 모두에게 천대? 혹은 공포의 대상이고.
아. 그렇구나! 꼰대정신은 나이, 국적, 성별을 모조리 초월한 거였어!
너도 꼰대! 나도 꼰대! 위아더 꼰대!